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 법안심사제1소위원회에서 박범계 소위원장이 의사봉을 두드리며 상법 개정안을 상정하고 있다. 2025.2.24 뉴스1
이사의 충실의무 대상을 주주로 확대하는 내용을 담은 상법 개정안이 24일 야당 주도로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법안심사제1소위원회를 통과했다. 법안 내용에 반대 의사를 표명했던 국민의힘 소속 의원들은 표결 직후 퇴장하는 등 강하게 반발했다.
더불어민주당 등은 이날 국회 법사위 법안심사소위에서 이 같은 내용의 상법 개정안을 야당 단독으로 의결했다.
상법 개정안 핵심은 이사가 충실해야 하는 대상을 기존 ‘회사’에서 ‘회사 및 주주’로 확대하는 내용이다. 상장 회사의 전자 주주총회 도입을 의무화하는 조항도 함께 담겼다. 회사의 이사들이 회사뿐만 아니라 주주의 이익 보호를 위해서도 노력해야 한다는 내용과 함께, 일반 주주들의 주주총회 참여를 끌어올려 주주들이 자신들의 이익을 직접 대변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이다.
법안을 발의한 민주당 이정문 의원은 “주주 전체를 하나의 집단으로 봐서 집합적으로 보호한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기업이 경영에서 손실을 입어 주가가 떨어지는 것이 아니라 인수합병, 물적분할 등으로 주주들이 손실을 입는 것을 막아야 한다는 것이 야당의 주장이다.
국민의힘은 법안 내용에 강하게 반대했다.
국민의힘 법사위 간사인 유상범 의원은 “주식회사 제도의 근본을 부정하는 규정”이라며 “대한민국 기업이 경쟁력을 갖지 말라고 하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주장했다. 이어 “벼룩 잡다 초가삼간 태우는 격으로, 기업경영 의지를 사실상 꺾는 결과를 초래하지 않나”고 말했다.
같은 당 장동혁 의원도 “소수 주주의 전체 이익을 보호해야 한다는 필요성은 공감한다”면서도 “상법에 일반 조항을 두는 게 아니라 자본시장법에서 사례에 맞게 구체적 조항을 두자”고 했다.
이날 법안소위에 참석한 정부와 법원 측 관계자들도 우려의 뜻을 내비쳤다.
김석우 법무부 차관은 “(이사 충실 의무는) 미국에서도 주주와 이사 간의 이익이 대립될 경우 아주 예외적인 경우에 한해서 인정할 뿐이고 일반적으로는 규정하지 않고 있다”며 도입에 신중을 기해야 한다고 말했다.
개정안이 법안소위를 통과한 직후 경제계에서도 우려의 목소리가 나왔다.
한국경제인협회 등 8개 경제단체는 이날 입장문을 내고 “상법 개정안의 문제점을 지속적으로 전달했음에도 받아들여지지 않아 당혹스러움을 금할 수 없다”며 “깊은 우려를 표명한다”고 밝혔다.
이 단체들은 “이번 상법 개정은 이사에 대한 소송 남발을 초래하고 행동주의 펀드의 경영권 공격 수단으로 악용돼 대한민국을 기업 하기 힘든 나라로 만들 것”이라고 전망했다. 또 “계속되는 내수 부진과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 등으로 전례 없는 불확실성에 직면한 기업 지배구조를 과도하게 옥죄면 성장 의지를 꺾고 산업 기반을 훼손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민주당은 본회의 의결을 강행한다는 방침이다. 박범계 의원은 법안소위가 종료된 후 기자들에게 “(상법 개정안은) 경제 민주화와 관련이 있고, 주식시장과 자본시장 활성화 염원을 담은 안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야당은 법사위 전체회의를 거쳐 오는 27일 본회의에서 해당 법안을 처리한다는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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