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서 생중계 업무보고 이어가
“요새 넷플릭스보다 재밌다더라… 무슨 폭탄 떨어질까 긴장되죠”
“국민연금, 주가상승으로 큰 혜택”… 국내 주식투자 비중 확대 주문
이재명 대통령이 16일 세종시 정부세종컨벤션센터에서 열린 부처 업무보고에서 발언하고 있다. 이 대통령은 이날 보건복지부 업무보고에서 ‘응급실 뺑뺑이’ 문제에 대한 대책 마련과 탈모 치료약의 건강보험 적용 검토를 지시했다. 송은석 기자 silverstone@donga.com
이재명 대통령은 16일 보건복지부 등의 업무보고를 받으면서 “업무보고 시청률이 엄청 높지 않을까 싶다”며 “요새 넷플릭스보다 더 재밌다는 설이 있다”고 말했다. 생중계로 진행되는 부처 업무보고에서 위서(僞書)로 평가되는 ‘환단고기’를 언급하고, 야권 출신 기관장을 질책한 것을 두고 논란이 일었지만 생중계 업무보고를 이어가겠다는 방침을 강조한 것이다. 이날 이 대통령은 “탈모도 병의 일부 아니냐”며 탈모 치료약의 건강보험 적용 확대 검토를 주문하기도 했다.
● 李 “폭탄 떨어질까 긴장되죠?”
이 대통령은 이날 정부세종컨벤션센터 국제회의장에서 진행된 부처 업무보고를 시작하면서 “약간 긴장되죠? 또 무슨 폭탄이 떨어질까 봐”라고 했다. 이어 “국민의 시각에서 묻는 거고, 국민이 물어보라고 요구하는 게 많다”며 “요즘 ‘이것도, 저것도 물어봐 주세요’ 메시지가 엄청 온다”고 했다.
다만 이 대통령은 사실상 ‘1인 국정감사’ 형식으로 업무보고가 지나치게 지적과 질책 위주로 이뤄지고 있다는 평가를 감안한 듯 공직자들을 향한 격려도 이어갔다. 이 대통령은 국가정보자원관리원 화재 사고 당시 운영이 중단된 국민신문고 역할을 대체할 ‘식의약 국민신문고’를 개설한 식품의약품안전처 공무원을 찾아 “아주 훌륭하게 잘 처리했다”고 했다. 그러면서 “모르면 모른다고 얘기하라. 모르는데 아는 척하는 게 진짜 문제이자 못된 것”이라며 “곤란한 지경을 모면하고자 슬쩍 허위 보고를 하거나 왜곡 보고를 해선 안 된다”고 주문했다.
● “탈모도 병”… 건강보험 적용 검토 지시
이 대통령은 이날 업무보고에서도 논쟁적인 현안에 대한 질의를 이어갔다. 이 대통령은 정은경 보건복지부 장관에게는 “(탈모가) 옛날에는 미용 문제라고 봤는데, 요즘은 생존의 문제로 받아들이는 것 같다”며 “비용이 얼마나 드는지, 무한대 보장이 너무 재정적 부담이 크다면 횟수나 총액 제한을 하는 등 검토는 해보면 좋겠다”고 지시했다. 이 대통령은 2022년 대선 당시 탈모 치료제 건강보험 지원 공약을 내놓은 바 있다.
정 장관이 “유전적으로 생기는 탈모는 의학적 치료와 연관성이 떨어지기에 건강보험 급여 적용을 하지 않는다”고 보고하자, 이 대통령은 “속된 말로 대머리니까 안 해준다는 원리 같은데, 유전병도 유전에 의한 것 아니냐. 개념 정의의 문제”라고 했다.
의료계에선 미용 목적의 탈모 치료를 건강보험에서 지원하는 것에 대해선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황성주 명지병원 모발센터장(피부과 교수)은 “미용 목적 탈모까지 건강보험을 적용하면 비만치료제나 성형, 여드름 치료도 급여화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야당은 “모(毛)퓰리즘을 멈춰야 한다”고 비판했다. 국민의힘 최보윤 수석대변인은 “현재도 암·희귀질환·중증 질환 환자들이 최신 치료제 급여 적용을 받지 못하고 있다”며 “건강보험 제도의 경계 자체를 허무는 출발점이 될 수 있다”고 했다.
● 국민연금엔 국내 주식 비중 확대 검토 주문
이날 이 대통령은 연명의료 중단자에 대한 보험료 할인 등 인센티브 지급을 검토할 것도 지시했다. 또 건강보험 재정 확보를 위해 국민건강보험공단에 불법 개설 의료기관, 과잉 진료 등을 단속할 ‘특사경’(특별사법경찰) 도입을 주문하면서 “필요한 만큼 (인원을) 지정하라”고 했다.
이 대통령은 국민연금에는 급등한 국내 주식시장 비중 확대 검토를 주문했다. 이 대통령은 “올해 주가 상승의 영향으로 국민연금이 큰 혜택을 봤다”며 “국민연금 운용에 대해 더 많은 고민을 해달라”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또 국민연금공단에 “보유하고 있는 주식에 대한 의결권을 제대로 행사해야 한다”며 “우리나라에서 원시적, 후진적 경영 행태를 보이는 곳은 확실히 통제해야 한다”고 했다.
이 대통령은 국가유산청 등의 업무보고에선 “(국가 박물관에) 아무나 들어가서 빌려 갔다는 설도 있다”며 “그렇게 사적으로, 비정상적으로 관리되는 건 문제 아니냐”고 지적했다. 윤석열 전 대통령의 부인 김건희 여사가 문화재를 무단으로 대여했다는 의혹을 겨냥한 것으로 보인다.
한편 이 대통령은 업무보고를 마친 뒤 소방청과 국세청을 찾아 야근하는 직원들을 격려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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