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력 말고 돈만 원해” 美현대차-LG 급습 이면엔 ‘일자리 갈등’

  • 동아일보
  • 입력 2025년 9월 7일 17시 0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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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노조-MAGA “무허가 노동자가 일자리 빼앗아”
韓 기업 “현지 인력만으론 살아남기조차 어려워”
강훈식 “석방교섭 마무리…전세기 출발한다”

미국 이민당국이 4일(현지시간) 조지아주에 위치한 현대자동차와 LG에너지솔루션이 공동으로 건설 중인 조지아주 브라이언 카운티 소재 전기차 배터리 공장 건설현장을 급습해 불법체류자 혐의가 있는 475명을 체포했다. (ATF 애틀랜타 X 계정 캡처)
미국 이민당국이 4일(현지시간) 조지아주에 위치한 현대자동차와 LG에너지솔루션이 공동으로 건설 중인 조지아주 브라이언 카운티 소재 전기차 배터리 공장 건설현장을 급습해 불법체류자 혐의가 있는 475명을 체포했다. (ATF 애틀랜타 X 계정 캡처)
“미국 최대 스포츠 행사인 슈퍼볼 기간엔 근로자가 아예 통보도 없이 안 나온다.”

올 4월 미국 조지아주에 정착한 현지 한국 기업 관계자는 이렇게 말했다. 이 관계자는 미국 근로자들이 쉽게 그만두는 등 인력 관리가 미국에서 무엇보다 힘들다고 토로했다. 더욱이 한국 기업이 많이 정착한 미국 동남부, 특히 조지아주, 앨라배마주, 테네시주 등은 미국 내 인프라가 부족해 우수 인력을 확보하는 것이 쉽지 않다고 했다.

이달 4일 미국 이민세관단속국(ICE)과 국토안보수사국(HSI) 등이 미국 현대자동차그룹과 LG에너지솔루션의 합작 배터리 공장에서 벌인 단속 사태 이면에는 미국 노동시장 특성과 미국 노동자 간 ‘일자리 갈등’에 따른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 “허가 받지 않은 사람들이 미국인 일자리 빼앗아”

미국 공화당, MAGA(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세력은 글로벌 기업의 현지 투자는 미국 노동자를 위한 채용으로 이어져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글로벌 기업들은 미국 내 핵심 지역 이외의 지역에 공장을 짓고 있는 만큼 현실적으로 우수 인력을 적기에 채용하는 것이 쉽지 않은 상황에 직면해 있다.

이 때문에 한국 기업 사정에 밝은 국내 인력을 미국으로 보내 공장 준공 납기를 맞추고 공장에 투입하는 방식이 그동안 관행적으로 이어졌던 것으로 풀이된다. 외신 등에선 이러한 관행이 이번 ICE의 국내 기업에 대한 단속을 촉발한 배경이 됐다고 분석하고 있다.

6일(현지 시간) 뉴욕타임스는 미국 정부의 현대자동차, LG에너지솔루션에 대한 이민자 단속을 위한 일종의 ‘공습 사태’가 태평양 전역에 충격파를 보냈다고 보도했다. 미국 글로벌 전략 컨설팅 회사인 DGA그룹의 타미 오버비는 NYT에 “미국 행정부는 최근 지인에게 ‘(글로벌 기업의) 돈은 원하지만, 인력은 원하지 않는다’고 말해 아시아 전역의 임원진이 큰 충격을 받은 적이 있다”고 했다. 글로벌 기업의 대미 투자의 결과가 미국 근로자 채용으로 이어져야 한다는 의미다.

NYT 보도에 따르면 현대차그룹의 조지아 내 플랜트 현장을 둘러싸고 미국 현지 근로자들과 기업간 불협화음이 있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미국 배관공과 용접공 등을 대표하는 노동조합 대표 배리 지글러는 NYT에 “현장에서 조합원들에게 더 많은 업무를 배정하지 않는 것에 대해 불만이 있었다”고 전했다. 그는 “조합원 중 65명이 몇 달 전 강철 배관 설치 작업을 위해 고용된 후 배터리 공장에서 해고됐다”며 “일할 허가를 받지 않는 사람들이 우리 일자리를 빼앗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전했다.

조지아주 지역 정치인들과 시민활동가들은 이미 2023년 배터리 공장이 시작될 무렵에 이 부지에 불법 체류자들이 고용됐을 가능성과 노동 조건이 법적 기준을 충족하는지 여부에 대해 우려를 표명한 것으로 나타났다.

● 韓 기업 “현지 인력 근로 수준으론 살아남기 어려워”

미국 이민당국이 4일(현지시간) 조지아주에 위치한 현대자동차와 LG에너지솔루션이 공동으로 건설 중인 조지아주 브라이언 카운티 소재 전기차 배터리 공장 건설현장을 급습해 불법체류자 혐의가 있는 475명을 체포했다. (ATF 애틀랜타 X 계정 캡처)
미국 이민당국이 4일(현지시간) 조지아주에 위치한 현대자동차와 LG에너지솔루션이 공동으로 건설 중인 조지아주 브라이언 카운티 소재 전기차 배터리 공장 건설현장을 급습해 불법체류자 혐의가 있는 475명을 체포했다. (ATF 애틀랜타 X 계정 캡처)

미국 노조들의 입장과 달리 미국에 진출한 한국 기업들은 근로자 관리에 애를 먹는 상황이다. 현대차의 경우 공장에 투입되는 근로자에 대한 교육은 2주다. 2주간의 교육 기간 후 바로 현장에 투입한다. 교육 기간을 짧게 구성한 건 해당 근로자의 부재를 염두에 둔 조치다. 근로자가 예상보다 쉽게 그만두는 일이 많다 보니 현장 투입 시간이 최대한 짧아야 하는 것이다.

조지아에 진출한 한 기업 관계자는 “미국 근로자의 회사에 대한 충성도는 한국과 달리 상당히 약한 편”이라며 “우버만 운영해도 기업 근로자 임금을 충당할 수 있을 정도여서 굳이 회사에 얽매여 있을 필요성이 없는 상황”이라고 했다.

이어 “미국 시장에서 살아 남는 건 전쟁 같은데, 현지 인력의 근로 수준으로는 이를 달성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미국에서 기업을 상대로 개발 부지를 찾는 데 도움을 주는 ‘글로벌 로케이션 스트래티지스’(Global Location Strategies)의 최고경영자(CEO) 디디 콜드웰은 NYT에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에서의 건설을 쉽게 만들겠다고 약속했음에도 불구하고, 부품과 소재에 대한 엄청난 관세와 연방준비제도의 독립성에 대한 위협이 국제 투자자들을 불안하게 만들고 있다”고 말했다.

● 정부 “구금 한국인, 석방교섭 마무리…전세기 출발한다”

한편, 정부는 구금된 한국인 근로자에 대한 석방 교섭이 마무리됐다고 밝혔다. 강훈식 대통령실 비서실장은 7일 고위당정협의회에 참석해 “(미국 측과) 구금된 국민들의 석방 교섭이 마무리됐다. 다만 행정절차가 남았고, 행정절차 마무리되는 대로 전세기가 국민 여러분을 모시러 출발한다”고 말했다.

그는 “국민 여러분이 안전하게 돌아올 때까지 정부는 긴장의 끈을 놓지 않고 책임 있게 대응하겠다”며 “이에 더해 향후 유사사례 재발 방지를 위해 산업통상자원부 및 관련 기업 등과 공조하에 대미 프로젝트 출장자 체류지와 비자 체계를 점검 개선하는 방안을 마련할 것”이라고 밝혔다.

#현대자동차#LG에너지솔루션#이민 단속#불법 체류자#미국 노동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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