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팬지보다 조금 나을뿐” 인간의 오만 일깨워

  • 동아일보

코멘트

‘침팬지의 친구’ 제인 구달 별세
순회강연중인 美서 숨져… 향년 91세
‘도구 사용’ ‘유대 형성’ 등 밝혀내
서식지 파괴에 환경운동 뛰어들어

침팬지 행동 연구의 세계적 권위자인 제인 구달이 1997년 동아프리카 케냐 나뉴키의 침팬지 보호구역에서 암컷 침팬지 ‘테스’와 입맞추고 있다. 평생을 침팬지 연구와 환경 운동에 앞장섰던 구달은 1일(현지 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에서 별세했다. 나뉴키=AP 뉴시스
“살아 있는 모든 존재를 존중합시다. 폭력과 불관용을 이해, 연민, 사랑으로 바꾸도록 노력합시다.”(제인 구달 인스타그램 게시글)

침팬지 행동 연구의 세계적 권위자이며 동시에 환경운동가였던 제인 구달이 1일(현지 시간) 별세했다. 향년 91세. 제인구달연구소(JGI)는 이날 “구달이 순회 강연 중이던 미국 캘리포니아주에서 자연사로 숨졌다”고 밝혔다. 영국 BBC방송은 그를 “지구를 위한 진정한 영웅”이라고 기렸다.

1934년 영국 런던에서 태어난 구달은 어려서부터 동물에 관심이 많았다. 어린 소녀인 그가 암탉이 달걀을 낳는 것을 관찰하느라 갑자기 사라져 그의 어머니가 경찰에 실종 신고를 한 적도 있다. 어린 시절 아버지에게서 받은 생일 선물인 침팬지 인형 ‘주빌리’를 통해 침팬지에 대한 관심도 시작됐다. 가정 형편상 대학에 진학하진 못했지만 우연히 가게 된 동아프리카 케냐에서 스승인 영국 인류학자 루이스 리키 박사를 만나 침팬지 연구를 할 기회를 얻는다.

구달은 1960년부터 케냐 인근 국가인 탄자니아의 곰베 숲으로 들어가 야생 침팬지를 매일 관찰했다. 그는 침팬지들에게 일일이 이름을 부르며 다가갔고 친분을 형성했다. 그가 ‘데이비드 그레이비어드’라고 부른 침팬지를 관찰하며 침팬지가 풀잎과 나뭇가지를 이용해 흰개미를 낚음을 확인했다. ‘인간만이 도구를 만들고 사용한다’는 학계의 오랜 통념을 뒤집는 발견이었다.

그는 침팬지의 사회성 연구에서도 큰 성과를 냈다. 특히 침팬지들이 두 그룹으로 나뉘어 서로를 공격하는 등 마치 전쟁을 일으키는 듯한 모습을 포착해 냈다. 이 과정에서 침팬지들이 인간처럼 가족이나 집단으로 강한 유대감을 형성하고 영토와 권력 다툼을 한다는 점을 발견했다. 이 같은 뛰어난 현장 연구로 구달은 학부 학위가 없음에도 1965년 영국 케임브리지대에서 동물행동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두 번 결혼했고 첫 결혼에서 아들을 얻었다.

그는 환경 파괴로 침팬지 서식지가 사라져 가는 것을 보면서 1977년 JGI를 설립해 환경 보호 운동에도 뛰어들었다. 침팬지 서식지의 파괴는 결국 인간이 살아가는 곳도 파괴된다는 점을 의미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또 그는 “인간은 침팬지보다 좀 더 지적인 유인원일 뿐”이라고 발언하며 인간이 자연 앞에서 더욱 겸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제인 구달#침팬지 연구#환경운동가#케냐#곰베 숲
© dongA.com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