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55년 공개 이후 시장 나온적 없어
생명력-희망 표현한 격동적 붓질
‘소’ 연작중 독특한 서사로 걸작 꼽혀
2018년 ‘소’ 47억 이어 역대 2번째
24일 경매에서 35억2000만 원에 낙찰된 이중섭의 ‘소와 아동’(1954년). 70년 만에 처음으로 경매에 나온 이 그림은 이중섭 관련 주요 전시에는 항상 전시되는 등 한국 미술사에서 손꼽히는 작품 중 하나다. 케이옥션 제공
‘국민 화가’ 이중섭(1916∼1956·사진)의 최고 걸작 중 하나로 꼽히는 ‘소와 아동’이 24일 경매에서 35억2000만 원에 낙찰됐다. 지금까지 거래된 이중섭 작품의 경매가 가운데 두 번째로 높은 가격이다.
이날 서울 강남구 케이옥션 본사에서 열린 9월 경매에서 ‘소와 아동’은 시작가 25억 원에 출품돼 35억2000만 원에 낙찰됐다. 기존 이중섭 작품 중 가장 비싸게 팔린 것은 2018년 서울옥션에서 47억 원에 낙찰된 ‘소’로, 이번 작품이 기존 기록을 경신할 수 있을지 관심이 모인 바 있다. ‘소와 아동’은 2021년 서울옥션에서 15억5000만 원에 낙찰된 ‘가족’을 뛰어넘어 이중섭의 작품 중 두 번째로 경매가가 높은 작품이 됐다. 낙찰자의 신원은 알려지지 않았다.
1954년 제작된 ‘소와 아동’은 가로 64.5cm, 세로 29.8cm 크기의 화폭에 소와 아이가 뒤엉켜 노는 장면을 묘사한 작품이다. 이중섭 생전에 개최했던 1955년 미도파 화랑 전시에서 공개된 이후 한 번도 시장에 나온 적이 없다. 올 6월 별세한 정기용 전 원화랑 대표가 70년간 소장해 왔다. 하지만 1972년 현대 화랑 유작전, 2016년 국립현대미술관 회고전 등 이중섭의 예술 세계를 조명하는 중요한 전시에는 빠짐없이 등장할 만큼 가치가 높게 인정돼 왔다.
현재 이중섭의 ‘소’ 연작은 10점 정도만 남아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중에서 미술관이나 기관이 소장하고 있는 것을 제외하면 경매에 나올 수 있는 작품은 매우 드물다.
이번 작품은 ‘소’ 연작 중에서도 독특한 서사와 분위기가 일품으로 꼽힌다. 특히 아이와 소가 엉킨 모습은 생명력과 희망, 인간과 자연의 원초적 교감을 상징한다는 평이 나온다. 격동적인 붓질이 압권이며 갈색과 회색, 연분홍이 섞인 불투명한 색조는 따스하면서도 절박한 정서를 잘 보여준다는 평가가 나온다.
총 126점의 작품이 출품된 이번 경매에선 이 밖에도 박수근(1914∼1965)의 1959년 작품 ‘산’이 12억 원에 낙찰됐다. 이 작품은 황갈색과 회백색을 중심으로 산을 표현한 풍경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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