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희숙 국민의힘 혁신위원장이 17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비상대책위원회의 참석을 마치고 나서며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뉴스1
국민의힘 의원총회가 23일 오전과 오후 연달아 열렸지만, 혁신안에 대한 결론을 내지 못하고 공회전만 반복했다.
이날 의총에선 이재명 정부의 장관 인선에 대한 장외 투쟁이 먼저라는 의견이 여러 의원들 입에서 나온 반면, 혁신안에 대해선 구체적 대안 없이 숙고하자는 의견이 주를 이뤘다.
●국힘 “혁신안보단 대여 공세 집중”
윤희숙 혁신위원장은 ‘최대한 빨리 추가 의총을 열어 혁신안 1안(계엄·탄핵 등에 대한 ‘대국민 사죄문’ 당헌·당규에 수록)이라도 수용하자’는 의견을 내놨지만, 이마저도 결정을 내리지 못한 채 빈손으로 국민의힘 의총이 마무리됐다.
국민의힘 박성훈 수석대변인은 이날 오후 국민의힘 의총이 종료된 뒤 브리핑에서 “오늘 의총에선 구체적인 혁신안을 모두 꺼내놓고 말한 것은 아니고 국민 눈높이에 맞추기 위해 어떻게 해야 하는지 큰 틀에서 얘기(가 오갔다)”고 했다.
박 대변인은 “(혁신안에 대해) 내부적으로는 논의를 이어나갈 수 있겠지만, 지금은 부적절한, 국민 눈높이에 맞지 않는 (이재명 정부의) 장관 인선에 대한 문제 제기, 이런 부분들이 우선 순위가 되어야 한다는 의원들의 말이 있었다”고 했다.
혁신안에 따른 내부 갈등보다는 이 정부 장관 인선 등을 향한 대여(對與) 공세에 집중하자는 뜻이 국민의힘 의총에서 주류 의견이었던 것으로 풀이된다.
박 대변인은 “오전엔 의원들을 대상으로 당 사무총장이 혁신안을 보고하는 것이 예정돼 있었는데, 선거관리위원회 업무로 참석 못 했고 오후에 (윤희숙) 혁신위원장이 와서 개별적으로 질문받겠다고 했는데 의원들이 개별적 안에 대해서 질문하진 않았다”며 “(인적쇄신에 대한 논의도) 전혀 없었다”고 했다.
의총 종료 후 취재진과 만난 윤 위원장은 이날 의총이 빈손으로 종료된 것에 대해 안타까움을 내비쳤다. 윤 위원장은 “오늘 참석한 의원들에 혁신안 1안에 대해 마지막 기회로 삼고 국민에게 진솔하게 사죄하지 않으면 다시는 우리에게 기회가 열리지 않는다고 호소했다”고 강조했다. 윤 위원장은 “의총에서 1안에 대해 직접적인 반대 의견보다는 ‘숙의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있었다”며 “혁신안을 발표한 지 거의 2주가 됐는데, (아직 결론을 내리지 못한 것에 대해)개인적으로 상당히 아쉽다”고 했다.
‘대여 공세에 먼저 집중하자’는 당내 의견에 대해서도 반대의견을 분명히 했다. 윤 위원장은 “저희가 무슨 이야기를 해도 (국민들이) 잘 들어주지 않는다. 절절하게 사죄하는 모습, 과거와 정말 단절하겠다는 것을 인정받지 않으면 나머지 모든 활동이 국민에 얼마나 닿을지 회의적이다”고 했다.
●윤희숙 “사죄 없이 무슨 말 해도 국민 안 들어”
송언석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 겸 원내대표가 이달 11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 임종득 국민의힘 의원 사무실 앞에서 해병대원 특검팀의 임 의원실 압수수색을 규탄하며 발언하고 있다. 뉴스1
이날 국민의힘 의총은 오전 윤 위원장이 참석하지 않은 채 혁신안에 대해 논의조차 못하고 1차로 종료됐다. 당 지도부는 윤 위원장이 의총에 참석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지만, 윤 위원장은 ‘의총에 참석한다고 답하고 당사 사무실에서 기다리고 있었다’고 해 혁신위와 국민의힘 간 불협화음이 극에 달했다는 평가가 나왔다.
앞서 혁신위는 국민의힘 혁신안으로 △계엄·탄핵 등에 대한 ‘대국민 사죄문’ 당헌·당규에 수록 △당 대표 단일지도체제 채택 및 최고위원제 폐지 △당원 주도 인적 쇄신을 위한 당원소환제 도입 등의 3가지 안을 우선 제시했다.
일각에선 다음 달 22일 열리는 전당대회 전에 국민의힘 혁신안이 수용되지 못해 표류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윤 위원장이 당의 중진들을 인적 쇄신 대상으로 지목했고 쇄신 대상 의원들이 강하게 반발하고 있기 때문이다.
더욱이 전당대회를 둘러싸고 당 대표 후보자들간 이전투구 양상이 벌어지며 당의 전반적인 재건 목적으로 추진되는 전당대회와 혁신안이 오히려 당의 발목을 잡을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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