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춘석 법사위장, 본회의중 억대 주식 차명거래 의혹

  • 동아일보
  • 입력 2025년 8월 5일 17시 2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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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좌관 명의로 거래…네이버·카카오페이 등 매입액 1억
李, AI 정책 다룰 국정위 경제2분과장…이해 충돌 논란
정청래 “진상조사” 국힘 “즉각사퇴하라…형사고발도 할 것”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위원장을 맡고 있는 이춘석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4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서 타인 명의로 개설된 주식 계좌를 확인하고 있다. 이 의원의 휴대전화 속 주식 계좌의 주인은 차ㅇㅇ으로 이 의원을 국회 사무총장때부터 보좌해온 인물이다. 현재 이춘석 의원실의 보좌관으로 일하고 있다. 더 팩트 제공
더불어민주당 소속 이춘석 국회 법제사법위원장(4선·전북 익산갑)이 보좌진 명의 계좌로 차명 주식 거래를 했다는 의혹이 5일 불거지면서 정치권에선 이제 막 닻을 올린 ‘정청래호(號)’에 대형 악재가 터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정 대표가 취임 직후 “검찰·언론·사법개혁은 전광석화처럼 끝내겠다”고 예고한 상황에서 입법 최전선에서 위치한 법사위원장에 대한 사보임 압박이 거세졌기 때문이다.

정 대표가 긴급 진상조사를 지시하며 서둘러 진화에 나섰지만, 국민의힘은 “즉각 법사위원장에서 사퇴하라”며 이 위원장을 금융실명법 위반 등 혐의로 고발하기로 하는 등 총공세에 나섰다. 경찰은 이 위원장에 대한 수사에 착수했다.

● 주식 ‘0원’ 신고한 李, 지난해도 차명 거래 의혹

이춘석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5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본회의장에서 방송법 개정안에 대한 무제한토론 종결동의의 건 투표를 하기 위해 기표소를 나서고 있다. 2025.08.05. 뉴시스
한 온라인 매체가 4일 국회 본회의장에서 촬영한 이 위원장의 휴대전화 화면에는 총 1억 원 상당의 카카오페이 537주, 네이버 150주, LG CNS 420주가 담긴 보좌관 차모 씨 명의의 증권 계좌가 담겨 있었다. 3개 주식의 주가(5일 종가 기준)는 6만1800원, 23만2000원, 7만300원이다. 카카오페이와 LG CNS는 이재명 대통령이 공약한 스테이블코인 관련주로 꼽힌다. 이 위원장은 본회의가 진행 중인 상황에서 네이버 주식을 5주 단위로 반복 거래하며 실시간으로 정정 주문을 하는 모습도 사진에 찍혔다.

국회 공직자윤리위원회가 올 3월 공개한 이 위원장의 재산은 부동산과 차량, 현금, 예금 등 총 4억7427만 원으로 본인은 물론이고 배우자와 장남이 소유한 주식은 전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올해 취득한 주식은 내년에 공개된다.

정 대표는 기자들과 만나 “일단 사실관계 확인이 중요하다. 윤리감찰단장이 공석이라 (조승래) 사무총장한테 하라고 했다”고 말했다. 조 사무총장은 “일단 경위 파악을 한 다음 판단할 것”이라고 했다. 이 위원장은 입장문을 내고 “국회 본회의장에서 주식 화면을 열어본 부분에 대해서는 변명의 여지가 없다. 물의를 일으킨 점 진심으로 사과드린다”면서도 “타인 명의로 주식 계좌를 개설해서 차명 거래한 사실은 결코 없으며 향후 당의 진상조사 등에 성실히 임하겠다”고 해명했다. 이 위원장은 본회의장을 나오며 휴대전화가 보좌관의 휴대전화인지 묻는 취재진의 질문에 “네”라고 답했다.

하지만 이 위원장 지난해 10월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국정감사 중에도 차 씨 명의로 주식거래를 하다 포착된 장면이 공개되면서 설득력이 떨어지는 해명이라는 지적이 당내에서도 나왔다. 민주당 관계자는 “현 상황에선 이 위원장의 해명이 사실이어도 의혹이 완벽하게 해소될 것 같지 않다”고 말했다.

이날 서울 여의도 국회 본청 4층 법사위원장실의 문은 굳게 잠겨 있었다. 잠시 사무실 밖으로 나온 보좌진들은 취재진의 질문에 “드릴 말씀이 없다”며 문을 다시 걸어 잠궜다. 동아일보는 차 씨의 해명을 듣기 위해 수차례 연락했지만 답을 듣지 못했다.

● 野 “李, 상습범 아닌지 의심스러”

국민의힘은 “차명 주식거래는 명백한 법령 위반”이라며 국회 윤리특별위원회 제소 및 형사고발 방침을 밝히는 동시에 법사위원장직 사퇴를 요구했다. 금융실명법상 차명 거래는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0만 원 이하 벌금에 처하도록 돼 있다. 또 상대가 ‘탈법행위’를 하려 한 점을 알고 계좌를 빌려줬을 경우에는 방조범으로 처벌받는다.

국민의힘 송언석 비상대책위원장 겸 원내대표는 기자들과 만나 “법치주의 선도자가 돼야 할 법사위원장이 현행법을 위반한 것은 도저히 용납할 수 없다”며 “이 위원장을 즉시 국회 윤리특위에 회부하고 형사고발하겠다”고 했다. 이어 지난해 10월 국정감사장에서 찍힌 사진을 언급하며 “상습범이 아닌지 의심스럽다. 이 위원장은 즉각 법사위원장직에서 사퇴하기를 바란다”고 강조했다. 곽규택 수석대변인도 논평을 통해 “금융실명법 위반, 재산등록 누락, 공직윤리 위반이 겹친 중대한 사안”이라며 “국회 전체의 권위와 윤리를 근본부터 뒤흔드는 사건”이라고 성토했다.

● 국정기획위서 AI 담당…이해충돌 가능성도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위원장을 맡고 있는 이춘석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4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서 타인 명의로 개설된 주식 계좌를 확인하고 있다. 이 의원의 휴대전화 속 주식 계좌의 주인은 차ㅇㅇ으로 이 의원을 국회 사무총장때부터 보좌해온 인물이다. 현재 이춘석 의원실의 보좌관으로 일하고 있다. 더 팩트 제공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위원장을 맡고 있는 이춘석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4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서 타인 명의로 개설된 주식 계좌를 확인하고 있다. 이 의원의 휴대전화 속 주식 계좌의 주인은 차ㅇㅇ으로 이 의원을 국회 사무총장때부터 보좌해온 인물이다. 현재 이춘석 의원실의 보좌관으로 일하고 있다. 더 팩트 제공
국민의힘은 이 위원장이 이재명 정부 국정기획위원회에서 인공지능(AI) 분야 등을 담당하는 경제2분과장을 맡은 만큼 이해충돌 가능성도 제기하고 있다. 당권 주자인 주진우 의원은 “K-AI 파운데이션 모델 정예팀에 네이버와 LG CNS가 포함돼 있다. 호재성 정보를 미리 알고 매입했다는 유력한 정황”이라고 주장했다. 한동훈 전 대표도 “이재명 정부 AI 정책을 직접 좌지우지하는 사람이 AI 종목 주식을 차명 거래한 것”이라며 “사진에 찍힌 종목들은 민주당 정권 AI 정책과 직결되는 종목들 아닌가”라고 말했다. 실제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총 15개팀이 참여한 ‘독자 AI 파운데이션 모델 프로젝트’에서 네이버와 LG CNS가 참여한 LG AI 연구원 컨소시엄 등 5개팀을 지원 대상으로 4일 확정한 바 있다. 독자 AI 파운데이션 모델 구축은 이 대통령의 주요 공약인 ‘모두의 AI’를 뒷받침하는 사업이다.

한편 서울 영등포경찰서는 이날 이 위원장을 금융실명법 위반 혐의로, 차 씨는 방조 혐의로 입건하고 수사에 착수했다. 경찰은 “비자금 조성 목적이 의심되는 이 위원장의 차명 거래 의혹에 대해 철저히 수사해 달라”는 한 시민의 고발장을 접수했다. 경찰은 고발 내용을 바탕으로 사실관계를 확인할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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