與, 악의 없는 언론 보도에도 배액 배상제도 추진

  • 동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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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중재법 개정안 초안 공개
15∼20배 손해배상 가능해져
정치인-고위공직자도 소송 허용
학계 “언론자유 위협, 위헌 소지”

노종면 더불어민주당 언론개혁특별위원회 간사가 5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언론개혁 관련 기자설명회를 갖고 있다. 2025.9.5/뉴스1
노종면 더불어민주당 언론개혁특별위원회 간사가 5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언론개혁 관련 기자설명회를 갖고 있다. 2025.9.5/뉴스1
더불어민주당이 ‘허위·조작 보도’에 대해 피해액의 10배 이상의 금액을 배상하도록 하는 언론중재법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악의적인 허위 보도가 아닌 오보에 대해서도 피해액의 몇 배를 배상하도록 하는 배액(倍額) 손해배상제를 도입하겠다는 것. 또 정치인과 고위 공직자 등에 대해서도 배액배상 소송을 제기할 수 있도록 허용할 방침이다.

민주당 언론개혁특별위원회는 5일 기자회견을 열고 언론중재법 개정안 초안을 공개했다. 초안은 허위 사실 또는 조작된 정보를 고의 또는 중과실로 다중에 알리는 행위와 보도물을 허위·조작 보도로 규정해 손해배상이 가능하도록 했다. 당초 민주당은 악의적 허위 보도에 대해 3∼5배의 징벌적 손해배상 제도 도입을 추진했지만 새 개정안은 허위·조작 보도로 소송 대상을 넓히고 배상액을 높인 것.

미국에서 공직자는 공인이 언론 보도에 대해 소송을 하려면 거짓임을 알고도 의도적으로 보도하거나, 명백히 반박되는 증거가 있음에도 이를 무시했다는 ‘실질적 악의(actual malice)’를 입증해야 하며 단순 오보는 소송 대상에서 제외된다.

배상금은 유형에 따라 기본 손해액을 정한 뒤 고의성이나 과실 정도 등에 따라 몇 배를 배상하도록 할 방침이다. 예를 들어 고의성이나 중과실이 확인되면 기본 손해액의 3∼5배를 배상하도록 하는 방식이다. 현재는 오보에 대해 수백만 원 수준의 손해배상이 이뤄졌다면 앞으론 수백만 원에서 수천만 원을 기본 손해액으로 두고 3배, 5배의 배액을 청구할 수 있도록 한다는 것이다.

특위는 법원에 고의성의 정도, 피해의 중대성 등에 따라 기본 손해액의 10배 이상으로 배액을 가중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특위 간사인 노종면 의원은 기본 손해액 5000만 원에 최대 15∼20배의 배액 손해배상이 가능하다는 보도에 대해 “오보도, 허위 조작도 아니다”라고 했다. 언론특위 위원장을 맡은 최민희 의원은 이날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미국에서 허위·조작 보도로 900억 원이 넘는 징벌적 배상 선고가 있었다”며 “이 정도는 돼야 징벌적이고, 우리가 도입하려는 건 배액배상 정도”라고 주장했다.

또 배액 손해배상은 정치인, 공직자, 대기업 대주주 등 이른바 권력층도 언론중재위원회 조정 신청을 거치면 예외 없이 청구할 수 있도록 할 방침이다.

언론학계에선 “허위·조작 보도의 기준이 불분명한데도 최대 십수 배의 금액을 배상하도록 하면서 보도를 봉쇄하기 위한 소송이 남발될 수 있다”는 비판이 나왔다. 강재원 동국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 교수는 “중과실이나 고의에 대한 해석이 분명치 않아 결국 단순 오보라도 중과실로 보고 책임을 물을 수 있다는 것”이라며 “이럴 경우 과연 비판적 취재를 할 수 있겠냐”고 지적했다. 이인호 중앙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현재 논의되는 배상액 수준이 과도해 언론의 자유를 위협하는 위헌적 요소가 있다”고 했다.

정치인 등이 취재나 보도 절차를 문제 삼아 비판 보도를 막기 위한 ‘봉쇄 소송’을 제기할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박성우 우송대 글로벌미디어영상학과 교수는 “권력 비판 보도가 심각하게 위축될 것”이라고 말했다.

#언론중재법 개정안#언론중재법#언론자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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