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참 前계엄과장 “대통령 서명 들어간 포고령 못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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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엄 절차적 하자’ 내란국조 증언
“서명 안된 복사본은 본 적 있어”

21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윤석열 정부의 비상계엄 선포를 통한 내란 혐의 진상규명 국정조사 특별위원회 4차 청문회에서 국방부와 군 관련 관계자들이 출석해 자리하고 있다. 2025.02.21. 서울=뉴시스
21일 국회에서 열린 ‘윤석열 정부의 비상계엄 선포를 통한 내란 혐의 진상 규명 국정조사특별위원회’(국조특위) 4번째 청문회에서 12·3 비상계엄 당시 배포된 계엄 포고령이 작성 과정에서 절차적 하자가 있었다는 관계자 증언이 나왔다.

권영환 전 합동참모본부 계엄과장(대령)은 이날 국회에서 “포고문을 작성하기 위해서는 대통령의 서명이 들어간 계엄 선포문, 그러니까 공고문이 있어야 한다”며 “당시 합참 계엄과장으로서 지원 업무를 간 저는 그 서명이 들어간 계엄 포고령 1호(공고문)도 보지 못했다는 게 팩트”라고 설명했다. 합참 계엄과는 계엄 및 내란과 외침, 테러 등에 대한 업무를 총괄하는 부서다.

합참 계엄실무편람의 ‘계엄 조치문 처리 절차’ 등에 따르면 합참 계엄과는 대통령 서명이 들어간 공고문을 국방부로부터 전달받아 법무처 등 관련 부서 협조를 얻은 뒤, 계엄사령관 결재를 거쳐 대통령 재가를 받은 다음 공고해야 한다. 권 전 과장에 따르면 비상계엄 선포 당시엔 이 같은 사전 절차가 제대로 지켜지지 않았다는 것이다. 그는 “서명이 들어간 포고령(공고문)은 못 봤고 계엄이 끝나갈 즈음에 다른 곳에서 서명이 안 된 복사본은 본 적이 있다”고 했다.

계엄령 선포에 앞서 사전 절차가 지켜지지 않은 점도 지적됐다. 더불어민주당 김병주 의원이 ‘(계엄령 발동 시) 계엄사령관이나 부사령관, 합동수사본부장 임명도 대통령이 하는데 임명장을 봤느냐’고 묻자 권 전 과장은 “임명장은 꼭 제게 줘야 되는 건 아니지만 그 부분에 대한 임명장을 나는 못 봤다”고 했다. 계엄부사령관 등이 누구인지를 언제 알았느냐는 물음에 권 전 과장은 “상황이 종료되고 알았다”고 했다.

특전여단장 “곽종근, 尹지시라며 ‘의원 끄집어내고 단전’ 명령”
국조특위서 보안폰 지시 내용 밝혀
“차량 탑승한 간부 4명 모두 들어”… 방첩부대장 “尹과 통화하는 곽 봤다”
국회협력단장, 병력진입 과정 증언… “수방사령관이 국회 길 안내 요구”
與, 홍장원 메모 신빙성 의문 제기
이상현 특수전사령부 제1공수특전여단장이 21일 국회에서 열린 ‘윤석열 정부의 비상계엄 선포를 통한 내란 혐의 진상규명 국정조사특별위원회’ 4차 청문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이 여단장은 12·3 비상계엄 당시 곽종근 전 특수전사령관에게 윤석열 대통령이 ‘국회의원을 끌어내고 필요하면 전기도 끊으라’는 지시를 했다는 취지로 증언했다. 뉴시스
이상현 특수전사령부 제1공수특전여단장이 21일 국회에서 열린 ‘윤석열 정부의 비상계엄 선포를 통한 내란 혐의 진상규명 국정조사특별위원회’ 4차 청문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이 여단장은 12·3 비상계엄 당시 곽종근 전 특수전사령관에게 윤석열 대통령이 ‘국회의원을 끌어내고 필요하면 전기도 끊으라’는 지시를 했다는 취지로 증언했다. 뉴시스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탄핵 심판이 마무리 단계에 접어든 가운데 ‘윤석열 정부의 비상계엄 선포를 통한 내란 혐의 진상 규명 국정조사특별위원회’(국조특위)의 4번째 청문회에서 12·3 비상계엄 당시 윤 대통령이 ‘국회의원을 끌어내고 필요하면 전기도 끊으라’는 지시를 했다는 증언이 복수의 군 관계자들로부터 나왔다.

● “대통령이 ‘필요하면 전기도 끊으라’고 지시했다”

비상계엄 당시 국회로 출동했던 이상현 특수전사령부 제1공수특전여단장은 ‘계엄 당시 어떤 지시를 받고 출동했느냐’는 더불어민주당 백혜련 의원의 질문에 “(12월 4일) 0시 50분에서 1시 사이에 (곽종근 전 특수전사령관으로부터) 보안폰으로 전화가 왔다”며 “곽 (전) 사령관이 ‘(대통령과) 화상회의를 했는데 대통령께서 문을 부숴서라도 끄집어내라. 필요하면 전기도 끊으라고 말씀하셨다’고 했다”고 밝혔다.

이 여단장은 “군인은 기계적으로 상급자의 지시에 복명복창을 하기 때문에 ‘대통령님께서 그런 지시를 하셨다는 말씀이십니까’라고 다시 물어봤고, (곽 전 사령관이) 약간 주저하는 듯한 목소리로 ‘응’이라고 하고 끊었다”고 증언했다. 그는 “내 차에서 이 전화를 받았기 때문에 차량에 탑승한 4명은 이 내용을 들었다”고 덧붙였다.

당시 차에 함께 있었던 안효영 1공수 작전참모도 “이 여단장이 대통령이 그런 지시를 한 게 맞냐는 이야기를 했고, 차 안에 있던 사람들이 모두 이를 들었다”면서 “정확한 워딩은 기억나지 않지만 ‘대통령님 지시’라는 단어는 기억난다”고 했다.

이 여단장은 “마침 전화가 끝날 때쯤 1대대장에게 전화가 왔고, 내가 동일하게 ‘대통령께서 이러한 지시를 하셨다’고 했다”며 “수사 과정에서 (이런 통화 내용이) 녹취가 돼 있는 것도 확인했다”고 덧붙였다. 이 여단장은 “대통령 지시 사항이라고 부하에게 전달했지만, 다소 당혹스러웠다”며 “갑자기 이것이 정치적 문제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어 요원들을 건물 밖으로 나오라고 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부대로 복귀한 뒤 지휘통제실에서 상황일지를 절대 수정하지 말라고 지시했다”며 “방으로 돌아가 수첩에 있었던 일을 다 기록하고, 수정을 할 수 없게 볼펜으로 써 검찰에 제출했다”고 덧붙였다.

김영권 방첩사 방첩부대장도 당시 곽 전 사령관이 전화로 윤 대통령의 지시를 받는 모습을 봤다고 증언했다. 김 부대장은 “사령관이 긴장하면서 전화를 받아 옆에 앉은 간부에게 물어봤더니 ‘코드원’이라는 단어를 들었다”고 했다. 코드원은 군에서 통상 대통령을 지칭하는 표현이다. 남기동 특전사 감찰실장 역시 “특전사 경례 구호가 ‘단결’인데 (곽 전 사령관이 당시 전화를 받으면서) ‘충성’이라고 하는 걸 봤을 때 상급자로 장관 또는 그 이상일 것 같았다고 생각했다”고 증언했다.

계엄 당일 국회 내 군 병력 진입 과정에 대한 증언들도 이어졌다. 양재응 국방부 국회협력단장은 계엄 선포 직후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이 전화를 걸어와 국회 내 병력 투입을 위해 이진우 전 수도방위사령관, 곽 전 사령관과 서로 협조하도록 지시했다는 취지로 증언했다. 국방부 국회협력단은 군과 입법부 간 협조와 업무 연락을 위해 설치된 조직이다. 양 단장은 이후 “총 8차례 이 전 사령관으로부터 전화를 수신했다”며 “(이 전 사령관이) 병력을 안내해 달라는 취지의 말을 계속했다”고 했다. 양 단장은 “저는 거듭 어렵다는 취지로 답변했다”며 “문제가 있다고 판단했고, 협조할 수 있는 상황도 아니었다”고 했다.

합동참모본부의 계엄 담당 실무자가 국회 계엄 해제안 의결 후 즉시 해제를 조언하자 당시 계엄사령관이었던 박안수 육군참모총장이 질책했다는 증언도 나왔다. 권영환 전 계엄과장은 “비상계엄 해제 후 계엄법에 따라 해제해야 한다고 (계엄사령관에게) 건의하자 ‘일머리가 없다’는 욕을 듣지 않았느냐”는 민주당 김병주 의원의 질문에 “그런 말을 들었다”고 했다.

● 與 “‘홍장원 메모’ 신의 계시로 썼나”


여당은 탄핵 심판에서 ‘정치인 체포조’ 증언을 한 홍장원 전 국가정보원 1차장의 진술을 놓고 신빙성에 의문을 제기했다.

국민의힘 장동혁 의원은 홍 전 차장이 정치인 체포 명단을 적은 메모 초안을 공개하며 “한글 자음, 모음 그 어떤 것 하나라도 식별해 낼 수 있느냐”며 “여(인형) 사령관의 전화를 받고 받아 적은 것이 아니라 신의 계시를 받은 것 아닌가”라고도 했다.

특위는 청문회에 불출석한 윤 대통령과 김 전 장관,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 등 6인에 대해 동행명령장을 발부했다. 내란 국조특위는 이달 25일 5차 청문회를 추가로 연 뒤 28일 활동경과보고서를 채택하고 활동을 종료할 전망이다.

#내란국조#합참#대통령 서명#포고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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