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이 5일 한덕수 전 국무총리가 ‘대통령 몫’으로 지명한 이완규 함상훈 헌법재판관 후보자에 대한 지명을 철회했다. 4월 8일 당시 대통령 권한대행이던 한 전 총리가 이들을 지명한 지 58일 만이다. 헌정 사상 처음으로 대통령 권한대행으로서 대통령 몫 헌법재판관을 임명해 헌재의 구도를 재편하려던 시도가 새 정부 출범 이틀 만에 백지화된 것이다.
강유정 대통령실 대변인은 이날 용산 대통령실 브리핑에서 “이 대통령이 한 전 국무총리가 권한 없이 임명한 이완규 함상훈 헌법재판관 지명을 철회했다”고 밝혔다. 3월 헌법재판소의 탄핵 기각으로 대통령 권한대행직을 다시 맡은 한 전 총리는 윤석열 전 대통령 파면 직후 문형배 전 헌재소장 직무대행과 이미선 전 헌법재판관의 후임으로 이 법제처장과 함 서울고법 부장판사를 지명했다.
하지만 헌재는 지명 8일 후인 4월 16일 “권한대행의 재판관 지명은 임명권 남용 소지가 있다”며 효력정지 가처분을 전원일치로 인용해 이들에 대한 임명 절차가 중단됐다. 윤 전 대통령과 사법연수원 동기로 친분이 두터운 이 법제처장은 이날 이 대통령이 취임 후 처음 주재한 국무회의에 참석했다.
이 대통령은 현 ‘7인 체제’ 공백을 해소하기 위해 대통령 몫 신임 헌법재판관 후보자 2명에 대한 지명 절차에도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李, 헌법재판관 2인 지명땐 진보 우위로 재편 전망
[이재명 시대] ‘韓의 헌법재판관 지명’ 철회 李대통령, 새 헌재소장 임명할 듯
이 대통령이 취임 이틀 만에 헌법재판관 지명을 철회한 건 헌재 구도가 보수 우위로 바뀌는 것을 막고 헌재 7인 체제 해소에 속도를 내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대통령 권한대행의 헌정 사상 초유의 ‘대통령 몫’ 재판관 지명에 따른 위헌 논란이 불거졌던 가운데 이 대통령의 지명 철회로 헌재는 진보, 보수 성향 재판관이 각각 2명으로 유지됐다.
이 대통령은 이날 오전 10시부터 오후 1시 50분까지 3시간 50분간 진행된 국무회의를 마친 후 이 같은 결정을 내렸다. 강유정 대통령실 대변인은 이날 오후 브리핑에서 한덕수 전 국무총리의 대통령 몫 재판관 지명과 관련해 “권한이 없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문재인 전 대통령이 임명했던 문 전 소장 직무대행과 이미선 전 재판관이 4월 18일 퇴임한 가운데 이 대통령은 원점에서 후보군을 재검토해 대통령 몫 재판관 2인을 다시 지명하는 절차에 속도를 낼 것으로 관측된다. 정치권과 법조계 일각에선 지난해 조한창 정계선 마은혁 재판관과 함께 하마평에 올랐던 김성주 광주고법 판사 등이 거론된다.
이 대통령은 새 헌재소장 임명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헌재소장은 국회의 동의를 받아 재판관 중에서 대통령이 임명하도록 돼 있다. 현재 헌재소장 권한대행은 헌재 재판관 중 가장 선임자인 김형두 재판관이 맡고 있다.
한 전 총리는 탄핵소추 기각 결정으로 3월 두 번째 대통령 권한대행직을 맡은 지 2주 만에 2인의 재판관 지명을 발표하면서 보수 진영의 대권 주자로 급부상하기도 했다. 당시 더불어민주당은 한 전 총리의 재판관 지명을 위헌적 월권행위로 규정하고 강하게 반발했다. 당 대표였던 이 대통령도 당시 “한덕수 대행이 자기가 대통령이 된 걸로 착각한 것 같다. 토끼가 호랑이 굴에 들어간다고 호랑이가 되는 건 아니다”라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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