與 “내란 신속 재판”…헌재로 넘어가면 되레 지연될 수도

  • 동아일보
  • 입력 2025년 12월 23일 22시 25분


23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제430회국회(임시회) 제2차 본회의에서 12·3 윤석열 비상계엄 등에 대한 전담재판부 설치 및 제보자 보호 등에 관한 특별법이 통과되고 있다. 2025.12.23. 서울=뉴시스
23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제430회국회(임시회) 제2차 본회의에서 12·3 윤석열 비상계엄 등에 대한 전담재판부 설치 및 제보자 보호 등에 관한 특별법이 통과되고 있다. 2025.12.23. 서울=뉴시스

더불어민주당이 23일 국회 본회의에서 신속한 내란 사건 재판을 강조하며 내란전담재판부 설치를 강행 처리했지만 윤석열 전 대통령 재판의 불확실성이 오히려 커졌다는 지적이 나온다. 민주당은 수차례 수정을 통해 위헌 소지를 최소화했다고 강조하고 있지만 이미 진행 중인 재판을 겨냥해 사후적으로 재판부를 만드는 법안 자체가 본질적으로 위헌 논란을 피해 가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윤 전 대통령 측이 위헌법률심판제청 신청을 예고하면서 재판부가 이를 받아들일 경우 재판 자체가 지연될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국민의힘은 “이재명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해야 한다”고 촉구하고 나섰다.

● “재판 지연 부메랑 될 수도”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3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제430회국회(임시회) 제2차 본회의에서 12·3 윤석열 비상계엄 등에 대한 전담재판부 설치 및 제보자 보호 등에 관한 특별법안(대안) 수정안에 대한 무제한토론(필리버스터) 종결 동의의 건 투표를 하고 있다. 2025.12.23. 서울=뉴시스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3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제430회국회(임시회) 제2차 본회의에서 12·3 윤석열 비상계엄 등에 대한 전담재판부 설치 및 제보자 보호 등에 관한 특별법안(대안) 수정안에 대한 무제한토론(필리버스터) 종결 동의의 건 투표를 하고 있다. 2025.12.23. 서울=뉴시스
민주당은 이날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내란전담재판부 설치법은 위헌소지가 사라졌다고 평가하고 있다. 추천위원회를 통해 재판부를 구성하는 안을 삭제해 사실상 18일 대법원이 내놓은 전담재판부 설치 예규와 재판부 구성 방식이 유사하다는 것. 민주당은 또 특정인을 겨냥한 법안은 위헌이라는 지적에 따라 윤 전 대통령 등의 이름을 빼고 ‘내란·외환·반란 범죄 등의 형사절차에 관한 특례법’으로 법안명을 바꾸기도 했다.

하지만 근본적인 위헌소지는 여전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장영수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명예교수는 “이미 벌어진 사건을 담당할 전담재판부를 사후적으로 만드는 방식”이라며 “피고인이 공정한 재판을 받는다고 생각할 수 있겠느냐. 평등권을 침해하는 위헌적인 법”이라고 지적했다. 수도권 지법의 한 부장판사도 “특정 사건에 대한 영장심사를 맡을 전담을 정하는 게 맞느냐는 문제 제기가 법원 내부에서도 있다”고 했다.

재판 배당 문제도 위헌 논란이 여전하다는 지적이 많다. 대법원이 만든 예규는 ‘선(先) 무작위 배당, 후(後) 전담 지정’ 방식을 취하고 있었다. 하지만 이날 국회를 통과한 법안의 취지대로 내란전담재판부를 먼저 만들고 이 중에서 배당을 하는 방식이 된다면, 위헌 불씨는 여전히 남는다는 것이다. 한 부장판사는 “향후 판사회의 과정에서 특정 성향의 판사들로 재판부를 구성하려는 압력이 작용하거나, 무작위 배당 원칙이 훼손되는 형태의 세부 규칙이 마련된다면 위헌 논란이 커질 수밖에 없다”고 했다.

이에 따라 윤 전 대통령 측이 내란전담재판부 설치법 통과를 명분으로 재판을 지연시키기 위한 움직임에 나설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윤 전 대통령 등 내란 혐의 피고인들이 재판부 구성의 위헌성을 문제 삼아 위헌법률심판 제청을 신청할 가능성이 크다는 것. 만약 담당 재판부가 이를 받아들여 헌법재판소에 심판을 제청하면 헌재 판단이 나올 때까지 재판이 중단된다. 윤 전 대통령의 변호인단은 이날 “군사법원 외의 특별법원을 설치하는 건 위헌”이라며 “위헌법률심판 제청 신청을 비롯해 헌법 파괴 행위를 좌시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재판부가 위헌법률심판제청을 기각하더라도 윤 전 대통령 측이 헌법소원에 나서거나 변호인 총사퇴로 재판을 지연시킬 가능성도 있다. 이날 윤 전 대통령 측은 “민주당은 법안 통과에 대해 국민에게 사과하고, 이재명 정권은 법률안 거부권을 행사하라”며 “(그렇지 않으면) 중대 결심을 할 수 있다”고 했다. 변호인단이 실제 총사퇴할 경우 윤 전 대통령이 새로 변호인을 선임하거나, 재판부가 직권으로 국선변호인을 지정해야 한다. 이 절차가 진행되는 동안 재판 일정이 늦춰질 가능성이 있는 것이다.

● 與 “신속 엄정 판단해야” vs 국민의힘 “끝까지 투쟁”

민주당은 이날 사법부를 향한 압박을 이어갔다. 김병기 원내대표는 원내대책회의에서 “헌법이 사법부에 권한을 부여한 이유는 분명하다”며 “헌정질서를 파괴하려 한 범죄를 단호하게 심판하라는 책무로, 헌법과 개정법률에 따라 신속하고 엄정한 판단이 이뤄져야 한다”고 촉구했다.

반면 국민의힘은 “헌법을 짓밟았다”며 거세게 반발했다.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는 이날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를 마친 뒤 “이 대통령에게 헌법수호 의지가 있다면 이 법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더라도 재의 요구권(거부권)을 행사해야 할 것”이라고 했다. 송언석 원내대표는 “헌법을 위반하는 이 악법을 없애기 위해 끝까지 투쟁을 전개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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