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항공우주군이 운용하고 있는 ‘킨잘’(Kinzhal) ALBM. 러시아 항공우주군 제공
공군이 전투기에서 발사해 마하 10 이상의 속도로 핵심 표적을 타격할 수 있는 극초음속 공중발사 탄도미사일(ALBM)과 적의 전력망을 마비시키는 ‘정전유도탄’ 개발을 추진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8일 국회 국방위원회 소속 유용원 국민의힘 의원실이 공군본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공군은 ‘극초음속 공대지 유도탄’과 ‘장거리 정전유도탄’ 사업을 본격적으로 검토 중이다.
공군이 개발 검토중인 극초음속공대지유도탄. 유용원 의원실 제공
■ 러시아 킨잘 방식 참고…성공 운용엔 정밀 유도능력 필수
극초음속 유도탄은 적의 통합방공망을 빠르게 회피해 핵·미사일 등 전략시설을 신속하고 정밀하게 타격할 수 있는 차세대 무기로 평가된다.
이 유도탄은 러시아가 운용 중인 ‘킨잘(Kinzhal)’과 유사한 운용 개념으로, 국내에서는 ‘한국형 킨잘’로 불린다.
킨잘은 지상발사 탄도미사일 ‘이스칸데르’를 개조해 전투기나 폭격기에서 발사할 수 있도록 만든 ALBM으로, 비행속도 마하 10 이상, 사거리 1000~2000km에 달하며 기존 방공망으로는 요격이 어렵다.
하지만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서는 명중률 논란도 제기됐다. 러시아가 발사한 킨잘 미사일이 군사 목표가 아닌 민간지역에 떨어진 사례가 여러 차례 보고된 바 있다.
일각에서는 우리 군이 극초음속 유도탄을 성공적으로 운영하려면, 정확한 표적 식별과 유도 능력 확보가 필수라는 지적도 나온다.
공군이 개발 준비중인 ‘장거리정전유도탄’. 유용원 의원실 제공
■ 전력망 무력화 ‘정전유도탄’도 개발 추진
공군은 적의 변전소를 무력화해 군사 작전능력을 저하시키는 ‘장거리 정전유도탄’ 개발도 함께 추진 중이다.
이 무기는 국가급 지휘소를 지원하는 변전소 등 전략 전력시설을 방공망 범위 밖 장거리에서 소프트 킬(Soft kill) 방식으로 타격함으로써, 핵·대량살상무기(WMD)와 탄도탄 운용 능력을 제한하는 비살상 비대칭 무기체계로 분류된다.
■ 탄소섬유가 변전소 덮어…“복구에 시간 걸려”
정전유도탄은 탄소섬유 소재 와이어를 대량 방출해 송전계통 절연을 손상시키는 방식으로 작동한다. 이 탄소섬유가 전력 설비에 달라붙으면서 정전을 유도하고, 제거 전까지는 전력 공급이 불가능하다.
복구에 긴 시간이 소요되기 때문에, 적의 전력망은 물론 군 통신·지휘체계 등 작전능력 전반에 장시간 타격을 줄 수 있다.
우리군이 개발중인 정전탄. 국방과학연구소 제공
■ 미군, 걸프전 당시 ‘정전탄’으로 이라크 전력망 마비
이 무기는 1991년 걸프전 당시 미군이 바그다드 변전소에 투하해 실전에서 처음 사용됐으며, 1999년 코소보 공습에서도 세르비아 전력망을 마비시키는 데 쓰였다.
우리 군도 국방과학연구소(ADD) 주도로 2012년부터 정전탄을 개발해왔다. 공군이 구상 중인 장거리 정전유도탄은 이 정전탄을 장거리 공대지 미사일 ‘천룡’급 추진체계에 탑재해, 변전소를 원거리에서 정밀 타격하는 방식으로 개발될 전망이다.
최재호 기자 cjh122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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