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일 경북 경주시 국립경주박물관에서 성덕대왕신종 타음조사 공개 행사가 진행되고 있다. 경주=뉴시스
“묵직한 종소리가 가슴 한가운데를 뚫고 지나가더니 다시 등 뒤로 스며드는 기분입니다.”
24일 오후 7시 경북 경주시 국립경주박물관 국보 성덕대왕신종 종각 앞. 고대하던 첫 번째 종소리가 울리자 부산에서 행사를 지켜보기 위해 왔다는 류수현 씨(33)가 감격에 찬 눈빛으로 이렇게 말했다. 밤공기를 가르며 한없이 퍼져 나가던 종소리는 사그라드는 듯하다가 다시금 약한 울음을 내뱉어 냈다.
이날 경주박물관에서는 성덕대왕신종 타음조사 공개 행사가 열렸다. 신종 소리가 일반인들에게 공개된 것은 2003년 개천절 이후 22년 만이다. 한때는 매년 마지막 날마다 성덕대왕신종의 종소리로 새해의 시작을 알렸었다. 하지만 균열 등 파손이 우려되자 1992년 제야의 행사를 끝으로 공개 타종이 중단됐다.
이후 박물관은 1996년과 2001∼2003년, 2020∼2022년 3차례에 걸쳐 비공개 타음조사를 실시했다. 성덕대왕신종은 우리나라에 남아 있는 가장 큰 종이다. 종의 높이는 3.66m, 무게는 18.9t에 달한다. 성덕대왕신종은 에밀레종이라는 이름으로도 익숙하다.
공개 타음 행사가 흔치 않은 기회인 만큼 시민들의 관심은 높았다. 박물관은 신종을 완성한 771년을 상징해 이날 일반인 771명을 초대했는데, 모집 단계에서 3800명이 몰릴 만큼 반응이 뜨거웠다.
이날 신종은 1분∼1분 30초 간격으로 모두 12차례 울렸다. 박물관 관계자는 “이번 타음조사를 통해 고유 진동 주파수 변화 등에 관해 정밀히 분석할 예정이다”라고 설명했다.
박물관은 신종을 실내에서 안전하게 보존하기 위해 신종관을 건립하는 방안도 구상하고 있다. 윤상덕 국립경주박물관장은 “앞으로 진행할 타음조사 결과 등을 바탕으로 최적의 종소리를 만들 수 있는 개폐식 공간으로 설계하겠다”며 “국민께 원음을 들려드릴 수 있는 신종관을 만드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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