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1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전국 시·도지사 간담회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대통령실 제공
더불어민주당 한정애 정책위의장이 11일 주식 양도소득세 과세 대상이 되는 대주주 기준을 현행 50억 원에서 10억 원으로 강화하는 세제 개편안과 관련해 “(현 기준을) 건드리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의견을 (전날 고위당정협의회에서) 정부에 제시했다”고 말했다. 정청래 대표의 지시로 당내 의견을 수렴해온 한 정책위의장이 현행 기준을 유지해야 한다고 공개적으로 밝힌 것.
이날 대통령실 관계자도 “당에서 입장을 낸 대로 현행 기준을 유지하는 쪽으로 가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전날 고위당정에서 정부는 “조금 더 추이를 보면서 논의하자”며 결정을 미뤘지만 여당과 대통령실은 사실상 증세를 철회하는 수순을 밟는 것으로 풀이된다. 한 정책위의장은 “다음 달 고위당정 전까지 (기준을) 정리해야 할 것”이라고도 했다.
● 與 “큰 흐름 바꾸려는데 메시지 충돌”
한 정책위의장은 이날 오전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지금 우리가 자본 시장의 흐름을 바꾸려는 것 아니냐”며 “큰 흐름을 바꾸려고 하면 크게 해야 하는데 지금은 메시지가 충돌한다”고 말했다. 이재명 정부가 추진하는 ‘코스피 5000’ 목표를 달성하려면 정책의 일관성을 맞춰야 하는 만큼 주식 양도세 기준은 현행을 유지하는 게 맞는다는 취지다.
이에 앞서 정 대표는 주식 양도세 강화를 둘러싼 당내 논란이 가열되자 함구령을 내리고 한 정책위의장에게 의견 수렴을 지시했다. 당내에선 주식 양도세 과세 대상을 10억 원으로 강화하는 정부안에 찬성하는 의견도 있었으나 이날 한 정책위의장이 당의 입장은 과세 철회로 정리했음을 공표한 것이다.
한정애 더불어민주당 정책위의장이 7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정책조정회의에서 모두 발언을 하고 있다. 2025.8.7/뉴스1
한 정책위의장은 “지금 주식 시장에 들어온 투자자 외에 금, 부동산 투자하는 분들 등을 유인해 기업이 자본 시장을 통해 자본을 제대로 조달받을 수 있게 한다면 결국 기업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며 “우리도 일반회계(예산)를 써서 기업을 지원하는 것을 줄일 수 있다”고도 했다. 당 관계자는 “시장 안에 있는 사람들의 반발만 고려하는 게 아니라 시장 바깥에 있는 사람들이 시장으로 뛰어들게 하는 데 칸막이를 높이면 안된다는 것”이라고 했다.
대통령실은 전날 고위당정에서 별도 입장을 내진 않았지만 현행 기준을 유지하는 방안에 사실상 동의하는 입장인 것으로 전해졌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당의 입장은 대통령실과도 조율된 입장으로 보면 된다”고 했다. 전날 박수현 수석대변인은 기자들과 만나 “당정 간 긴밀하게 논의하고 조율했다”고 했었다.
대통령실은 6·27 부동산 대출 규제 대책 이후 주춤하던 부동산 시장이 ‘서울 집값’을 중심으로 최근 반등 기미를 보이면서 자본 흐름을 부동산이 아닌 주식 시장으로 돌리기 위한 정책의 필요성이 더 커졌다고 판단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또 다른 대통령실 관계자는 “대통령이 ‘코스피 5,000’ 공약을 내놓고 자산 시장의 포트폴리오를 바꾸겠다는 입장을 밝히지 않았냐”며 “주식 시장이 가야 할 (과세 완화) 방향성도 명확한 것”이라고 했다.
● 정부 “추가 협의”…與 “한 달 내 정리해야”
한 정책위의장은 전날 고위당정에서 결론내지 못한데 대해선 “당과 정부의 의견이 합치가 안 돼 논의를 더 하자는 것”이라고 전했다. 기획재정부는 주식 양도세 기준을 신중하게 검토하겠다는 입장이다. 기재부 관계자는 “여당에서 (기존대로 유지해야 한다는) 의견을 줬고, 당초 과세 형평성 차원에서 기준을 강화하려던 취지까지 다 고려해서 내부적으로 들여다보고 있다”며 “추가적인 협의를 거쳐 결정하겠다”고 말했다. 주식 양도세 과세 기준 강화는 윤석열 정부의 부자 감세를 정상화한다는 취지였던 만큼 이를 철회하기 위해서는 설득력 있는 명분을 찾아야 한다는 것.
당에서는 한 달 내로 당정의 최종 입장을 결정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한 정책위의장은 “고위당정을 한 달에 한 번 하는데, 다음 당정 전까지는 정리해야 하지 않나 싶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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