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수 거부’ 대치 푼 첫 만남… 더 센 특검법-내란재판부 평행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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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李대통령-여야대표 회동]
장동혁 민생경제協 제안에 李 수용
“李는 협치-張 야당 입지 확보” 평가… 오찬 이후 30분간 단독으로 회동
최교진 지명 철회-檢개혁 속도 이견… 여야 충돌 불씨 재점화 가능성 여전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오른쪽)가 8일 오전 용산 대통령실에서 이재명 대통령(가운데),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와의 오찬 회동에서 모두 발언을 하고 있다. 장 대표는 이날 “대통령이 정치 복원의 중심 역할을 해주면 야당도 민생을 위해 적극 협조하겠다”고 했다. 이 대통령과 정 대표는 이날 장 대표가 제안한 민생경제협의체 구성을 수용했다. 송은석 기자 silverstone@donga.com
이재명 대통령이 8일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와의 첫 회동에서 민생경제협의체를 가동하기로 합의하면서 여야 ‘강 대 강’ 대치 국면 속에 일단 협치의 첫발을 뗐다는 평가가 나왔다. 여당 핵심 관계자는 “이 대통령은 서로 악수를 거부했던 여야 대표가 손을 잡게 하면서 양당의 교착 관계를 풀어냈다”며 “장 대표도 민생경제협의체 의제를 던져 야당의 입지를 확보하는 등 윈윈 회동이 됐다”고 평가했다.

다만 이날 회동에서 여야는 3대 특검법 개정안과 내란특별재판부 설치, 대법관 증원, 최교진 교육부 장관 후보자 임명 문제 등과 관련해선 평행선을 달렸다. 장 대표는 “내란특별재판부와 최 장관 후보자 임명을 어떻게 처리하는지가 협치, 변화 의지가 있는지 가늠하는 기준이 될 것”이라고 했다.

● 李, 장동혁에 “정부에 레드팀 필요”

이날 용산 대통령실에서 열린 오찬 회동에는 민주당 한민수 당 대표 비서실장과 박수현 수석대변인, 국민의힘 박준태 당 대표 비서실장과 박성훈 수석대변인이 참석했다. 강훈식 대통령비서실장과 우상호 정무수석비서관, 김병욱 정무비서관도 배석했다.

박수현·박성훈 수석대변인은 이날 국회에서 공동 기자회견을 열고 회동 결과를 발표했다. 박성훈 수석대변인은 “민생경제협의체 구성은 장 대표가 제안했고 이 대통령과 정 대표가 적극 화답하고 수용해 성사됐다”며 “형식만 갖춘 보여주기식 협의체가 아니라 실질적 성과를 낼 수 있는 테마가 있는 협의체가 돼야 한다는 데 뜻을 모았다”고 말했다. 민생경제협의체에선 배임죄 폐지, 주식 양도세 대주주 기준, 청년 고용대책 등 구체적인 논의가 이뤄질 것으로 알려졌다.

이 대통령과 장 대표의 단독 회동은 비공개 오찬 뒤 따로 30분간 진행됐다. 장 대표가 먼저 현안에 대해 의견을 밝히고 이 대통령이 이에 대한 생각을 밝히는 방식으로 대화가 이뤄졌다고 한다. 쟁점에 대해선 이견만 확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장 대표는 검찰개혁과 관련해 “수사 체계에 혼선이 가지 않도록 세밀한 대책을 세워야 한다”고 요구했다. 그러자 이 대통령은 “야당의 의견이 반영되도록 조치하겠다”고 했다고 박성훈 수석대변인은 전했다. 국민의힘은 “이 대통령의 발언을 속도 조절로 받아들였다”고 했다. 대통령실 강유정 대변인은 “속도 조절이라기보다 충분히 야당 의견을 수렴하겠다는 것”이라며 “25일 본회의 시점 변경이 아니라 과정에 관한 이야기”라고 설명했다.

장 대표는 정부조직법 개정안에 대해서도 “국민적 합의가 이뤄지지 않았다”고 밝혔고, 이 대통령이 “야당 의견도 듣고 충분히 논의하며 진행하겠다. 우리 정부에도 레드팀이 필요하다”고 답했다고 한다.

장 대표는 특검의 국민의힘 압수수색, 민주당의 윤석열 전 대통령 구치소 폐쇄회로(CC)TV 열람 등에 대해선 “대통령이나 정부가 수사에 개입하고 있다는 인식을 준다”면서 “오랫동안 되풀이된 정치보복 수사를 끊어낼 수 있는 적임자가 이 대통령”이라며 대통령의 역할을 요구했다. 이에 이 대통령은 “야당의 목소리를 귀담아듣겠다”고 한 것으로 알려졌다.

장 대표는 민주당 일각의 내란특별재판부 설치 시도와 대법관 증원 문제에 대해서도 우려와 유감의 뜻을 밝히며 특검 개정안에 대해 재의요구권(거부권) 행사를 요청했다. 이 대통령이 “정치가 만인의 만인에 대한 투쟁으로 번져선 안 된다. 정치의 사법화를 우려한다”고 했지만 거부권 행사 요구에 즉답은 하지 않았다고 국민의힘은 전했다.

● 李, “정치복원 요청한 장 대표 말에 공감”

이 대통령은 장 대표가 ‘정치를 복원하는 데 대통령이 중심적 역할을 해달라’고 말한 것에 이어 받아 “장 대표 말에 공감 가는 부분이 꽤 많다”며 “그냥 듣기 좋으라고 하는 말씀이 아니라 실제로 그렇게 (역할을) 하고 싶다”고 호응했다. 이어 “국민을 통합하는 것이 대통령의 가장 큰 책무”라며 “야당은 하나의 정치 집단이긴 하지만 결국 국민의 상당한 일부를 대표하기도 하기 때문에 그분들의 목소리도 당연히 들어야 하고 그분들을 위해 정치해야 되는 게 맞는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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