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 美에 통화스와프 공개 요구…3500억달러 투자 ‘안전장치’ 강조

  • 동아일보
  • 입력 2025년 9월 22일 23시 3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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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요구대로 투자땐 한국 금융위기”
尹정부 때도 체결 추진, 성사 안돼

이재명 대통령과 부인 김혜경 여사가 22일 경기 성남 서울공항에서 공군 1호기에 탑승 전 인사를 하고 있다. 이 대통령은 유엔총회 참석차 미국 뉴욕으로 출국해 한국 정상 최초로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 공개 토의를 주재한다.  2025.09.22. 송은석 기자 silverstone@donga.com
이재명 대통령과 부인 김혜경 여사가 22일 경기 성남 서울공항에서 공군 1호기에 탑승 전 인사를 하고 있다. 이 대통령은 유엔총회 참석차 미국 뉴욕으로 출국해 한국 정상 최초로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 공개 토의를 주재한다. 2025.09.22. 송은석 기자 silverstone@donga.com
이재명 대통령이 교착 중인 한미 관세협상에 대해 “통화스와프(swap) 없이 미국이 요구하는 방식대로 3500억 달러를 현금으로 투자한다면, 한국은 1997년 외환위기 때와 같은 상황에 직면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대통령이 공개적으로 미국에 통화스와프 필요성을 밝힌 것은 처음이다. 한미 관세 협상의 구체적인 언급을 자제하던 이 대통령이 최근 “(미국의) 요구를 받아들였다면 탄핵됐을 것”이라고 밝힌 데 이어 이번엔 외환위기 가능성을 언급하며 공개적으로 미국에 대미 투자에 대한 ‘안전장치’ 마련을 요구한 것이다.

● 美에 통화스와프 직접 요구한 이 대통령

이 대통령은 22일 공개된 로이터통신과의 인터뷰에서 “한국은 지난 7월 미국과 무역협정을 체결한 일본과 다르다”며 “일본은 한국 외환보유액의 두 배가 넘는 외환을 보유하고 있다. 엔화는 기축통화로 인정받고 있고, 미국과 통화스와프 라인도 보유하고 있다”고 밝혔다. 앞서 미국과 관세 협상 서면 합의를 체결한 일본의 외환보유액은 1조3240억 달러(약 1843조 원, 9월 기준)인 반면에 한국의 외환보유액은 4163억 달러(약 580조 원) 수준이다.

일본의 대미 투자펀드는 5500억 달러로 외환보유액의 41.5% 수준인 반면에 한국의 대미 투자펀드는 3500억 달러로 외환보유액의 84%에 이른다. 이런 상황에서 한국이 통화 스와프도 없이 일본과 비슷한 조건으로 미국과 대미 투자 양해각서(MOU)를 체결하면 외환위기가 불가피하다는 것. 대통령실 관계자는 “이 대통령이 미국의 억지 요구에 대해서 국민적으로 알릴 필요가 있다고 느낀 것 같다”며 “최소한 통화스와프 등을 확보함으로써, 국익에 반하는 협상은 하지 않겠다는 취지를 강조한 것”이라고 했다.

통화스와프는 금융시장 불안에 대비해 자국의 화폐를 상대국에 맡긴 뒤 미리 정한 환율로 상대국의 통화를 맞바꿀 수 있도록 하는 협정이다. 기축통화국이 아닌 한국으로서는 마이너스 통장처럼 급할 때마다 달러를 빌려 쓸 수 있어 경제위기의 안전판 역할을 할 수 있다. 한미 양국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 300억 달러에 이어 2020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 때 600억 달러 규모의 통화스와프를 체결한 바 있다.

그러나 한미 통화스와프는 문재인 정부 시절인 2021년 말 종료됐다. 미국은 금융허브 국가인 유럽연합(EU)과 영국, 일본 등과는 상설 통화스와프를 맺고 있는 반면 나머지 국가와는 위기 때만 한시적으로 맺고 있다. 윤석열 정부 때도 미국과 통화스와프 체결이 추진됐지만 성사되지 않았다.

이 대통령은 관세 협상을 철회할 의향이 있냐는 질문에는 “혈맹 관계인 두 나라 사이에서 최소한의 합리성은 유지될 것이라 믿는다”며 “이 불안정한 상황은 가능한 한 조속히 끝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상업적 합리성을 보장하는 세부 합의에 도달하는 것이 핵심 과제이자 최대 걸림돌”이라며 “실무 협상에서 제시된 (미국의 투자)안은 상업적 타당성을 보장하지 못해 간극을 메우기 어렵다”고 했다.

● “구금사태 동맹 흔들지 않아…대미투자 주저할 수도”

이 대통령은 미국 조지아주에서 현대자동차·LG에너지솔루션 배터리 합작 공장을 짓던 한국인 노동자 317명이 구금됐던 사건을 놓고서는 “이 단속은 트럼프 대통령이 지시한 것이 아니라 과도한 법 집행의 결과로 믿는다”며 “한미동맹을 흔들지는 않을 것이다. 노동자들에게 미국 체류를 허용하겠다고 제안한 트럼프 대통령의 대응을 긍정적으로 평가한다”고 했다. 그러면서도 “노동자들에 대한 가혹한 대우로 한국인들은 화가 날 수밖에 없다”면서 “한국 기업들이 대미 투자에 주저할 수 있다”고 했다.

한편 더불어민주당 초선 모임 ‘더민초’ 의원 5명은 이날 조셉 윤 주한 미국대사대리를 만나 일방적 관세 협상과 조지아주 구금 사태에 항의하는 내용을 담은 서한을 전달했다. 더민초는 서한에서 구금 사태에 대한 사과를 촉구하면서 “미국이 일방적 요구가 아닌 상호 호혜적 (관세) 협상 구조를 마련할 것을 촉구한다”고 했다.

#이재명#한미 관세협상#통화스와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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