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실, 與 대법원장 사퇴 요구에 “원칙적으로 공감”

  • 동아일보
  • 입력 2025년 9월 15일 09시 1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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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란 일자 “시대적·국민적 요구 있다면 돌이켜봐야한다는 의미”

강유정 대변인이 15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핵심규제 합리화 전략회의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 2025.09.15 뉴시스
강유정 대변인이 15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핵심규제 합리화 전략회의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 2025.09.15 뉴시스
대통령실은 15일 ‘추미애 법사위원장이 조희대 대법원장에 대한 사퇴를 공개적으로 요구했다’며 대통령실 입장을 묻는 취재진의 질문에 “원칙적으로 공감한다”고 밝혔다. 파장이 커지자 대통령실은 재차 브리핑을 열고 “(조 대법원장 사퇴에 대해) 대통령실 입장이 특별히 있는 것은 아니다”라며 “선출권력(입법부)에 대한 존중을 강조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앞서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추미애 국회 법사위원장은 조희대 대법원장을 겨냥해 사퇴를 공개적으로 요구했다.

대통령실이 이날 발언에 대해 별도 브리핑을 열며 수습에 나섰지만, 조 대법원장에 대한 정부여당의 압박이 커지며 내란전담재판부 설치와 사법개혁 등을 둘러싼 논란이 당분간 이어질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대통령실 “입법권, 삼권분립 중 유일한 선출권력”

강유정 대통령실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여권 일각에서 조 대법원장 사퇴 요구에 대한 대통령실 입장을 묻는 질문에 “국회가 어떤 숙고와 논의를 통해 헌법 정신과 국민 뜻을 반영하고자 한다면 가장 우선시되는 선출 권력이라고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시대적·국민적 요구가 있다면 임명된 권한으로서 요구에 대한 개연성과 이유에 대해서 돌이켜봐야 할 필요가 있지 않으냐는 점에서 원칙적으로 공감한다”며 이같이 밝혔다.

강 대변인은 “입법부, 행정부, 사법부의 삼권분립도 있지만, 상호견제와 균형에 있어서 무엇보다 주권재민이라는 측면에서 헌법 근본정신은 입법부가 가지고 있는 충분한 논의에 대한 존중이 있어야 한다”며 “특히 (입법부는) 선출 권력으로만 이뤄진, 삼권분립 중 한 권력기관이기 때문이다”고 강조했다.

강 대변인은 “직접주권을 위임받은 기관이 국회이고 선출된 행정부 수반이 대통령이다. 국민주권 의지를 강하게 보여준다고 할 수 있고, 삼권분립은 당연히 전제하지만, 그럼에도 간접적인 임명권을 통해 임명된 권한은 입법부 논의를 충분히 지켜봐야 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강유정 대통령실 대변인이 15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핵심규제 합리화 전략회의 관련 브리핑을 마친 후 취재진 질문을 받고 있다. 2025.9.15 뉴스1
강유정 대통령실 대변인이 15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핵심규제 합리화 전략회의 관련 브리핑을 마친 후 취재진 질문을 받고 있다. 2025.9.15 뉴스1
이날 여권 일각의 조 대법원장 사퇴 요구에 대통령실 입장이 공개되며 파장이 일었다. 대통령실이 사실상 조 대법원장 사퇴에 무게를 싣는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오면서다.

이에 대통령실은 곧바로 별도 브리핑을 열고 해명에 나섰다. 강 대변인은 “앞서 브리핑에서도 (조 대법원장 사퇴에 대한) 대통령실의 입장이 있는 것은 아니라고 말했다”며 “(대법원장 사퇴에 대한 공감 발언은) 맥락 취지를 오독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커지는 내란전담재판부 설치 갈등

앞서 정청래 대표는 13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사법개혁은 사법부가 시동 걸고 자초한 것 아닌가”라며 “다 자업자득이다. 특히 조희대 대법원장!”이라고 적었다. 정 대표는 “대선 때 대선 후보도 바꿀 수 있다는 오만이 재판 독립인가”라고 했다.

추 위원장 역시 14일 페이스북을 통해 “검찰 독재 시대에는 침묵하다가 가장 민주적인 정권 아래에서 무슨 염치로 사법부 독립을 주장하는가”라며 “조 대법원장이 헌법 수호를 핑계로 사법 독립을 외치지만 속으로는 내란범을 재판 지연으로 보호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조희대 대법원장이 12일 오전 서울 서초구 대법원에서 열린 2025 대한민국 법원의 날 행사에서 축사를 하고 있다. 변영욱 기자 cut@donga.com
이같은 여권의 사법부 압박은 조 대법원장이 사법부에 대한 ‘독립성 보장’을 공개적으로 요구하면서 본격적으로 불거졌다. 조 대법원장은 12일 법원의 날 행사에서 “사법부가 헌신적 사명을 완수하기 위해선 무엇보다 재판의 독립이 확고히 보장돼야 한다”며 “어떤 어려움에도 흔들림 없이 오직 헌법을 믿고 당당하고 의연하게 재판에 임해달라”고 했다.

유례없는 사법부와 당정 간 갈등은 민주당이 추진 중인 내란전담재판부 설치와 대법관 증원을 중심으로 한 사법개혁이 핵심 원인이다. 민주당은 윤석열 전 대통령에 대한 내란 재판을 담당할 전담 재판부를 설치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부에 내란전담재판부를 설치하는 식이다. 2017년 지식재산권 사건을 전담하는 지식재산전문재판부가 존재하고 있어 위헌 논란이 없다는 것이 민주당의 입장이다.

하지만 법조계에선 민주당의 내란전담부 설치 시도 자체가 재판의 공정성과 법치주의를 훼손해 재판 결과에 대한 국민 신뢰를 떨어뜨릴 수 있다는 지적을 내놓고 있다. 12일 전국 법원장 고위 법관 42명은 민주당의 전담재판부 설치와 사법개혁 추진 등에 대해 “사법 독립은 반드시 보장되어야 하므로 개선 논의에 사법부 참여가 필수적”이라고 밝혔다.

#대통령실#대법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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