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정부 첫 예산안의 국회 심사가 5일 국회 공청회를 시작으로 본격 진행된다. 정부가 확장재정 기조하에 올해 대비 8% 증가한 728조 원 규모 예산안을 국회에 제출한 가운데 여당은 “원안 통과”를 주장하는 반면 야당은 “빚잔치”라고 비판하며 대대적 삭감을 요구하겠단 방침이다.
● 與 “국민성장펀드 등 원안 통과 목표”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가운데)가 2일 전남 순천시 아랫장을 방문해 지지자들과 사진을 찍고 있다. 이어 정 대표는 전남 나주에서 열린 전남도당 임시당원대회에 참석해 “내년 6월 지방선거에서 가장 공정하고 투명하며, 당원들의 마음이 반영된 민주주의 경선을 치르겠다”고 밝혔다. 순천=뉴스12일 정치권에 따르면 여야는 이달 5일 예산안 공청회를 시작으로 6∼7일 정부 각 부처 대상 종합정책질의를 실시한다. 이후 10∼11일에는 경제부처, 12∼13일에는 비경제부처를 대상으로 한 부별 심사가 각각 예고됐다. 17일부터는 예산안의 증·감액을 심사하는 예산안조정소위원회(예산소위)가 본격적으로 가동되고, 소위 의결이 끝나면 전체회의를 열어 내년도 예산안을 의결하게 된다. 새해 예산안 국회 본회의 법정 처리시한은 매년 12월 2일이지만, 여야가 대치하면 기한을 넘길 수 있다.
내년도 예산안 심사를 앞둔 더불어민주당은 정부 확장재정 기조에 발맞춰 성장동력을 마련하고 민생경제에 활력을 불어넣겠다는 방침이다. 이에 따라 정부안에 포함된 지역사랑상품권, 국민성장펀드 등 적극적인 재정 정책이 확정 예산안에 반영될 수 있도록 역량을 집중할 것으로 전망된다.
우선 민주당은 이재명 대통령의 대표 사업인 지역사랑상품권(지역화폐) 관련 방어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정부안에서 지역화폐 국비 지원은 올해보다 1500억 원 늘어난 1조1500억 원이 편성됐다. 야당이 지역화폐를 두고 ‘지방선거용 포퓰리즘 예산’이라고 주장하는 가운데, 민주당은 지역경제 및 골목상권 활성화를 위해 해당 예산이 필요하다고 보고 있다.
향후 5년간 150조 원 규모로 조성되는 국민성장펀드도 정부 역점 사업인 만큼 반드시 원안대로 통과시켜야 할 예산으로 꼽힌다. 국민성장펀드는 산업은행 정책 기금 및 민간 자본에 정부 예산을 일부 출자해 운영하는 펀드로 인공지능(AI)·반도체·바이오 등 6대 신산업에 투자하게 된다. 정부안에는 ‘마중물’ 격 예산 1조 원이 포함돼 있는데, 민주당은 장기 성장동력 마련을 위해 반드시 반영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민주당은 전임 윤석열 정부에서 대폭 삭감된 연구개발(R&D) 예산 확보에도 역점을 두고 있다. R&D 예산은 이번 정부안에 역대 최대 폭인 19.3% 인상된 35조3000억 원이 반영됐다.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예결위) 소속 한 의원은 “이재명 정부의 첫 예산안인 만큼 가능한 한 원안대로 통과되는 것이 중요하다”며 “신성장·민생회복 등 국정과제를 뒷받침할 수 있도록 심사하겠다”고 했다.
● 野 “‘빚잔치 예산안’… 송곳 검증 나설 것”
국민의힘 송언석 원내대표(가운데)가 2일 국회에서 열린 서울·인천·경기·강원 예산정책협의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송 원내대표는 이날 “지금 필요한 건 포퓰리즘 정책이 아니라 근본적인 성장 대책”이라고 말했다. 오른쪽부터 오세훈 서울시장, 송 원내대표, 김도읍 정책위의장. 박형기 기자 oneshot@donga.com국민의힘은 재정 건전성에 방점을 두고 정부의 확장재정 기조 및 현금성 지원 정책에 대한 송곳 검증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특히 내년도 적자국채 발행이 역대 최대 수준인 110조 원 규모로 전망된다는 점을 들어 미래세대에 부담을 전가하는 ‘빚잔치 예산안’이라고 비판하고 있다.
국민의힘은 지역화폐와 소비쿠폰 등 현금성 지원을 포퓰리즘으로 규정하고 내년도 예산안 중 ‘삭감 대상 1순위’로 지목했다. 송언석 원내대표는 2일 기자들과 만나 “소비쿠폰과 같은 예산은 민생경제 회복 효과를 거두기 어렵다는 것이 이미 알려져 있다”며 “일종의 진통제 내지 마취제를 맞는 것과 유사한 효과”라고 말했다.
국민성장펀드에 대한 비판도 거세다. 예결위 야당 간사인 박형수 의원은 “정부의 정책펀드 사업들은 투자 수익률이 민간 벤처캐피털에 비해 현저히 낮을 수밖에 없다. 혈세 낭비를 초래할 우려가 크다”고 지적했다. 당 일각에선 정부가 국민연금 등 공적기금을 국민성장펀드 조성에 활용해 국민 노후자금을 위험에 노출시킬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국민의힘은 이날 수도권 및 강원에 이어 3일 대구·경북, 4일 부산·울산·경남, 5일 충청, 6일 호남 등 전국을 돌며 지자체와 예산정책협의회를 진행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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