혁신위원장 사퇴 안철수 인터뷰
7일 사퇴까지 무슨일 있었기에
“인적쇄신, 특정인 거명한적 없어”
“尹부부 흔적 黨에 아직도 남아있어”
국민의힘 안철수 의원이 8일 국회에서 가진 동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전날 혁신위원장 사퇴 배경과 향후 당 대표 출마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이훈구 기자 ufo@donga.com
“국민의힘은 환자로 보면 중증을 넘어서 정신을 잃었다. 지금 고름을 제거하는 수준이 아닌, 완전히 수술해야 하는 상황이다.”
국민의힘 혁신위원장직을 사퇴한 안철수 의원은 8일 동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국민의힘은 정통 보수정당으로 기능하기도, 대중정당으로 기능하기도 불가능한 상황”이라며 대대적인 당 쇄신을 촉구했다. 혁신위원장을 수락하며 “보수 정치를 오염시킨 고름과 종기를 적출하겠다”고 했던 그는 혁신위원장직 내정 닷새 만에 자리를 박차고 나왔다. 안 의원은 당 혁신위원장직 사퇴 이유에 대해 “혁신위 출범 전 미리 인적쇄신 약속을 받으려 했지만 ‘안 된다’는 답을 들었다. 결국 아무것도 못 할 것으로 판단했다”고 말했다. 안 의원은 송언석 비상대책위원장 겸 원내대표에게 혁신위 첫 안건으로 6·3 대선 후보 교체 파동 중심에 있던 이른바 ‘쌍권’으로 불린 권영세 전 비상대책위원장과 권성동 전 원내대표에 대한 인적 쇄신 조치 요구를 한 것으로 전해졌다. 다음은 일문일답.
―혁신위원장 사퇴 직전까지 무슨 일이 있었던 건가.
“혁신위가 출범하기 전에 인적 쇄신 약속을 미리 받으려 했다. 인적 쇄신을 혁신위 첫 안건으로 생각했다. 정치적으로 문제 있는 가장 소수의 사람에 대한 인적 쇄신을 발표하면 ‘저 혁신위는 진짜로 행동으로 보여주는구나’라고 생각하게 되고, 당 지지율도 올라가고 당이 살 수 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일요일(6일) 점심에 송 위원장에게 그 얘기를 하니 ‘안 된다’고 하더라. 저녁까지 전화와 문자로 논의했지만 오히려 합의도 안 됐던 인선안을 7일에 발표했다. 도대체 무슨 일이 되겠는가.”
―제안을 받지 못하는 이유는 뭐라고 설명하던가.
“‘곤란하다’고만 했다.”
―첫 인적 쇄신을 ‘쌍권’으로 삼은 이유가 있나.
“최소한 두 사람 정도라고만 했지, 언론에 특정해서 말한 적은 없다. 특정인을 거명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다만 이번 혁신위는 다르고 국민의힘이 새로운 정당으로 거듭난다는 것을 보여줄 필요가 있었다. 그래야 당도 성공하고 내년 지방선거도 승산 있는 것 아닌가.”
―혁신위원장직을 유지하며 설득할 순 없었나.
“계속 설득할 생각이었는데, 제가 동의하지 않은 사람까지 혁신위원 인선안에 포함해 통과시켜 버렸다. 상상할 수 없는 진도를 나가는데 제가 뭘 더 할 수 있었겠나.”
안 의원은 비대위의 혁신위원 인선안 발표 소식을 7일 비대위 회의 15분 전에 통보받았다고 했다. 안 의원은 ‘개혁파’인 이재영 서울 강동을 당협위원장, 호남 출신의 박은식 전 비대위원을 혁신위원으로 추천했지만 비대위는 이들이 제외된 혁신위원 인선안을 의결했다.
―혁신위원장 대신 전당대회 출마를 선택한 것을 두고 자기 정치한다는 비판이 나온다.
“혁신을 못 하게 무산시키니 다른 방법이 없었다. 혁신을 말씀드릴 수 있는 다른 기회를 찾아야 했다.”
―국민의힘을 코마 상태로 진단했는데….
“대구·경북에서도 (국민의힘) 지지율 절반 이하로 떨어지고, 이재명 대통령 지지율은 상승한다. 다른 지역들도 한번 보라. (국민의힘은) 더 이상 전국 정당으로 기능하는 게 불가능한 상황이다. 환자로 보면 이건 중증을 넘어서 정신을 잃은 것이다.”
―당은 왜 이 상태까지 내몰린 것으로 보나.
“민주당은 수도권 정당이다. 그런데 우리는 영남 정당이다. 재작년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때도 수도권 위기론을 얘기했지만 영남 의원들은 우리가 선거 이긴다고 하더라. 그만큼 (상황을) 모른다. 지금도 영남 소수의 사람은 ‘중도는 없다’고 얘기한다. 중도와 무당층은 없다는 그런 생각 자체가 우리를 실패하게 만든다. 대선에서 지고 바로 반성하고 혁신하는 모습을 보였어야 했는데, 한 달이 지나도록 가만히 있으니 우리 지지층까지 등을 돌리고 있다.”
―윤석열 전 대통령 부부와 절연을 강조했는데….
“윤 전 대통령의 흔적은 아직도 당에 남아 있다. 윤 전 대통령을 만들었던 사람들(친윤석열계)은 두목은 없어졌어도 아직 서로 뭉치며 의견을 교환하고 있다. 자연스럽게 그분들도 윤 전 대통령과 관계를 끊게 하는 정상화가 필요하다.”
―3대 특검에 대한 당내 우려가 크다.
“죄가 있는 사람에 대한 수사는 당도 적극 협조해 더 이상 특검을 연장할 이유가 없게 만들어야 한다. 제일 걱정되는 건 특검 연장 빌미를 주면 내년 지방선거에서 치명타를 입는다는 것이다. 정치 보복이라고 판단되는 것에 대해선 결사적으로 반대해야 한다. 우리가 협조했는데도 민주당이 연장을 시도하면 국민적인 저항에 부딪힐 거다.”
―전당대회에 김문수 전 장관, 한동훈 전 대표 모두 나오라고 했는데….
“진짜 당을 혁신할 수 있는 최고의 사람이 누군지를 당원들이 선택해서 뽑는 게 맞다. 제가 전당대회에 나가려는 것도 1등을 하겠다는 확신이 있어서가 아니고 준비해 놓은 혁신안을 공약으로 내세워 당원들에게 이야기하려는 것이다. 1등을 못 하더라도 당 대표가 된 사람에게 전달하려 한다.”
―당 대표가 되면 무엇부터 하려 하나.
“과거를 다루는 대선백서 태스크포스(TF) 구성과 미래지향적인 유능한 정책정당을 만드는 작업에 착수할 것이다. 한편으론 인재풀을 넓혀야 하는데, 당직자라든지 보좌관이라든지 내년 지방선거 출마를 희망하는 사람이 있으면 그분들을 공천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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