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인기 북풍 의혹’ 尹 말맞추기 차단…체포저지 지시도 소명된 듯

  • 동아일보
  • 입력 2025년 7월 10일 03시 0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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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시간 43분 영장 실질심사
특검, 178장 PPT로 6개 혐의 설명
판사, 尹에 “총 보여주라했나” 묻기도

윤석열 전 대통령이 9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직권남용 등 혐의 영장실질심사(구속 전 피의자 심문)를 마친 뒤 대기 장소인 서울구치소로 이동하기 위해 법원을 나서고 있다.   12·3 비상계엄 사태의 ‘정점’으로 조은석 특별검사가 이끄는 내란 특검팀에 구속영장이 청구된 윤 전 대통령은 지난 1월 18일 내란우두머리 등 혐의 영장실질심사를 받은 지 172일 만에 재구속 기로에 서게 됐다. 2025.07.09. [서울=뉴시스]
윤석열 전 대통령이 9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직권남용 등 혐의 영장실질심사(구속 전 피의자 심문)를 마친 뒤 대기 장소인 서울구치소로 이동하기 위해 법원을 나서고 있다. 12·3 비상계엄 사태의 ‘정점’으로 조은석 특별검사가 이끄는 내란 특검팀에 구속영장이 청구된 윤 전 대통령은 지난 1월 18일 내란우두머리 등 혐의 영장실질심사를 받은 지 172일 만에 재구속 기로에 서게 됐다. 2025.07.09. [서울=뉴시스]
법원이 10일 윤석열 전 대통령에 대한 구속영장을 발부한 이유는 윤 전 대통령을 구속 상태로 추가 수사할 만큼 주요 혐의가 소명됐다고 판단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서울중앙지법 남세진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이날 윤 전 대통령에 대한 구속영장을 발부하면서 범죄의 많은 부분에 대해 소명이 있고 증거인멸의 염려가 있다는 취지를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윤 전 대통령의 내란·외환 의혹을 수사 중인 ‘내란특검팀’이 청구한 구속영장 청구서 본문 66쪽 가운데 23쪽은 윤 전 대통령의 체포영장 집행 저지 의혹과 관련된 내용이다.

법원이 “대통령경호처가 체포영장을 집행하려던 수사기관과 대치한 것은 불법이며, 이를 윤 전 대통령이 지시한 것”이라는 특검의 주장에 공감한 것으로 분석된다.

● 法, “주요 증인 회유 가능성”

법원은 윤 전 대통령이 불구속 상태에서 수사를 받는다면 핵심 증인들과 말을 맞출 수 있어 증거인멸의 우려가 있다는 특검 측 주장을 일부 받아들인 것으로 보인다.

특검은 이날 법원에 제출한 300쪽 분량의 의견서를 통해 윤 전 대통령이 평양에 무인기를 보내는 등 ‘북풍 몰이’를 시도했다는 의혹에 대한 수사가 진행되고 있는 만큼 부하 직원이었던 군 관계자들과 말 맞추기 위험을 차단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한 것으로 전해졌다. 윤 전 대통령 측은 “직에서 물러나 아무런 힘도 없는데 증거를 인멸하고 진술을 번복시킨다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반박했지만, 법원에서 받아들여지지 않은 것이다.

영장심사에 걸린 시간은 휴식 시간을 포함해 6시간 43분이었다. 올 1월 윤 전 대통령이 내란 우두머리 혐의로 첫 영장심사를 받았던 때(4시간 50분)보다 훨씬 길었다. 특검팀은 윤 전 대통령에게 적용한 최소 6개 혐의에 대해 설명하며 구속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박억수 특별검사보를 포함해 수사를 담당했던 검사 10명이 남 판사 앞에서 릴레이 방식으로 총 178장 분량의 파워포인트(PPT) 슬라이드를 넘기면서 법리 구성에 대해 설명했다. ‘체포영장 집행 방해’ 혐의 수사를 전담해 온 박창환 총경을 비롯한 파견 수사관 여럿도 이날 영장심사에 참여했다.

변호인단도 167장 안팎 분량의 PPT 자료를 토대로 특검이 제기한 혐의에 대해 반박을 이어갔다. 이어 남 판사가 특검, 변호인단과 윤 전 대통령 각자에게 궁금한 부분을 묻는 식으로 재판이 진행됐다. 영장심사가 길어지자 남 판사는 저녁 식사(1시간)와 휴식(10분)을 위해 두 차례 휴정했다. 윤 전 대통령은 경호원들이 인근에서 사 온 나물 도시락으로 식사했다.

윤 전 대통령은 영장심사 말미에 최후 진술을 하면서 “지금 아무도 나한테 오려고 하지 않는데 누구의 진술을 압박하고 무엇을 하겠느냐”는 취지로 말했다고 한다. 남 판사는 윤 전 대통령에게 경호원들에 총을 보여주라는 말을 한 적이 있느냐는 취지로 물었고, 윤 전 대통령은 “그런 말을 한 적이 없다”고 답한 것으로 전해졌다.

● 尹, 곧장 서울구치소 독거실 재수감

이로써 특검은 윤 전 대통령의 신병을 확보한 상태에서 외환 의혹 수사를 이어갈 수 있게 됐다. 법원은 앞서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과 노상원 전 국군정보사령관, 여인형 전 국군방첩사령관 등 내란 혐의 주요 피의자의 구속을 연장한 바 있다.

윤 전 대통령은 영장심사를 마친 뒤 법무부 교정당국이 마련한 호송차를 타고 경기 의왕시 서울구치소 대기실로 향했다. 앞서 2017년 3월 뇌물수수 혐의 등으로 구속영장 실질심사를 받았던 박근혜 전 대통령은 법원 옆 건물인 서울중앙지검 청사 대기실에서 영장심사 결과를 기다렸다. 하지만 윤 전 대통령에겐 그러한 전직 대통령 예우는 없었다.

구속영장 발부 소식을 확인한 윤 전 대통령은 간단한 신체검사를 받은 뒤 입고 있던 양복을 비롯한 소지품을 교정당국에 반납했다. 수의로 갈아입은 윤 전 대통령은 이름과 수인(囚人)번호가 적힌 카드를 들고 정면과 좌·우측 뒷면 사진인 ‘머그샷’을 촬영한 뒤 구치소 독거실에 수감됐다. 올 3월 8일 법원의 구속 취소 결정으로 석방된 지 4개월 만이었다.

#구속영장#내란특검#증거인멸#서울구치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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