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부처 업무보고]
기재부 “첨단산업 투자 활성화”
“AI 등 전략산업 성장기반 강화”… 싱가포르 테마섹 등 벤치마킹해
국내투자용 국부펀드 내년 설립
정부지원 대기업서 이익 일부 환수… ‘전략수출금융기금’ 조성하기로
첫 생중계 업무보고
이재명 대통령이 11일 세종시 정부세종컨벤션센터에서 취임 후 첫 기관별 업무보고를 받고 있다. 업무보고는 이날 기획재정부를 시작으로 총 19부, 5처, 18청, 7개 위원회를 포함한 228개 공공기관을 대상으로 이뤄지며 사상 처음으로 전 과정이 생중계된다. 세종=대통령실사진기자단
정부가 제한적으로나마 일반지주회사의 지분 규제와 금산분리 규제를 완화한 것은 국내 기업들의 반도체 ‘초격차’ 경쟁력을 유지하기 위한 대규모 투자가 필요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다만 금융과 산업을 분리하는 원칙을 훼손한다는 반발을 의식해 대상을 반도체 산업으로 한정하고 각종 제약을 뒀다.
● 지방 투자 조건부 첨단산업 규제 완화
기획재정부는 11일 이재명 대통령에게 업무보고를 하면서 첨단산업 활성화를 위해 일반지주회사의 증손회사 의무 지분을 현재 100%에서 50% 이상으로 낮추고, 금융리스업을 필요한 최소 한도로 허용하겠다고 밝혔다.
앞서 10월 이 대통령은 샘 올트먼 오픈AI 최고경영자(CEO)와 만난 자리에서 처음으로 금산분리 규제 완화를 시사한 바 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오픈AI와 함께 미 인공지능(AI) 인프라 프로젝트인 ‘스타게이트’에 참여하려면 천문학적인 투자로 생산량을 늘려야 하기 때문이다.
이날 발표대로면 SK지주사의 손자회사인 SK하이닉스가 자회사로 금융리스사를 만들고, 이 리스회사가 설비·시설을 지어 SK하이닉스에 대여할 수 있게 된다. SK하이닉스가 외부 투자를 받아 합작 자회사를 만들어 공장을 지을 수도 있다. 이로 인해 일각에선 특정 기업에 특혜를 주기 위해 금산분리 원칙을 허문다는 비판도 제기됐다. 이를 의식한 듯 이 대통령은 이날 “금산분리는 그대로 지키는데 대규모 초기술 분야 투자 자원 확보를 위해 특례를 만드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부도 지방 투자를 확대한 기업에 이를 허용하고, 공정거래위원회의 심사를 거쳐야 한다는 전제 조건을 달았다.
삼성전자는 지주사가 없어 이번 금산분리 규제 완화에 해당되진 않는다. 그 대신 150조 원 규모 ‘국민성장펀드’의 저리 대출 후보로 거론되고 있다. 확정되면 평택5공장(P5)이 지원 대상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재계 관계자는 “정부의 금산분리 완화 방안 등은 반도체, AI 등 국가 전략산업에 대한 대규모 투자가 필요한 상황에서 미래 성장 기반을 강화하는 의미 있는 정책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 ‘한국형 국부펀드’로 전략적 투자
기재부는 정책금융 등을 통해 국내 기업의 대규모 수출을 지원할 방침이다. 이날 이 대통령도 “이제 국가 간 전쟁 비슷하게 (수출 경쟁이) 돼서 국가가 역할을 안 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다만 방산·원전 등 정부 지원을 통해 대규모 수주에 성공하고 혜택을 받은 기업들에 대해서는 일부 이익을 환수해 ‘전략수출금융기금’(가칭)을 만들고, 이를 산업 생태계 지원 등에 쓰기로 했다.
또 기재부는 내년 상반기(1∼6월) 싱가포르의 테마섹, 호주의 퓨처펀드 등을 벤치마킹한 ‘한국형 국부펀드’를 설립하겠다고 밝혔다. 현재 국부펀드인 한국투자공사(KIC)가 있지만 외환보유액 등 외화자산 위탁 운용에 초점이 맞춰져 있어 공격적인 투자를 하는 데 한계가 있다. 새로 만들 국부펀드는 KIC와 달리 국내 투자에 초점을 맞추고, 대상도 국가전략 분야 등으로 폭넓게 확대해 적극적으로 투자할 수 있게 할 방침이다. 기재부 관계자는 “아직 초기 검토 단계”라고 말했다.
한편 이날 업무보고에서 이 대통령이 “앞으로는 상장 주식도 상속세로 납부할 수 있게 해주려는 것 아니냐”고 묻자 김용범 대통령정책실장이 “상장 주식도 상속세 물납 대상에 포함시키는 방안을 전향적으로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현행법상 비상장 주식만 상속세로 낼 수 있고, 상장 주식은 불가능한데 이를 허용할 수 있다는 의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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