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 “美 요구 방식대로 3500억달러 투자땐 금융위기 재현”

  • 동아일보
  • 입력 2025년 9월 22일 06시 3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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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이터 인터뷰서 ‘현금 투자’ 우려
“통화 스와프 없으면 금융위기 올 것
투자 처리방식 이견으로 합의문 지연
혈맹국간 합리성 유지할 거라 믿어”

이재명 대통령이 18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에서 열린 ‘청년담당관 임명장 수여식 및 제11차 대통령 주재 수석보좌관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2025.9.18. 대통령실사진기자단
이재명 대통령이 18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에서 열린 ‘청년담당관 임명장 수여식 및 제11차 대통령 주재 수석보좌관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2025.9.18. 대통령실사진기자단
이재명 대통령은 23일 공개된 로이터통신과의 인터뷰에서 3500억 달러(약 486조 원) 규모의 대미(對美) 투자 펀드와 관련해 “통화 스와프 없이 미국이 요구하는 방식으로 3500억 달러를 현금으로 투자한다면 한국은 1997년 금융위기 때와 같은 상황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고 했다. 우리 정부가 안전장치 없이 미국의 과도한 요구를 받아들일 수 없다는 점을 에둘러 설명한 것이다.

이 대통령은 19일 진행된 인터뷰에서 이같이 밝히며 “투자 처리 방식에 대한 이견으로 아직 합의서를 제출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는 대미 투자 펀드와 관련해 미국이 지정한 투자처에 한국이 현금을 지원하고, 투자 수익의 90%를 미국이 가져가는 방식을 요구하고 있다. 이번 인터뷰는 이 대통령이 취임 이후 첫 유엔총회 참석을 위해 미 뉴욕으로 출국을 앞두고 진행됐다. 이 대통령은 유엔총회에서 한반도 비전을 담은 기조연설에 나서고 한국 정상으로는 처음으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공개 토의를 주재할 예정이다.

정부는 대미 투자 펀드 관련 미국에 통화스와프를 요구한 상태다. 이 대통령은 미국이 합의할 가능성이나 협상이 진행되기에 충분한 지 등에 대해선 말을 아꼈다고 한다. 이 대통령은 “세부사항을 파악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상업적 합리성을 보장하는 세부 합의에 도달하는 것이 핵심 과제이지만 여전히 가장 큰 장애물”이라면서도 “혈맹국 간 최소한의 합리성을 유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믿는다”고 했다. 또 관련 논의가 내년까지 연장될 가능성도 있냐는 외신 기자 질문에 “우리는 이 불안정한 상황을 가능한 빨리 끝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대통령은 이달 초 조지아주 현대자동차-LG에너지솔루션 합작 배터리 공장(HL-GA) 건설 현장에서 한국인 근로자 317명이 구금된 사건과 관련해 “우리 국민들은 근로자에 수갑을 채우는 등 참혹한 대우에 분노했다”며 “기업들이 미국에 대한 투자를 경계하게 만들 수 있다”고 했다. 다만 이번 구금 사태로 한미 동맹이 약화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했다. 이 대통령은 “구금 조치가 트럼프 대통령의 지시가 아닌 과도한 법 집행의 결과라고 생각한다”며 “미국은 이번 사태에 대해 사과했고 (양측이) 합리적 조치를 모색하기로 합의했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같은 날 진행된 영국 BBC와의 인터뷰에서 미국과 북한이 북핵 동결을 합의하면 수용 가능하다고 했다. 북한은 2022년 9월 핵 무력 정책을 법제화하면서 비핵화는 없다는 뜻을 밝혔다. 이 대통령은 “(북핵 동결이) 임시적 비상조치로 실현 가능하고 현실적 대안이 될 것”이라며 “비핵화라는 장기 목표를 포기하지 않는 한 북한이 핵과 미사일 개발을 중단하도록 하는 것에는 분명한 이점이 있다고 믿는다”고 강조했다. 이 대통령은 또 북미 정상회담 가능성에 대해 “어느 정도 상호 신뢰가 있는 것 같다는 점을 고려할 때 다시 만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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