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2조 ‘전쟁 추경’ 국회 시정연설
“위기 파도서 국민 삶 지킬 방파제
내일 전쟁 끝나도 복구에 장시간
국민들 긴 호흡으로 에너지 절약을”
이재명 대통령이 2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중동 사태 대응을 위한 추가경정예산(추경)안에 대한 시정연설을 하고 있다. 뉴스1
이재명 대통령이 2일 국회 시정연설에서 26조2000억 원 규모의 ‘전쟁 추가경정예산안(추경)’ 처리를 여야에 당부하면서 “이번 추경안은 위기의 파도로부터 국민의 삶을 지켜줄 방파제이자 위기 이후 대한민국이 도약할 발판”이라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정부는 민생경제 전시 상황이라는 엄중한 인식을 갖고 당면한 위기를 타개하기 위해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며 “국민이 낸 세금을 국민께서 필요로 하는 곳에 적기에 사용하는 것은 정부의 마땅한 책무”라고 했다. 그러면서 “이번 추경안은 국채를 발행하지 않는 ‘빚 없는 추경’”이라고 강조했다.
이 대통령은 이날 연설에서 추경안 세부 내용을 상세히 설명했다. 이 대통령은 “고유가 부담 완화 3대 패키지에 10조 원 이상을 투자해 국민들의 부담을 덜겠다”며 “현재 시행 중인 석유 최고가격제의 원활한 운영에 필요한 재원과 환율, 유류비 변동 대응을 위해 목적예비비로 5조 원을 반영했다”고 말했다. 패키지에는 석유 최고가격제 시행으로 제값보다 싸게 주유소에 공급하는 정유사의 손실과 공급난으로 플라스틱 핵심 원료인 나프타 수입가가 두 배 가까이 오른 만큼 국내 기업이 비싸게 수입해온 것에 대한 차액 등을 정부가 보전해주는 비용 등이 담겼다.
이재명 대통령이 2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추가경정예산안 시정연설을 하고 있다. 뉴시스 소득 하위 70%에 해당하는 국민 3577만 명에게 최대 60만 원의 고유가 피해지원금을 지급하는 예산도 담겨 있다. 이 대통령은 “소득 수준과 지역 우대원칙에 따라 1인당 기본 10만 원에서 최대 60만 원까지 차등 지원하겠다”며 “지원금은 지역화폐로 지급해 지역과 골목상권의 소상공인 자영업자에게 도움이 되고 경기 활성화에 기여하도록 설계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저소득층 에너지바우처 수급 대상 가운데 등유, LPG를 사용하는 20만 가구에는 5만 원을 추가 지원한다”며 “대중교통비 부담을 낮추기 위해 K-패스 환급률도 대폭 확장했다”고 말했다.
민생안정 대책에는 2조8000억 원이 편성됐다. 이 대통령은 “최소한의 먹거리와 생필품을 무상 제공하는 ‘그냥드림센터’를 기존 150개소에서 300개소로 두 배 확대했다”며 “적어도 먹을 것이 없어서 극단적 선택을 하거나 범죄에 빠져들지 않도록 하겠다”고 했다. 그냥드림 사업은 이 대통령이 2021년 경기도지사 시절 도입했던 ‘경기 먹거리 그냥드림 코너’를 중앙정부 사업으로 확장한 것. 이어 “경영에 어려움을 겪는 소상공인에게는 3000억 원 이상의 정책자금을 추가로 공급하겠다”며 “‘모두의 창업’ 프로젝트에 국비 4000억 원을 투입하겠다”고 밝혔다.
이 대통령은 “산업 현장의 피해를 최소화하고 경제 안보와 직결된 공급망을 안정적으로 지켜내기 위해 2조6000억 원을 투입하겠다”며 “수출 정책금융 7조1000억 원, 관광업계 저금리 자금 2800억 원을 추가 공급해 기업의 자금 경색을 방지하겠다”고 말했다. 또 이번 에너지 위기를 교훈과 기회로 삼아 재생에너지 중심으로의 에너지 전환을 더욱 속도감 있게 추진할 뜻을 밝혔다. 그는 “재생에너지 융자, 보조를 역대 최대인 1조1000억 원까지 확대하겠다”며 “석유와 핵심전략 자원의 안정적 공급기반 확보를 위해서도 7000억 원을 투입하겠다”고 설명했다.
이재명 대통령이 2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중동 사태 대응을 위한 추가경정예산(추경)안에 대한 시정연설을 하고 있다. 뉴스1 지방정부도 위기 극복의 주체로 나설 수 있게 돕겠다는 뜻도 전했다. 이 대통령은 “지방교부세와 지방교육재정교부금 등 지방의 투자재원 9조5000억 원을 보강해 지방정부의 노력을 뒷받침하겠다”고 했다. 이 대통령은 이번 추경안은 국채를 발행하지 않았다고 강조하며 “증시·반도체 경기 호황 등에 따른 초과세수 25조2000억 원과 기금 자체 재원 1조 원을 활용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여야는 10일 본회의를 열어 추경안을 처리하기로 합의했다.
이 대통령은 현재 에너지 위기 여파가 장기간 이어질 것으로 보고 에너지 절약 실천에 적극 동참해 달라고 호소했다. 그는 “현재 조성된 위기는 잠깐 내리고 그치는 소나기가 아니라 언제까지 지속될지 모를 거대한 폭풍우와 같다”며 “내일 전쟁이 끝난다고 해도 파괴된 중동의 에너지 인프라 시설이 복구되고 이전과 같은 원활한 수급이 이뤄지기까지는 상당한 기간이 걸릴 수밖에 없다”며 “긴 안목과 호흡으로 지금의 위기를 넘고 내일을 대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대통령은 “기름 한 방울이라도 아끼고, 비닐봉지 하나라도 허투루 쓰지 않으며 서로를 배려하고, 함께 극복하고자 하는 의지가 더해질 때 위기의 터널을 안전하게 그리고 신속하게 빠져나갈 수 있다”며 “국민 여러분도 대중교통 이용, 생활 절전 등 일상생활 속 에너지 절약 실천에 적극 동참해 달라”고 했다. 또 매점매석 등 부당이익을 취하는 행위에는 무관용 원칙에 따라 엄정 대응할 방침을 밝혔다.
이재명 대통령이 2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추가경정예산안 시정연설을 마친 뒤 국민의힘 의원들과 인사하고 있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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