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리 후보자 인사청문회 이틀째
野 “현금 6억 장롱에 쌓아둬” 언급에… 金 “제2의 논두렁 시계 프레임” 역공
‘배추농사 투자 月450만원 수익’에… 野 “300평에 석달하면 370만원”
野 “자료 내야 복귀” 청문회 파행
김민석 국무총리 후보자가 25일 국회에서 열린 2일차 인사청문회에서 서류를 정리하고 있다. 김 후보자는 이날 재산 증식 의혹과 관련해 “제2의 논두렁 시계로 표현할 수 있는 식으로 프레임을 만들었다”고 반발했고, 국민의힘은 “도덕성도 능력도 부족한 총리 후보자는 이제 사퇴해야 한다”고 압박했다. 이훈구 기자 ufo@donga.com
김민석 국무총리 후보자의 인사청문회가 각종 의혹을 해소하지 못하고 자질 논란만 남긴 채 파행 끝에 25일 마무리됐다. 청문회 전부터 김 후보자의 재산 증식 의혹 등이 이어졌으나 증인과 참고인 없이 청문회가 진행된 데다 김 후보자가 관련 자료 제출을 거부하면서 제대로 된 검증이 이뤄지지 않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증인과 참고인 없이 총리 인사청문회가 열린 건 2000년 인사청문회 제도가 도입된 이래 처음이다.
국민의힘은 김 후보자가 청문회 과정에서 국가채무비율 등에 대해 답하지 못한 것을 두고 “국민 검증에서 탈락했다”며 사퇴를 요구했다. 하지만 김 후보자는 재산 증식 의혹 등에 대해 “제2의 논두렁 시계식 프레임”이라고 맞섰다. 2009년 검찰의 노무현 전 대통령 수사 당시 불거진 이른바 ‘논두렁 시계’ 사건에 빗대 역공한 것이다.
국민의힘 최수진 원내대변인은 “배추 농사와 장모 2억 원, 국가채무비율만 남은 청문회가 됐다”고 평가했다. 민주당은 6월 임시국회가 끝나는 7월 4일 이전에 김 후보자의 인준 동의안을 의결하겠다고 예고하며 단독 의결 가능성을 열어놨다.
● 金 “정치 검사식 조작”
김 후보자의 청문회 2일차인 25일에도 청문회장에선 고성과 비방이 오갔다. 김 후보자는 각종 의혹 제기에 대해 전날보다 날 선 대응으로 역공에 나섰다. 김 후보자는 국민의힘 주진우 의원이 재산 증식 의혹을 제기한 데 대해 “정치 검사들의 조작질이라는 표현밖에 쓸 수가 없다”고 했다.
김 후보자는 주 의원이 페이스북 등에 ‘김 후보자가 현금 6억 원을 장롱에 쌓아놓고 있었다’는 취지로 언급한 것을 두고 “공개된 자료만으로도 한 해 6억 원을 장롱에 쌓아뒀다고 볼 수는 없는데, 일부에서는 이를 사실인 것처럼 몰아간다”며 “제2의 논두렁 시계라고 표현할 수 있는 프레임을 만들고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납부해야 할 것은 다 냈고, 털릴 만큼 털렸다고 생각한다”고도 했다.
김 후보자의 ‘배추 농사’ 투자도 이틀째 도마에 올랐다. 김 후보자는 전날 인사청문회에서 미국 유학 당시 강모 씨에게 월 450만 원씩 지원받은 데 대해 “강 씨가 배추 관련 농사에 투자하면 거기서 수익이 생겨 학비에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국민의힘 김희정 의원은 이날 “도대체 얼마를 배추에 투자한 거냐”고 물었다. 이에 김 후보자가 “지금은 따로 살고 있는 애들 엄마가 2억 원을 투자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답하자, 김 의원은 “농업기술센터에 문의한 결과 배추 농사가 석 달이 한철인데, 300평에 석 달을 (농사) 하면 370만 원을 받을 수 있다고 한다”고 지적했다.
국민의힘이 김 후보자가 장모에게서 지원받은 약 2억 원에 대한 증여세 등 추가 자료 제출을 요구한 것에 대해서도 김 후보자는 주 의원이 ‘6억 원 장롱’ 발언을 먼저 철회해야 자료를 제공할 수 있다고 역공을 폈다. 그는 “관련된 게시글을 내려주고, 해당 정당의 현수막에서 철거해줄 것을 직접 요청한다”며 “그런 것을 지켜보면서 제가 추가적인 자료 제공 여부를 판단하겠다”고 했다.
인사청문특위 국민의힘 간사인 배준영 의원은 김 후보자의 자료 제출 거부에 “참을 만큼 참았다”며 “후보자는 인사청문회 자체를 능멸하고 있다”고 했다. 이어 국민의힘 위원들이 이날 오후 기자회견을 열고 “김 후보자가 재산 증빙 등 자료를 제출하면 청문회에 복귀하겠다”고 밝히면서 청문회가 파행했다.
● 與 “여야 합의 안 되면 7월 4일 이전 의결”
국민의힘은 “도덕성도 능력도 부족한 총리 후보자는 이제 사퇴해야 한다”고 압박했다. 송언석 원내대표는 “김 후보자는 출처 불명의 수억 원대 수입에 대해 단 하나의 증빙 자료도 제출하지 못하고 얼버무리기식 해명으로 일관했다”며 “말로는 ‘IMF보다 더 힘든 위기’라면서 실상은 국가채무 상황도 모르는 인물이 총리 자격이 있느냐”고 말했다.
민주당은 ‘국정 안정’을 강조하며 다음 달 4일까지는 인준을 마무리짓겠다는 방침이다. 인사청문특위 여당 간사 김현 의원은 “여야 합의가 안 되면 이달 30일이나 추가경정예산안(추경) 처리 시점인 다음 달 4일 이전까지는 의결하겠다는 계획”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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