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형배 헌법재판소장 권한대행이 4일 오전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대심판정에서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 인용 결정문을 낭독하고 있다. 이날 헌법재판소는 재판관 전원 일치 의견으로 윤 대통령 파면을 결정했다. 2025.4.4. 사진공동취재단
헌법재판소는 4일 윤석열 전 대통령에 대한 파면을 결정하면서 윤 전 대통령과 국회 양쪽의 책임을 동시에 언급했다. 윤 전 대통령을 향해선 “국회를 협치의 대상으로 존중했어야 했다”고 지적했고, 더불어민주당이 다수당인 국회를 향해선 “관용과 자제를 전제로 한 대화와 타협을 노력했어야 했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먼저 헌법 1조 1항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를 언급하면서 “민주주의는 동료 시민들 간의 존중과 박애에 기초한 자율적이고 협력적인 공적 의사결정을 본질로 한다”고 전제했다. 이어 “피청구인(윤 전 대통령)과 국회 사이에 발생한 대립은 일방의 책임에 속한다고 보기 어렵다”면서 “민주주의 원리에 따라 해소되어야 할 정치의 문제”라고 덧붙였다.
헌재는 민주당을 겨냥해 “국회는 소수 의견을 존중하고 정부와의 관계에서 관용과 자제를 전제로 대화와 타협을 통하여 결론을 도출하도록 노력하였어야 한다”면서 “당파의 이익이 아닌 국민 전체의 이익을 위하여야 한다는 점에서 소수 의견을 존중해야 한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피청구인이 국회의 권한 행사가 권력 남용이라거나 국정 마비를 초래하는 행위라고 판단한 것은 정치적으로 존중되어야 한다”고도 밝혔다.
헌재는 윤 전 대통령에 대해선 “행정부의 수반이자 국가원수로서 야당의 전횡으로 국정이 마비되고 국익이 현저히 저해되어 가고 있다고 인식해 이를 어떻게든 타개해야만 한다는 막중한 책임감을 느끼게 되었을 것으로 보인다”고 인정했다. 그러나 “국회를 배제의 대상으로 삼았는데, 이는 민주정치의 전제를 허무는 것”이라며 “공적 의사결정은 어디까지나 헌법상 보장되는 민주주의 본질과 조화될 수 있는 범위에서 이뤄져야 한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야당이 중심이 된 국회의 권한 행사가 다수의 횡포라고 판단했더라도 헌법이 예정한 자구책을 통해 견제와 균형이 실현될 수 있도록 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헌재는 또 “피청구인은 국회의원 선거에서 국정을 주도하도록 국민을 설득할 기회가 있었다”며 “그 결과가 피청구인의 의도에 부합하지 않더라도 야당을 지지한 국민의 의사를 배제하려는 시도를 하여서는 안 됐다”고 질타했다. 이어 “국회 반대로 인해 중요 정책을 실현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면 헌법 개정안을 발의하거나 국민투표에 부치거나 정부를 통해 법률안을 제출하는 등 권력구조나 제도 개선을 설득할 수 있었다”면서 “현재의 정치 상황이 심각한 국익 훼손을 발생시키고 있다고 판단했더라도 헌법과 법률이 예정한 민주적 절차와 방법에 따라 그에 맞섰어야 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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