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질에 깨진 ‘현역의원 불패’…‘보좌진-장관 갑질’에 한달만에 백기

  • 동아일보
  • 입력 2025년 7월 23일 16시 4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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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선우 여성가족부 장관 후보자 지명서 사퇴까지

강선우 여성가족부 장관 후보자가 14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여성가족위원회의 인사청문회에서 의원 질의를 듣고 있다. 2025.07.14.뉴시스
강선우 여성가족부 장관 후보자가 23일 자진 사퇴 의사를 밝혔다. 지난달 23일 이재명 대통령으로부터 지명된 지 30일 만이다. ‘보좌진 갑질’ ‘장관 갑질’ 등 의혹에 진보 진영은 물론, 더불어민주당 내 보좌진 등의 반발이 이어지자 끝내 낙마한 것이다. 그는 현역 국회의원 신분으로 돌아갔다. 2005년 장관 후보자 대상 인사청문회 제도가 도입된 후 현역 의원이 장관 후보자에서 낙마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 ‘보좌진 갑질’ 등 의혹에 30일 만에 낙마

강 의원은 이날 페이스북을 통해 “많이 부족하지만, 모든 것을 쏟아부어 잘해 보고 싶었다. 그러나, 여기까지였던 것 같다”며 “큰 채찍 감사히 받아들여 성찰하며 살아가겠다”고 밝혔다. 하루 전날 이 대통령이 국회에 강 의원에 대한 인사청문 경과보고서를 24일까지 보내달라고 요청하면서 임명 강행 수순을 밟는다고 생각했던 만큼 ‘깜짝 발표’에 가까웠다.

강 의원을 향한 각종 의혹은 지명 이후 이달 14일 시작된 국회 인사청문회가 가까워지면서 눈덩이처럼 불어났다. 낙마의 결정적 계기는 보좌진을 향한 갑질 의혹이었다. 강 의원의 전직 보좌진은 언론에 “강 의원이 자택 변기에 문제가 생겼다며 살펴보라고 지시했다” “집에 쓰레기가 모이면 일상적으로 (보좌진에게) 갖고 왔다”는 등의 취지로 폭로했다.

이에 대해 강 의원 측은 갑질 논란과 관련해 “(허위사실을 제보하고 있는) 전직 보좌진은 극심한 (내부) 갈등과 근태 문제 등을 일으켰던 인물”이라고 주장했으나 이후 ‘2차 가해’ 논란까지 불거지며 의혹은 쉽게 가라앉지 않았다.

해명이 달라지는 것에 대한 시선도 곱지 않았다. 강 의원은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쓰레기 분리배출 지시 여부에 대해 “전날 먹던 음식을 먹으려다 차에 남겨 놓은 것”이라고 했고, 비데 수리 지시 의혹에 대해선 “조언을 구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하지만 의혹을 부인하던 기존 입장과는 달라진 해명을 내놓았다는 비판이 거세졌다.

● ‘文정부 장관에 갑질’ 의혹까지

최근에는 문재인 정부 당시 자신의 지역구 사업을 해결하기 위해 여성가족부 장관에게 ‘갑질’을 했다는 폭로도 제기됐다.

문재인 정부에서 여가부 장관을 지낸 정영애 전 장관은 20일 주변에 전달한 글에서 “(재임 당시 강 의원에게) 지역구 민원 해결 못 했다고 관련도 없는 예산을 삭감하는 갑질을 당했다”고 주장했다.

강 의원이 자신의 지역구에 성폭력 피해자 지원센터를 설치해 달라고 여가부에 요구해 상황상 어렵다고 답하자 “하라면 하는 거지, 무슨 말이 많냐”고 화를 내며 여가부 예산을 삭감했다는 것. 정 전 장관은 이 글에서 “갑질을 하는 의원을 다시 여가부 장관으로 보낸다니 정말 기가 막힌다”고 했다.

강 의원이 국회의원에 처음 당선된 2020년부터 올해까지 5년간 보좌진을 46차례 교체했다는 의혹도 나왔었다. 강 의원 측은 “46명이 아닌 28명”이라고 해명했지만 28명도 많은 숫자라는 지적이 이어졌다.

● 진보 진영도, 與보좌진도 ‘임명 반대’

강 의원의 낙마를 두고 진보 진영의 반대가 큰 부담이었다는 분석도 나온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노총)은 21일 “직장 내 약자에게 부적절한 언행을 하고 그 사실을 은폐하거나 왜곡하려 했다는 의혹은 공직자로서의 자격에 중대한 결함이 있음을 보여준다”며 “강 후보자 지명을 철회하라”고 요구했다.

이에 앞서 민주당보좌진협의회(민보협) 역대 회장단도 입장문을 내고 강 의원에 대해 “후보자의 입장은 해명이 아닌 거짓 변명에 불과했고, 감성팔이와 본질을 벗어난 자기방어에만 급급했다”며 “즉각 국민 앞에 진정성 있는 사과를 하고, 장관 후보직에서 자진 사퇴함으로써 최소한의 책임을 져야 할 것”이라고 했다.

강 의원이 자진 사퇴 결심을 굳힌 이유는 여론의 거센 반발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이 대통령이 20일 ‘제자 논문 표절’ 의혹이 불거진 이진숙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후보자를 지명 철회하면서 사실상 인사 실패를 인정했음에도 불구하고, 최근 일부 여론조사에서 이 대통령과 민주당의 지지율이 떨어지는 것으로 나왔다.

여기에 우상호 대통령정무수석비서관이 “(이 대통령의 강 의원 임명 절차) 결정에 가장 영향을 많이 미친 것은 여당 지도부의 의견이었다”고 밝힌 것도 부담이었다는 분석도 나온다. 여권의 한 관계자는 “국회에 강 의원에 대한 인사청문 경과보고서를 요청하며 제시한 24일이라는 시한이 결국 민주당의 결단을 요구하는 마지노선이었던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 與 의원들까지 결단 촉구

이런 가운데 같은 민주당 의원들도 강 의원의 사퇴를 촉구했다. 민주당 김상욱 의원은 강 의원이 사퇴하기 전 YTN 라디오에 출연해 “제 개인적인 생각에는 국민 수용성 부분에 있어서는 과락(科落) 점수를 받는 상태가 아닌가”라며 “국민들이 못 받아들인다면 국무위원 자격에서는 하자가 생기는 것”이라고 했다.

당권에 도전 중인 민주당 박찬대 의원도 강 의원의 자진 사퇴 발표 직전 페이스북을 통해 “동료 의원이자 내란의 밤 사선을 함께 넘었던 동지로서 아프지만 누군가는 말해야 하기에 나선다”며 “이재명 정부의 성공을 위해 어렵고 힘들지만 결정해야 한다. 강 후보자가 스스로 결단을 내려야 한다”고 자진 사퇴를 요구했다.
#여성가족부#보좌진 갑질#인사청문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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