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23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발언하고 있다. 2025.02.23.[서울=뉴시스]
“윤석열 대통령 탄핵안 인용 가능성이 크다. 중도층 민심을 가져와 최대 승부처인 수도권에서 이길 수 있는 대선 후보가 나와야 한다.”(국민의힘의 한 수도권 의원)
“조기 대선이 열리더라도 탄핵에 반대하는 보수 지지층 여론을 이끌고 가야 한다. 중도층 공략은 속도를 조절해야 한다.”(국민의힘 ‘친윤석열계’ 재선 의원)
윤 대통령 탄핵심판이 막바지로 향하고 있는 가운데 중도층 지지율이 하락하자 국민의힘 내부에서 중도층을 두고 이견 충돌이 본격화되고 있다. “더 이상 강성 지지층만 봐선 안 된다”는 ‘중도 공략파’와 윤 대통령 탄핵에 반대하는 강성 지지층을 중심으로 ‘반(反)이재명’ 세력을 결집해 대선에 나서야 한다는 이른바 ‘체제 전쟁파’의 주장이 맞서고 있는 것. 대선 행보의 보폭을 넓히고 있는 당내 대선 주자들도 중도층 공략을 두고 분화되고 있는 가운데, 중도층 지지율 하락이 계속되면 당내 분열의 불씨가 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 與 내부 “중도 공략 메시지 내놔야”
국민의힘에선 이날 한국갤럽이 이달 18~20일 진행한 여론조사 결과를 두고 엇갈린 반응이 나왔다. 이 조사에서 국민의힘의 중도층 지지율은 크게 하락하면서 더불어민주당과의 중도층 지지 격차가 5%포인트에서 20%포인트로 벌어졌다. 중도층 가운데 윤 대통령 탄핵에 찬성한다는 응답은 69%로 한 주 만에 9%포인트 상승했으며 반대한다는 응답은 25%로 전주보다 7%포인트 떨어졌다.(한국갤럽이 2월 18~20일 무선전화 면접 100% 방식으로 실시.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중도층 민심에 민감한 여당 수도권 의원들 사이에선 “강성 지지층만으론 대선을 치르기 어렵다”는 목소리가 커졌다. 이날 사실상 대선 출마를 선언한 안철수 의원(경기 성남 분당갑)은 “강한 의견을 가진 사람들이 거리에 나와 있어 (이들과) 단결하면 이길 것 같은 생각이 들지만 사실 (규모로는) 30% 정도”라며 “하루가 한 달에 해당하는 중압감을 갖는 조기 대선 국면에선 빨리 대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안 의원은 또 “우리 당에서 중도층에 지지를 호소하는 모습이 잘 보이지 않는 반면 민주당은 오히려 중도층 공략에 열을 올리고 있다”며 “중도층에 맞는 정책을 실행으로 옮길 진정성이 있다는 걸 알려주는 게 결국 승리할 수 있는 길”이라고 했다.
한 수도권 의원은 “이번 조기 대선에서 지면 다음 총선에서 수도권 여당 의원들이 승리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여당 108석 중 수도권 의원은 19명이다.
● 당 지도부 “일단 분열 막아야”
하지만 친윤계와 영남에 지역구를 둔 의원들은 탄핵심판 최종 선고를 앞두고 윤 대통령 탄핵 반대 목소리를 더 높여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윤상현 의원은 이날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3월 중순 심판 때까지 탄핵 반대 당론 스탠스를 견지할 수밖에 없다”며 “윤 대통령 탄핵과 구속 사태의 본질은 자유민주주의와 법치주의가 무너지고 있다는 것이고, 이를 알리는 것이 중도층을 포섭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한 친윤계 재선 의원도 “조기 대선은 정책 대결이 아닌 체제 전쟁으로 갈 것”이라며 “‘이렇게 정권을 빼앗겨선 안 된다’로 가면 지지층이 결집한다”고 했다. 탄핵이 인용되더라도 윤 대통령이 비상계엄 발동 이유로 주장한 반(反)국가 세력과 자유민주주의 세력의 싸움이라는 이른바 ‘체제 전쟁’의 프레임을 이어가야 한다는 것.
당 지도부는 일단 분열을 막아야 한다면서도 중도 확장에 대한 고민을 내비쳤다. 권영세 비상대책위원장은 20일 원외 당협위원장들과의 만찬에서 “내 가장 큰 임무는 (당내) 분열을 막는 것”이라며 “우리 내부에 (윤 대통령) 탄핵에 다양한 의견이 있는데 ‘뭉치자’만 해선 잘 안 돼 고민”이라고 말했다. 또 “의원총회도 이견을 확인하는 자리가 될까 봐 가급적 안 하려고 한다”고 토로했다. 당 지도부 관계자는 “민주당 이재명 대표의 ‘중도보수’ 전략이 통하고 있다는 의견이 최근 지도부 비공개 회의에서 나왔다”며 “중도층 흡수 방안에 대한 고민이 있다”고 전했다.
권성동 원내대표는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중도층 지지율 하락세’ 관련 질문에 “겸허히 수용한다”라면서도 “한 번의 여론조사로 어떤 추세를 평가하기에는 적절하지 않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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