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현희 표적감사-관저이전 부실감사 아니다” 헌재, 최재해 탄핵 만장일치 기각

  • 동아일보
  • 입력 2025년 3월 13일 16시 1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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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현희 전 국민권익위원장에 대한) 정권 차원의 사퇴 압박 요구에 부응한 표적감사” (국회 탄핵소추안)
“사퇴를 압박하기 위한 감사라고 단정하기 어렵다.” (헌법재판소의 탄핵소추 기각 결정문)

헌법재판소가 13일 최재해 감사원장에 대한 국회의 탄핵소추안을 재판관 만장일치 의견으로 기각하면서 야권이 감사원의 편향·부실 감사 사례로 주장한 사안들에 대해 “부실 감사라거나 사퇴압박용 감사라고 단정하기 어렵다”는 결론을 내렸다. 헌재는 감사원이 ‘서해공무원 피살 의혹’ 수사 요청 당시 ‘1급 국가기밀’을 누설했다는 탄핵소추 사유 등에 대해서는 사실과 다르다고 지적했다.

헌정 사상 처음 감사원장으로서 탄핵소추된 최 원장에 대한 결정문에서 헌재는 최 원장이 감사회의록 열람 등을 거부한 것과 주심 조은석 감사위원 결재를 건너뛰고 감사보고서를 시행할 수 있도록 한 행위 등을 위법이라고 봤지만 “파면할 정도는 아니다”라고 판단했다.

● “사퇴 압박 위한 표적 감사 아냐”

헌법재판소에서 탄핵소추안이 기각되면서 직무에 복귀한 최재해 감사원장이 13일 서울 종로구 감사원으로 출근하던 중 발언하고 있다. 2025.03.13. 뉴시스
헌재는 최 원장이 전임 정부에서 임명된 전현희 전 국민권익위원장의 사퇴를 압박하기 위한 표적 감사를 벌였다는 더불어민주당 등 야권의 탄핵소추 사유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헌재는 “다수의 제보를 근거로 실시한 특정 사안 감사”라며 “권익위원장 개인에 대한 대인감찰 뿐 아니라 권익위 행정 사무에 대한 감찰도 포함돼있어 사퇴를 압박하기 위한 감사였다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감사원이 전 전 위원장에 대한 감사에 착수하면서 위원회 의결을 받지 않은 것에 대해서도 헌재는 “위법이라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감사원이 매년 연초에 감사위원회 의결을 받아 포괄적인 연간 업무계획을 짜고 구체적인 감사 계획은 원장 결재로 실시해온 만큼 이 감사에서 감사원이 위원회 의결 없이 감사에 나선 것은 법적 문제가 없다는 것이다. 헌재는 “감사원 특별조사국이 수행하는 대인감찰은 제보 등을 받아 상시적으로 이루어지는 것이라 (연간) 업무계획에 구체적인 감찰 사항을 특정하기 어렵다”며 “대상 기관이 특정될 경우 감사의 밀행성도 유지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감사원이 전 전 위원장에 대해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혐의 등으로 수사 요청을 한 것에 대해서도 헌재는 “수사 요청이 객관적 사실에 반하는 내용이라고 단정하기 어렵고, 현저히 자의적이라거나 정치 중립성을 상실한 것으로 법위반이라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감사위원회가 전 전 위원장의 일부 의혹에 대해 불문 결정을 한 만큼 수사 요청은 무고에 해당한다는 국회 측 주장에 대해서도 헌재는 “무고죄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다”고 했다.

최 원장이 용산 대통령실 이전 의혹을 부실하게 감사했다는 탄핵소추 사유에 대해서도 헌재는 “부실 감사로 볼 만한 다른 사정은 보이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헌재는 감사청구서와 감사원 국민감사청구심사위원회의 심사 내용, 감사원의 직무감찰 범위 등을 고려한 뒤 “(감사 대상은) 대통령실과 관저 이전 과정에서 법령상 절차를 준수하지 않은 행위가 있었는지 여부”라며 “(관저 이전) 결정의 타당성이나 당부에 관한 사항은 감사 범위에 속한다고 보기 어렵다”고 했다.

최 원장이 중앙선거관리위원회 등에 대해 권한 없이 감사를 했다는 탄핵소추 사유에 대해서도 헌재는 “합의제 기관인 감사위원회 의결에 따라 실시된 것이고, 감사원장이 행한 행위라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또 헌재는 최 원장이 감사위원의 한 명으로서 선관위 감사에서 “부여된 권한을 취지에 명백하게 어긋나게 행사했다고 인정할 자료를 찾아볼 수 없다”고 했다.

● “서해 감사에서 ‘1급 기밀 누설’ 탄핵소추 사유는 사실 아냐”

이창수 중앙지검장 등 검사 3인 및 최재해 감사원장에 대한 탄핵심판이 열린 13일 오전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심판정에서 재판관들이 대기하고 있다. 양회성 기자 yohan@donga.com
헌재는 일부 탄핵소추 사유에 대해서는 사실과 다르다고 판단했다. 대표적으로 야권은 2022년 10월 감사원이 서훈 전 국가안보실장 등 20여 명을 ‘서해공무원 피살 의혹’ 사건으로 수사 요청하면서 ‘1급 국가기밀’을 누설했다고 주장했다. 감사원이 당시 북한군에 피살된 공무원 고 이대준 씨에 대해 “구명조끼에 한자가 쓰여있었고, 팔에 붕대가 감긴 정황이 있었으며, 실종 후 발견될 때까지 서해경비계선과 북방한계선 사이 해역에서 확인된 배는 중국 어선 뿐”이라며 월북 가능성이 낮은 정황을 공개했는데, 민주당은 이 정보들이 1급 기밀인 대북감청정보라고 주장해왔다. 하지만 헌재는 이날 “군사 1급 기밀에 해당한다는 사실을 인정할 만한 아무런 자료가 없다”고 지적했다.

감사원이 2023년 감사위원회에서 ‘이태원 참사’ 감사계획을 세우고도 “구체적 감사계획이 없다”고 언론에 허위로 알렸다는 탄핵 사유에 대해서도 헌재는 “감사원은 2023년 연간업무계획에서 이태원 참사와 관련해 구체적인 감사계획을 수립한 사실이 인정되지 않는다”고 밝혔다. 헌재는 최 원장이 ‘월성 1호기 조기폐쇄 의혹’ 관련 위법 감사를 했다는 탄핵소추 사유에 대해서도 “최 원장이 감사원장으로 취임하기 전의 행위”라고 지적했다.

최 원장이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 등에서 “감사원은 대통령의 국정운영을 지원하고 있다”는 취지로 발언한 것에 대해서도 헌재는 “감사원의 성실한 감사를 통해 원활한 국정운영에 기여할 수 있다는 취지로 해석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또 헌재는 “대통령과 관계에서 독립성 및 중립성을 포기하고 감사를 편향적으로 시행한다는 의미였다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 관저 이전 감사 회의록 열람 거부는 ‘위법’

헌재는 최 원장이 지난해 10월 24일 감사원 국정감사 당시 ‘대통령실 및 관저 이전 공사’ 감사위원회 회의록을 요구하는 야당 측에 “관례에 따라 여야 합의가 없으면 회의록을 공개할 수 없다”고 거부한 것에 대해 국회증언감정법 위반이라고 판단했다. 그러면서도 헌재는 “감사위원회 회의는 공개하지 않도록 하고 있고 이는 감사원의 직무상 독립성과 정치적 중립성을 확보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면서 “현장검증 당시 감사보고서 등을 공개하고 감사위원들을 증인으로 참석시킨 점 등을 고려하면 최 원장이 법질서를 무시하거나 역행하고자 하는 적극적인 의도로 법을 위반했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했다.

헌재는 최 원장이 감사원의 전자문서 시스템을 변경해 주심인 조은석 당시 위원의 열람 없이 전 전 위원장에 대한 감사결과보고서를 시행할 수 있도록 한 것에 대해 국가공무원법을 위반한 것이라고 판단했다. 하지만 동시에 헌재는 “감사결과 시행이 늦어지는 것을 막기 위해 부득이 조치를 취한 것으로 보이고 이를 통해 감사결과 내용을 왜곡하거나 부당한 영향을 미쳤다고 보기 어렵다”며 직권남용에 해당하지는 않는다고 판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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