中-韓-日-美 4개국 공동 연구팀
뇌사자에 이식, 9일간 정상적 기능
폐는 이종이식중 가장 어려운 분야
“장기 부족문제 해결할 혁명 기대”
한국을 포함한 국제 공동 연구진이 유전자 편집 돼지의 폐를 뇌사 상태인 39세 남성에게 이식하는 수술을 하고 있다. 돼지의 폐를 인간에게 이식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네이처 메디신 제공
세계 최초로 돼지의 폐를 사람에게 이식한 사례가 탄생했다. 뇌사자에게 이식된 돼지의 폐는 연구가 진행되는 9일간 정상적으로 기능했다. 학계에서는 그간 난도가 높아 쉽사리 도전하지 못했던 폐 이종(異種) 이식의 성공 가능성을 보였다는 평가가 나온다.
허젠싱 중국 광저우의대 부속 제1병원 박사팀이 이끄는 중국, 한국, 일본, 미국 공동 연구팀은 26일 돼지의 폐를 뇌사자에게 이식한 사례를 국제학술지 ‘네이처 메디신’에 발표했다. 전 세계적으로 장기 부족 문제가 심화되며 돼지의 간과 신장, 심장 등을 이식하는 사례는 있었지만 폐는 이번이 처음이다. 한국에서는 전경만 삼성서울병원 호흡기내과 교수가 참여했다.
연구진은 인간의 면역체계가 돼지의 폐를 공격하지 않도록 일부 유전자를 편집했다. 유전자 편집된 돼지의 폐는 오랜 시간 뇌사 상태에 있던 39세 남성에게 이식됐다. 이식 24시간 뒤 이식된 폐는 심한 부종으로 부어올랐지만, 연구진은 폐를 이식하는 과정에서 혈액 공급이 잠시 중단됐다가 다시 혈류가 흐르면서 발생하는 재관류 손상이라고 추정했다. 이식 후 3일째와 6일째 면역 거부 반응이 보였지만 9일째 부분적으로 회복됐다. 연구진은 가족들과의 논의를 통해 9일째 연구를 중단하기로 결정했다.
학계에서는 이종 이식에서 가장 난도가 높다고 알려진 폐 이식까지 성공하며 이종 이식이 보편화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고 평가했다. 호흡을 담당하는 폐는 다른 장기들과 다르게 호흡한 공기, 즉 외부 환경과 맞닿아 있다. 그만큼 감염에 취약하다. 저스틴 찬 미국 뉴욕대 랭곤헬스 교수는 “면역을 관리할 수 있는 적절한 유전자 조합을 찾아낸다면 기증 장기 부족 문제를 해결해 이식에 완전한 혁명을 일으킬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했다.
현재 미국에서는 올해 2월 미국 바이오 기업인 유나이티드테라퓨틱스가 미국 식품의약국(FDA)으로부터 돼지에서 유래한 유전자 조작 신장을 말기 신부전 환자에게 이식하는 임상시험을 승인받은 바 있다. 연구 목적이 아닌 이종 이식 수술의 허가를 위한 임상시험으로는 처음이다. 한국에서는 제넨바이오, 옵티팜 등의 바이오 기업들이 이종 이식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