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가 8일 이완규 법제처장과 함상훈 서울고등법원 부장판사를 헌법재판소 재판관 후보자로 지명했다. 18일 임기가 종료되는 문형배 헌재소장 직무대행과 이미선 재판관 후임으로 두 후보자를 세워 대통령 추천 몫의 재판관으로 채우겠다는 것이다. 더불어민주당은 즉각 “명백한 위헌으로 강력히 대응하겠다”며 반발해 극심한 혼란이 예상된다.
한 권한대행은 이날 국무회의에 앞서 발표한 대국민 입장문에서 “(최상목)경제부총리에 대한 탄핵안이 언제든 국회 본회의에서 의결될 수 있는 상태로 국회 법사위에 계류 중인 점, 경찰청장 탄핵심판 역시 아직도 진행 중이라는 점 등을 고려했다”고 지명 배경을 밝혔다. 이어 “이런 상황에서 또다시 헌재 결원 사태가 반복되어 헌재 결정이 지연될 경우 대선 관리, 필수추경 준비, 통상현안 대응 등에 심대한 차질이 불가피하며, 국론 분열도 다시 격화될 우려가 크다고 판단했다”고 덧붙였다.
국무회의 참석자 및 권한대행 측에 따르면 한 권한대행은 이날 오전 국무위원 간담회에서 신임 재판관 후보자 지명에 대한 의견을 수렴한 뒤 결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 권한대행은 입장문에서 “제가 오늘 내린 결정은 그동안 제가 여야는 물론 법률가, 언론인, 사회원로 등 수많은 분들의 의견을 듣고 숙고한 결과”라며 “저는 법적 검토를 거친 뒤, 오늘 오전 동료 국무위원들의 의견을 마지막으로 여쭙고 저의 결정을 실행에 옮겼다”고 말했다. 이어 “사심없이 오로지 나라를 위해 슬기로운 결정을 내리고자 최선을 다했으며, 제 결정의 책임은 오롯이 저에게 있음을 말씀드린다”고 밝혔다.
한 권한대행의 지명을 둘러싼 논란은 대통령 몫의 재판관을 추천할 권한이 있느냐는 문제와 더불어 이 처장이라는 후보가 적합한지를 놓고 확산할 전망이다. 검찰 출신인 이 처장은 윤석열 전 대통령의 사법연수원 동기로 윤 전 대통령의 측근으로 통한다. 윤석열 정부 출범 뒤 법제처장으로 임명된 뒤 국회 추천 방송통신위원회 상임위원 임명 거부 등 윤 전 대통령의 결정에 대한 판단을 보류하거나 합헌적 유권 해석을 내놓아 “법적 방패 역할을 해왔다”는 평가도 나왔다. 이 때문에 정치권 일각에선 “윤 전 대통령의 ‘유훈통치’냐”는 비판이 제기된다.
이 처장은 국회의 비상계엄 해제 의결 당일인 지난해 12월 4일 당시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과 박성재 법무부 장관, 김주현 대통령민정수석비서관과 함께 서울 삼청동 대통령 안가에서 비밀 회동에 참석한 것으로 드러나기도 했다. 계엄 선포에 대한 법률 대응방안을 논의했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는 가운데 삼청동 안가 회동 뒤 휴대전화를 교체한 사실도 드러나 민주당으로부터 뭇매를 맞았다.
함상훈 서울고등법원 부장판사는 김경수 전 경남지사에게 2심에서 징역 2년의 실형을 선고했다.
한 권한대행은 대법원장 제청과 국회 동의 과정을 마친 마용주 대법관 후보자와 함께 민주당이 추천해 국회에서 임명동의안이 통과됐던 마은혁 헌법재판관 후보자도 임명했다. 지난해 12월 26일 국회에서 선출된 지 104일 만이자, 헌재가 마 재판관 임명이 위헌이라고 결정한 지 40일 만이다. 한 권한대행은 “마 재판관님과 두 분의 합류를 통해 헌법재판소가 지금까지와 마찬가지로 앞으로도 헌정질서의 보루라는 본연의 사명을 중단없이 다해나갈 수 있기를 기원한다”고 말했다.
민주당은 한 권한대행을 거세게 비판했다. 박성준 원내수석부대표는 원내대책회의에서 “한 대행의 대통령 추천 헌법재판관 지명은 위헌적 행태를 더 적극적으로 행사하는 것”이라며 “이는 묵과할 수 없고 민주당 입장에서 좌시할 수 없는 문제로 엄중히 경고한다”고 했다. 김용민 원내정책수석부대표는 “한 대행이 지명한 이 처장은 12·3 내란 직후 ‘안가회동’을 했던 사람이다. 내란의 공범이고 죄질이 매우 안 좋은 사람”이라며 “이런 사람을 지명한 것 자체가 내란 불씨가 아직 꺼지지 않았음을 입증한다. 민주당은 여기에 강력 대응하겠다”고 경고했다.
국민의힘은 한 권한대행의 마 재판관 임명을 두고 유감을 표하면서도 이 처장 등 재판관 후보자들을 지명한 것을 환영했다. 권성동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 세미나에 참석한 뒤 기자들과 만나 “(마 후보자 임명은) 잘못된 결정”이라면서도 “한 대행께서 오는 18일 공석이 되는 헌법재판관 2명을 지명했다는 점은 높이 평가할 만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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