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교섭단체 대표 연설
국힘 향해 손가락 치켜들며 공세… 野와 악수 하루 만에 강공 전환
‘조희대 대법원’엔 “대선개입 의혹”
국힘 “여의도 대통령, 선전포고”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가운데)가 9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본회의장에서 교섭단체 대표 연설을 한 뒤 동료 의원들과 악수를 나누고 있다. 정 대표는 이날 연설에서 제1야당인 국민의힘을 향해 “내란세력과 단절하지 못하면 위헌 정당 해산 심판의 대상이 될지도 모른다”고 말했다. 이훈구 기자 ufo@donga.com
“이번에 내란 세력과 단절하지 못하면 위헌 정당 해산 심판의 대상이 될지도 모른다. 명심하시라.”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는 9일 국회 교섭단체 대표 연설에서 국민의힘 의원들을 향해 손가락을 치켜들고 “언제까지 내란당의 오명을 끌어안고 살 거냐”며 이같이 말했다. 이날 약 55분간의 연설에서 ‘내란’이란 단어를 26번 언급한 정 대표는 ‘협치’란 단어는 단 한 번도 사용하지 않았다. 정 대표의 연설을 두고 국민의힘은 “제1야당에 대한 선전포고”라며 강하게 반발했다. 정 대표가 이재명 대통령이 여야 대표의 오찬 회동에서 협치를 강조한 지 하루 만에 야당을 향한 날 선 메시지를 쏟아내면서 이번 정기국회에서도 여야의 극단 대치가 되풀이될 가능성이 커졌다는 우려가 나온다.
● 민주당만 박수 40여 차례… 국힘은 줄줄이 퇴장
정 대표는 연설의 상당 부분을 국민의힘을 비판하는 데 할애했다. 정 대표는 국민의힘 측 의석을 바라보며 “내란 청산은 정치 보복이 아니다”며 “권력을 사유화하고 분단을 악용하고 정의의 가면 뒤에서 저질렀던 악행을 청산하자는 것”이라고 운을 뗐다.
국민의힘 측에서 “언제까지 내란이냐”는 항의가 나왔지만 정 대표는 아랑곳하지 않고 “내란과 절연하라. 국민들에게 ‘우리가 잘못했다’고 진정 어린 사과를 하라”며 연설을 이어갔다. 국민의힘 의원들 사이에서는 즉각 “당신이 먼저 사과하라”란 고성이 터져 나왔고 한 의원은 정 대표를 향해 “반미 테러리스트”라고 외치기도 했다.
정 대표는 내란을 언급할 때마다 국민의힘 쪽을 뚫어지게 바라보거나 국민의힘 쪽으로 손가락질을 해가며 발언을 이어갔다. 정 대표는 “청산되지 못한 과거는 급기야 보수에게 비상계엄을 부추기고 극우와 손잡게 하고 있다”며 “완전한 내란 청산은 진정한 보수를 회복하고 도덕적으로 부활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 대표는 또 “윤석열 정부는 외교 실패와 경제 ‘폭망’이라는 참담한 결과를 낳았다”며 “대중국 무역 적자 폭이 커지면서 2023년 상반기 무역수지가 전 세계 208개국 중 200위에 그쳤다. 109위를 기록한 북한만도 못한 성적”이라고 비판하기도 했다.
정 대표가 연설하는 동안 민주당 의원들 사이에선 40여 차례 박수가 나온 반면에 국민의힘 의원들은 단 한 번도 박수를 치지 않았다. 민주당 의원들이 연설을 마친 정 대표를 기립박수로 배웅할 때 국민의힘 의원 상당수는 자리를 비운 상태였다.
● 鄭 “개혁 골든타임, 추석 전 檢 폐지” 강조
정 대표는 이날 “개혁에도 골든타임이 있다”며 검찰·언론·사법개혁 관련 법안 추진도 거듭 강조했다. 그는 검찰과 관련해선 “추석 귀향길 뉴스에 ‘검찰청은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는 기쁜 소식을 들려드리겠다”고 했다.
법원을 겨냥해선 “조희대 대법원의 대선 개입 의혹도 있었고 피고인 윤석열의 재판은 침대축구처럼 느리다”며 “사법제도의 개혁도 절실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대법관 증원은 반대할 일이 아니다”라며 “국회가 나서서 예산과 인원을 늘려주겠다는데도 반대하는 조직은 처음 본다”고 비꼬았다. 언론과 관련해선 “‘가짜정보 근절법’ ‘언론중재 및 피해구제법’으로 국민들을 보호하겠다”고 했다. 정 대표는 ‘3대 특검법’ 개정안의 신속한 처리와 내란 전담 재판부의 설치도 연설문에 담았다.
국민의힘은 정 대표를 “여의도 대통령”이라고 비판했다. 장동혁 대표는 “대통령이 어제 정 대표에게 여당이 더 많은 것을 가졌으니 양보하라고 주문했다. 그런데 양보는커녕 연설 내내 여전히 국민의힘을 없애겠다는 이야기만 반복했다”며 이같이 밝혔다. 또 “어제 협치를 위해 손잡고 약속했던 것을 하루아침에 뒤집는 정치는 이제 그만했으면 좋겠다”고도 했다.
장 대표는 검찰청 폐지에 대해서도 “이 대통령이 속도 조절을 하라고 주문했다”면서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 대표는 ‘추석 선물로 검찰청 폐지 소식을 들려드리겠다고 했다. 지금 대한민국의 대통령이 도대체 누구냐”라고 반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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