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K-엔비디아 만들 ‘50조 국민펀드’ 제안… 與 “망상”

  • 동아일보
  • 입력 2025년 3월 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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野 ‘이재명 AI육성 구상’ 뒷받침
정부투자 ‘옛 포철 모델’ 거론

진성준 더불어민주당 정책위의장이 6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정책조정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2025.03.06 뉴시스
진성준 더불어민주당 정책위의장이 6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정책조정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2025.03.06 뉴시스
더불어민주당이 6일 첨단 전략산업을 지원하기 위한 50조 원 규모의 ‘국민 참여형 펀드(국민펀드)’를 조성하겠다고 밝혔다. 연기금과 기업, 국민이 출자한 펀드로 인공지능(AI) 등 첨단 기업을 육성하겠다는 취지다.

민주당 진성준 정책위의장은 이날 국회에서 열린 정책조정회의에서 “국민, 기업, 정부, 연기금 등 모든 경제주체를 대상으로 최소 50조 원 규모의 국민 참여형 펀드를 조성하고, 이를 첨단 전략산업 기업이 발행하는 주식과 채권에 집중 투자하겠다”고 했다. 민주당은 정부 차원에서 펀드를 조성한 뒤 AI, 반도체, 2차전지 등 첨단 전략산업 분야에 투자하는 형태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진 의장은 통화에서 “펀드 운용에 따른 종합 수익이 투자자들에게 배분되는 방식일 것”이라며 “규모는 50조 원보다 더 클 수 있다”고 했다. 민주당 일각에선 정부가 지분을 투자해 육성했던 옛 포항제철(포스코) 등도 모델로 거론하고 있다. 앞서 이재명 대표는 “엔비디아 같은 회사가 하나 새로 생겼다. 그중 국민 지분이 30%라면 70%는 민간이 가지고 30%를 국민 모두가 나누면 굳이 세금에 의존하지 않아도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경영권 침해 등의 부작용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국민의힘 권성동 원내대표는 “만에 하나 펀드를 모집해서 실패할 경우 책임 소재도 불분명하다”라면서 “망상 가득한 국부펀드 소리는 그만하고 이미 있는 국부부터 먼저 지켜야 새로운 국부도 창출할 수 있다”고 비판했다.

野 “국민펀드로 AI 투자해 배당”… 재계 “실패 책임 누가 지나”


K엔비디아 만들 ‘50조 펀드’ 논란
野 “국민에 자산증식 기회도 제공”… 與 “국민참여형 펀드 실현 어려워”
오세훈은 500조 펀드 구상 내놔
재계 “국민펀드 투자로 공기업화땐… 정부의 기업 경영권 침해 우려도”
더불어민주당이 6일 밝힌 국민펀드 조성 계획은 국민, 기업, 정부, 연기금 투자를 통해 펀드 재원을 조성한 뒤 인공지능(AI) 및 반도체, 2차전지 등 첨단 전략산업 분야에 투자하겠다는 구상이다. 그래서 기업이 성공한 다음 배당이나 세제 혜택 등을 통해 국민들에게 과실을 되돌려 주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경제계에서는 규제 완화나 인재 양성 같은 기업 환경 개선이 결여된 상태에서 국가나 국민 재산으로만 혁신 기업을 인위적으로 배출하는 것은 한계가 있다고 지적한다. 또 이런 기업이 등장한다고 해도 정부의 경영 간섭이나 소액주주들의 무리한 주주 환원 요구가 생기면서 기업 경영권이 침해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 민주당 “국민 투자금, 소득공제나 비과세”

민주당은 펀드 투자금을 유치하기 위해 소득공제 등 세제 혜택을 줄 계획이다. 국민펀드 조성을 위해 문재인 정부 당시의 뉴딜펀드나 싱가포르의 국부펀드인 테마섹 등의 사례를 참고한 것으로 전해졌다.

민주당 진성준 정책위의장은 “일반 국민과 기업 투자금엔 소득공제나 비과세 같은 과감한 세제 혜택도 제공하겠다”며 “시중 여유 자금이 국내 첨단 전략산업으로 흐를 수 있는 물꼬를 트겠다”고 했다. 그는 “국민펀드는 (국민에게) 자산 증식 기회도 제공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민주당이 이날 50조 원 규모의 펀드 조성 계획을 처음 밝힌 가운데, 추후 규모가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진 의장은 “펀드 규모가 클수록 더 많은 투자를 지원할 수 있어 좋다. 더 많은 국민이 펀드에 투자하려고 한다면 더 늘릴 수도 있다”고 말했다. 민주당은 향후 이언주 최고위원 등을 중심으로 수백조 원 규모로 국민펀드 구상을 발전시켜 대선 공약으로 추진하겠다는 방침이다.

반면 여권에서는 국민참여형 펀드의 실현 가능성이 낮다는 지적이 나온다. 국민의힘 권성동 원내대표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국민으로부터 펀드를 받으려면 (대상) 기업의 성공 가능성이 굉장히 높아야 한다”며 “만에 하나 펀드를 모집해서 실패할 경우 누가 책임을 지는 것인지 책임 소재도 불분명하다”고 말했다.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는 “그냥 화천대유 만들자는 얘기 아닌가”라며 “그런 식으로 정치가 단순무식한 논리로 AI 혁명을 향해 접근하면 안 된다”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여권 대권주자로 꼽히는 오세훈 서울시장은 이날 “대한민국의 미래를 이끌 첨단산업을 위해 500조 원 규모의 ‘다시 성장(KOGA) 펀드’를 조성해야 한다”며 맞불을 놨다. 민주당이 제시한 국민펀드와 달리 국민의 직접 참여와 배분이 아니라 재투자를 통한 선순환에 집중한다는 데 차별점을 뒀다.

● 재계 “현실성 더 따져봐야”

재계는 이날 국민펀드 조성 구상에 대해 “현실성이 있는지 구체적으로 따져봐야 한다”며 의구심을 보였다. 명확한 투자 대상이나 손실 시 책임 소재 등이 없어 섣불리 판단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재계에 따르면 이날 민주당 측에서 “대한상공회의소도 지난해 국민펀드를 제안했다”고 언급한 것과 달리 대한상의가 제시한 한국형 국부펀드 또는 국가투자지주회사는 민주당 구상과 차이가 있다.

대한상의가 지난해 제안한 국부펀드는 정부가 100% 출자해 첨단 전략산업 분야에 정책적으로 중장기 투자자금을 지원하는 형태다. 미국, 중국, 대만, 일본 등과 달리 한국에 반도체를 비롯한 핵심 산업 보조금이 전무한 상황에서 나온 제안이다. 반면 민주당 안은 이를 ‘국민펀드’와 혼용하며 국민이 투자하고 그에 맞는 투자 이익을 가져가는 형태를 언급했다. 대한상의 제안과 형태가 다를 뿐 아니라 투자 대상 역시 초기 단계 기업인지, 첨단 산업 대기업인지 밝히지 않았다.

만일 첨단 산업 분야의 초기 단계 기업에 투자하는 경우라면 손실이 날 경우 책임 소재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재계 관계자는 “몇 년간 계속 손실이 나고 고전하는 게 일반적인데 투자자들이 인내심을 갖고 기다릴 수 있는지, 손실이 나면 누가 책임을 질지 불분명하다”고 말했다.

“대만 TSMC도 정부가 지분 48%를 출자했다”라면서 민주당 측이 제시한 사례도 국민펀드의 예시로 적절치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TSMC는 설립 초기 정부가 지분 48%를 투자했지만 현재는 6%가량의 지분만 갖고 있다. 삼성전자도 7%가량을 국민연금이 보유하고 있어 사실상 다를 바가 없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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