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과 부인 김혜경 여사가 23일 경기 성남시 서울공항에서 한일정상회담 참석을 위해 공군 1호기에 올라 인사하고 있다. 송은석 기자 silverstone@donga.com이어 “이미 ‘김대중-오부치 선언’을 통해 한일 양국이 경제, 문화, 사회, 인적 교류 등 제반 분야에서 협력을 확대해 나갈 수 있는 길을 닦아 왔다”며 “과거를 직시하되 미래로 나아가자. 평화와 번영을 위해 한일 양국이 긴밀히 협력하는 뜻깊은 한 해가 되길 바란다”고 했다.
이 대통령은 첫 해외순방국으로 일본을 선택했다. 한국 대통령이 미국이 아닌 일본을 먼저 찾는 것은 다소 이례적인 일이다. 이와 관련해 이 대통령은 “이시바 총리와는 취임 후 가장 먼저 통화했고, G7 회의에서도 가장 먼저 양자 회담을 하며 조속한 셔틀 외교 재개에 뜻을 같이 했다”며 “그 뜻을 실천으로 옮기고자 외교 관행에 얽매이지 않고 일본행을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번 기회에 김대중-오부치 선언을 잇는, 그리고 좀 더 나아가서는 그것을 넘어서는 새로운 한일관계에 관한 공동의 선언, 그리고 그에 따른 진정한 새로운 한일관계, 발전적이고 또 미래지향적인 한일관계를 한번 만들어 보고 싶다”고 강조했다.
이 대통령은 한일 간 과거사 문제와 관련해서는 “한일 양국은 오랜 기간 굴곡진 역사를 공유해 왔다”며 “해결에 이르지 못한 여러 문제가 남아 있는 것도 사실”이라고 말했다.
이어 “다만 문제에 너무 매몰되어서는 안 된다. 현실을 인정하고, 서로 존중하고, 서로에게 도움되는 일은 최대한 극대화하는 방향으로 나아갈 필요가 있다”며 “사실을 정확하게 직시하고 서로에게 상처가 되지 않는 범위 내에서 해결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앞으로 우리가 만들어 나갈 역사가 어떤 모습이기를 바라는지에 대해 깊이 고민하는 것이 미래지향적인 자세”라고 덧붙였다.
이 대통령은 위안부 및 강제 징용 문제에 대한 기존 합의를 계승하겠다는 뜻도 밝혔다. 이 대통령은 “강제징용과 위안부 문제는 대표적인 과거사 문제이고, 또 국민으로서 매우 가슴 아픈 일”이라며 “이는 경제적 문제이기 전에 진실과 감정의 문제이기 때문에 사실을 인정하고 사과하며, 진심으로 위로하는 과정이 훨씬 더 중요하다. 배상의 문제는 오히려 부수적인 문제”라고 했다.
이어 “한편으로는 국가 간 관계에서 신뢰와 정책의 일관성은 매우 중요하다”며 “전임 대통령도 또 전임 정권도 국민이 뽑은 국가의 대표여서 그들이 합의하거나 이미 한 국가 정책을 쉽게 뒤집을 수는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다만 국가 정책에 대한 대외 신뢰를 고려하는 동시에 피해자분들과 유족들의 입장도 진지하게 고려해야 한다”며 “장기적인 시각에서 더 근본적인 문제의식을 가지고 더 인간적인 깊은 고려 속에서 이 문제를 논의하면 좋겠다. 사과는 상대의 다친 마음이 치유될 때까지 진지하게 진심으로 하는 게 맞다”고 했다.
이재명 대통령이 17일(현지 시간) 캐나다 앨버타주 캐내내스키스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장에서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와 한일 정상회담에 앞서 악수하고 있다. 2025.06.18. [카나나스키스(캐나다)=뉴시스]한일 경제협력 강화에 대해서는 “한일은 지금까지의 무역, 투자, 교류 정도의 협력 수준을 넘어서는 획기적인 경제협력 관계를 만들어 나갈 필요가 있다”며 “동아시아를 포함한 태평양 연안국들의 경제협력기구를 확고하게 만들어 나가는 일도 이제는 진지하게 논의해야 할 때가 됐다”고 밝혔다.
이 대통령은 “이를 위해 정상 차원 셔틀 외교는 물론, 통상, 경제안보, 공급망, 신에너지, 기후변화 등 핵심 분야별로 정부 간 협력을 추진하는 한편 민간 차원의 실질 교류·협력도 적극 지원해 나갈 계획”이라며 “통상환경 변화에 대응헤 양자 채널뿐 아니라 한미일, 한일중, 아세안+3(ASEAN+3), 인도태평양경제프레임워크(IPEF) 등 다자 및 소다자 채널도 적극 활용해 나갈 계획”이라고 했다.
이 대통령은 일본산 수산물 수입금지 조치 해제 요구와 관련해서는 “우리 국민의 일본 수산물에 대한 신뢰 회복이 우선”이라고 강조했다. 한일 간 출입국 절차 간소화 영구화 여부에 대해서는 “인적 교류 활성화라는 제도의 운영 취지에 공감한다”면서도 “아직 영구적인 운영에 대해 일본 측과 합의하거나 검토한 바는 없다. 한일 간 인적 교류 활성화를 위해 일본 측과 지속적으로 소통할 예정”이라고 했다.
일본 정부가 최우선 과제로 내건 납북 피해자 문제와 관련해서는 “인도주의 차원에서 꼭 해결되어야 할 사안”이라며 “북한과 관련된 다양한 의제를 논의하기 위해서라도 대화 복원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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