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7 정상회의] G7서 한일 정상 30분 첫 회담
첫 만남서 위기 공동 대응 강조… 과거사 부각보단 미래 협력 의지
대통령실 “한일 정상, 자주 오갈 것”
이시바에 오른쪽 상석 양보 웃음꽃도
이재명 대통령(뒷줄 가운데)이 17일(현지 시간) 캐나다 앨버타주 캐내내스키스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장에서 G7 및 초청국 정상들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단체사진 뒷줄 왼쪽부터 시계 방향으로 스콧 베선트 미국 재무장관, 아제이 방가 세계은행 총재,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유럽연합(EU) 집행위원장, 키어 스타머 영국 총리, 이 대통령, 시릴 라마포사 남아프리카공화국 대통령,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 안토니우 코스타 유럽연합(EU) 정상회의 상임의장, 조르자 멜로니 이탈리아 총리,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 시우바 브라질 대통령,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 마크 카니 캐나다 총리,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 클라우디아 셰인바움 멕시코 대통령, 앤서니 앨버니지 호주 총리, 프리드리히 메르츠 독일 총리. 캐내내스키스=송은석 기자 silverstone@donga.com
“한일 관계가 여전히 협력 관계를 향해 나아간다는 명확한 시그널이 주어졌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17일(현지 시간) 캐나다에서 열린 한일 정상회담을 마치고 기자들과 만나 “새 정부의 대일(對日) 정책이 어떤 방향으로 갈 것인지 의문이 있을 수 있다”면서 이렇게 설명했다. 첫 만남부터 양 정상이 통상·안보 등 지정학적 위기에 대한 공동 대응 필요성을 강조하면서 정상 간 상호 방문(셔틀 외교), 한미일 공조 강화 등 기존 한일 협력 흐름을 이어가겠다는 점을 분명히 한 것이다. 특히 과거사 문제를 부각하는 대신 잘 관리하자는 데 양측이 공감하면서 이재명 정부 ‘실용 외교’의 방향이 구체화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 “韓日 정상 오가는 일 빈번하게 있을 것”
이재명 대통령이 17일(현지 시간) 캐나다 앨버타주 캐내내스키스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장에서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와 한일 정상회담을 하고 있다. 2025.06.18. [카나나스키스(캐나다)=뉴시스]이재명 대통령과 이시바 시게루(石破茂) 일본 총리는 이날 30분간 진행된 회담에서 셔틀 외교 재개에 대한 의지를 재확인했다. 윤석열 정부 때인 2023년 한일 관계 개선 차원에서 12년 만에 복원된 정상의 상호 방문을 올해도 지속하겠다는 것이다. 앞서 2004년 노무현 대통령과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 총리의 합의로 시작된 셔틀 외교는 2011년 이명박 당시 대통령의 방일을 마지막으로 끊겼다가 2023년 3월 한미 정상회담을 기점으로 복원됐다.
올해가 국교 정상화 60주년인 만큼 한일 정부는 하반기에 양 정상이 번갈아 가며 상대국을 방문하는 일정을 본격 조율할 방침이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도 “서로 오고 가는 일이 빈번하게 있을 것으로 예상한다”고 했다.
대통령실은 북한 문제를 언급하지 않았던 9일 한일 정상 통화 때와 달리 이날 회담 보도자료엔 한미일 공조의 목적이 ‘북한 문제를 포함한 여러 지정학적 위기에 대응해 나가기 위함’이라고 명시했다. 북한의 핵·미사일 고도화에 대한 정부의 우려를 우회적으로 담은 것. 일본 외무성은 회담 자료에 “핵·미사일 문제 및 납치 문제를 포함한 대북 대응에 있어서 앞으로 계속 일한(한일), 일한미(한미일)가 공조해 가기로 했다”며 대북 대응을 보다 구체적으로 언급했다.
이날 과거사 문제가 양국의 회담 자료에 언급되지 않은 점도 한일 관계 개선에 대한 양측의 적극적인 의지가 반영된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이 대통령은 이날 모두발언에서 “작은 차이들, 의견의 차이들이 있지만 그런 차이를 넘어서서 여러 면에서 서로 협력하고 서로에게 도움 되는 관계로 발전해 나가기를 기대한다”고만 했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과거의 문제는 잘 관리해 나가고 협력의 문제를 더 키워 미래지향적인 관계를 꾸려 나가자는 데 대체로 공감을 이뤘다고 봐도 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과거사 문제를) 덮어두자는 것은 아니다”라며 “과거의 문제는 과거 문제대로 논하지만, 과거 문제가 현재와 미래의 협력을 저해하지 않도록 잘 관리한다는 입장”이라고 부연했다.
● 이시바 총리에게 ‘상석’ 배려한 李
이번 회담을 통해 이재명 정부의 대일 외교 불확실성에 대한 일본 정부 내 우려도 상당 부분 해소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일본 아사히신문은 이날 일본 정부 내에서는 회담 직후 첫 대면치고는 “온화한 회담이었다”며 안도하는 분위기가 퍼지고 있다고 보도했다. 다만 일각에선 향후 강제동원 피해자 ‘제3자 변제’ 해법이나 독도 문제 등 과거사 각론이 현안으로 부각될 경우 정부의 대일 외교 기조가 본격적인 시험대에 오를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한국이 이날 회담의 호스트(주최국)를 맡은 가운데 이 대통령은 회담장 왼편에 놓인 일장기 앞에 서서 이시바 총리를 맞은 것도 눈길을 끌었다. 국기 위치를 살피던 이시바 총리는 이 대통령과 자리를 바꿔 일장기 앞에 섰다가 참모들의 권유로 웃으며 태극기 앞으로 다시 원위치하는 해프닝이 빚어지기도 했다. 통상 회담 주최국은 양국이 번갈아 맡는다.
대통령실은 “양자회담에서 대다수 국가는 자국이 호스트일 때는 국기 배치는 상석(오른쪽)을 양보하지 않는다”며 “정상 자리 배치는 손님을 배려하는 차원에서 호스트 국가의 정상이 타국 정상에게 상석인 오른쪽 자리를 양보해 온 것이 그동안의 관례”라고 설명했다. 태극기는 상석인 오른쪽에 두고 정상 위치만 이시바 총리에게 양보하면서 이 대통령이 일장기 앞에, 이시바 총리가 태극기 앞에 앉아 회담하게 됐다는 것. 대통령실 관계자는 “양 정상 자리가 뒤바뀐 게 외교 관례대로 문제가 없다는 의미”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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