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티던 김병기, ‘공천헌금 1억 입막음’ 의혹 결정타…원내대표 사퇴

  • 동아일보
  • 입력 2025년 12월 30일 09시 44분


비위 의혹에도 꿈쩍 않던 金, 공천헌금 의혹 연루 하루만에 물러나
“국민 눈높이에 한참 못 미쳐…시시비비 가린후 더 큰 책임 감당”
민주당 한달내 원내대표 보선…친명 vs 친청 갈등 불거질수도


더불어민주당 김병기 원내대표가 30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원내대표직 사퇴를 발표하고 있다. 박형기 기자 oneshot@donga.com
더불어민주당 김병기 원내대표가 30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원내대표직 사퇴를 발표하고 있다. 박형기 기자 oneshot@donga.com
각종 갑질·특혜 의혹에 휩싸인 김병기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30일 원내대표직을 내려놨다. 본인과 가족을 둘러싼 의혹에도 사퇴 의사를 밝히지 않았던 김 원내대표는 전날 ‘공천 헌금’ 1억 원 수수 의혹에 연루됐다는 보도가 나온지 하루 만에 사퇴를 발표했다.

김 원내대표는 30일 “저는 오늘 민주당 원내대표직에서 물러난다. 이 결정은 제 책임을 회피하고 덜어내는 것이 아니라 시시비비를 가린 후 더 큰 책임을 감당하겠다는 저의 의지”라며 “연일 계속되는 의혹 제기 한 복판에 서 있는 한 제가 민주당과 이재명 정부의 걸림돌이 될 수 밖에 없다”고 밝혔다.

●“민주당과 이재명 정부의 걸림돌”

더불어민주당 김병기 원내대표가 30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원내대표직 사퇴를 발표하고 있다. 박형기 기자 oneshot@donga.com
더불어민주당 김병기 원내대표가 30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원내대표직 사퇴를 발표하고 있다. 박형기 기자 oneshot@donga.com
김 원내대표는 기자회견 시작과 동시에 일어나 허리를 숙였다. 김 원내대표는 “국민 여러분께 먼저 깊게 고개 숙여 사죄드린다”며 “국민의 상식과 눈높이에 한참 미치지 못한 처신이 있었고 전적으로 제 부족함에 있다”고 했다.

이어 “지난 며칠간 많은 생각을 했다. 제 자리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하나의 의혹이 확대증폭돼 사실처럼 소비되고 진실에 대한 관심보다 흥미와 공방의 소재로만 활용되는 현실을 인정하기 어려웠다”고 했다.

김 원내대표는 “우리 정치가 더는 그래서는 안 된다고 믿어왔기에 끝까지 저 자신에게도 묻고 물었다”며 “시시비비를 분명히 가리고 진실을 끝까지 밝히는 길로 갈 것인지는 제 거취와도 연결된다”고 했다.

김병기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30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원내대표직 사퇴를 밝히기 전 기침하고 있다. 2025.12.30 뉴스1
김병기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30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원내대표직 사퇴를 밝히기 전 기침하고 있다. 2025.12.30 뉴스1
김 원내대표는 대표직 사퇴를 밝히면서 “이 과정이 이재명 정부의 성공을 뒷받침할 민주당 원내대표로서의 책무를 흐리게 해서는 안 된다는 결론에 이르렀다”며 “연일 계속되는 의혹 제기 한 복판에 서 있는 한 제가 민주당과 이재명 정부의 걸림돌이 될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더 나은 삶을 위해 약속했던 개혁법안이 차질없이 추진되기를 바란다. 다시 한 번 국민 여러분께 큰 심려 끼쳐드린 점 사죄드린다”고 말했다.

●버티던 김병기, 공천 헌금 1억 원 연루 의혹 결정타

특혜 의혹은 이달 22일 김 원내대표가 대한항공으로부터 호텔 숙박권을 받아 사용했다는 사실이 언론을 통해 드러나면서 시작됐다. 이후 배우자의 법인카드 사적 유용, 국가정보원 직원인 장남의 업무 지원, 지역구 병원 특혜 등 그를 둘러싼 의혹이 끊임없이 제기됐다.

김 원내대표는 논란 초기에만 해도 대부분의 의혹을 부정하며 이를 제보한 이들이 자신과 함께 일하던 전직 보좌관들이라고 역공했다. 김 원내대표는 이들 보좌진이 자신의 가족을 비하하고 내란을 희화하는 메신저 대화를 주고 받았고 이를 인지해 이들을 해고했다고도 했다.

더불어민주당 김병기 원내대표가 30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원내대표직 사퇴를 발표하고 있다. 박형기 기자 oneshot@donga.com
더불어민주당 김병기 원내대표가 30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원내대표직 사퇴를 발표하고 있다. 박형기 기자 oneshot@donga.com
하지만 공천 관련 1억 원 수수 의혹에 연루됐다는 의혹이 그의 사퇴 결심을 굳힌 결정타였던 것으로 풀이된다. 전날 한 언론을 통해 2022년 4월 김병기 당시 공천관리위원회 간사와 강선우 의원(당시 서울시당 공천관리위원)간의 대화 녹음 파일이 공개됐다. 이 파일에는 강 의원이 자신의 부하 직원이 김경 시의원으로부터 공천 관련 자금 1억 원을 받았다는 사실을 김 원내대표에게 알리는 대화 내용이 있었다. 이를 두고 김 원내대표가 강 의원 측의 금품 수수 정황을 묵인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왔다.

특히 당내에선 김 원내대표를 둘러싼 의혹으로 인해 검찰개혁과 내란전담재판부 등 이재명 정부의 여러 개혁 과제를 추진하기 위한 동력이 자칫 흔들릴 수 있다는 우려가 팽배해졌다.

김 원내대표 사퇴로 민주당은 당헌에 따라 한 달 이내에 원내대표 보궐 선거를 치러야 한다. 일각에선 새 원내대표 선출 과정에서 친청계로 분류되는 의원이 원내대표에 선출되면 정청래 대표 체제에 힘이 실리는 반면, 친명계 의원이 당선될 경우 당 지도부 내 갈등이 표출될 수도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차기 원내대표 후보로는 친명계 박정 의원, 계파색이 옅은 박혜련 의원, 친명으로 분류되는 한병도 의원 등이 거론되고 있다. 현 민주당 사무총장 조승래 의원과 이언주 최고위원도 후보군에 오르내리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원내대표 사퇴#의혹 논란#이재명 정부
© dongA.com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