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 길 따라”… 제조업계 첫 부자 명장

  • 동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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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D현대중공업 고윤열-민철 父子
민철씨 “아버지 모습 반해 용접 시작”
부친 “위험한 일, 처음엔 탐탁지 않아”

지난해 울산 HD현대중공업 본사에서 함께 파이팅을 외치고 있는 HD현대중공업 소속 고민철 기사(왼쪽)와 그의 부친 고윤열 씨. HD현대 제공
지난해 울산 HD현대중공업 본사에서 함께 파이팅을 외치고 있는 HD현대중공업 소속 고민철 기사(왼쪽)와 그의 부친 고윤열 씨. HD현대 제공
“다른 일 하다가 갑자기 아버지 길 따라가겠다데요. 위험한 일이니 처음엔 탐탁지 않았죠.”(아버지 고윤열 씨)

“아버지가 명장 된 걸 보고 용접학원을 다니기 시작했는데 이젠 저도 명장이네요.”(아들 고민철 기사)

9일 ‘2025년 숙련기술인의 날’ 기념식에서 얇은 금속판으로 구조물을 만드는 분야인 판금제관 직종 ‘대한민국 명장’으로 선정된 고민철 HD현대중공업 기사(43)는 아버지이자 회사 선배인 고윤열 씨(67) 뒤를 이어 제조업계 최초 ‘부자(父子) 명장’이 됐다. ‘대한민국 명장’은 고용노동부와 한국산업인력공단이 주관해 15년 이상의 경력 기술자 중 국가 산업 발전에 기여한 장인에게 부여하는 영예다. 매년 10명 정도가 선정되는데 고 기사는 40대의 나이에 그 영예를 안게 됐다.

비행장에서 항공 정비를 하던 고민철 기사는 2004년 아버지가 제관(두꺼운 금속판으로 중후장대한 구조물을 만드는 분야) 직종 명장이 되자 그 대단함을 실감하고 아버지의 길을 따라가기로 마음먹었다. 고 기사는 이후 바로 직장을 그만두고 용접학원을 다니며 관련 자격증을 땄다. 이후 HD현대중공업 협력사 등을 거쳐 HD현대중공업에 2012년 입사했다.

사내에서 늘 ‘고 명장 아들’로 불리던 고 기사. 부자의 근무 기간은 5년가량 겹쳤지만 아버지는 아들에게 별다른 업무 조언을 하지도 않았다. 그저 “항시 밥값은 해라. 맡은 일에 최선만 다해라”라며 묵묵히 믿어줬다고 한다. 아들의 이번 명장 선정 소식을 듣고도 “욕봤다”는 정도로만 축하했다.

명장 부자에게는 국제 무대에서 한국의 기술력을 증명하는 데 일조했다는 자부심이 있다. 고 기사는 현재 국제핵융합실험로(ITER) 제작 생산파트장으로 근무하고 있다. ITER은 이른바 ‘작은 인공 태양’을 구현해 핵융합 에너지를 얻으려는 35개 국가 간 공동 프로젝트다. 그는 핵융합이 일어날 진공 용기를 만들어 지난해 8월 납품을 마쳤다. 고 기사는 이 작업에서 레이저로 3차원 좌표를 찍어 물체의 위치, 크기를 정밀하게 재는 장비를 도입해 생산성을 높였다는 평가를 받는다.

1978년 입사한 아버지 고 씨는 사우디아라비아 주바일 산업항 건설을 마무리하는 마감 공사를 담당했었다. 이 건설 작업은 한국 제조업이 중동 시장에 진출한 상징적인 사업으로 불린다.

고 기사는 “아버지는 존재만으로 완벽한 멘토”라며 “나도 젊은 친구들에게 본보기가 되고 싶다”고 했다.

#HD현대중공업#대한민국 명장#부자 명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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