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9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해 21대 대통령 선거 출마를 위한 대표직 사퇴 의사를 밝히고 있다. 2025.4.9/뉴스1 ⓒ News1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9일 당대표직을 사퇴하고 본격 대선 레이스에 돌입하면서 유력 대선 후보로서의 PI(President Identity·대통령상) 전략을 두고 고심 중이다. 이 대표 측은 지난 대선 당시 ‘이재명은 합니다’, ‘나를 위해 이재명’ 등의 슬로건이 이 대표의 공격적이고 불안한 이미지만 부각해 득표력 확장에 도움이 되지 않았다는 판단 아래 새 이미지 구축에 나서고 있다.
이 대표 측 핵심 관계자는 이날 통화에서 “민생 경제를 살릴 유능한 실용주의 지도자 이미지를 최우선으로 내세울 것”이라며 “여기에 내란 극복을 위한 포용과 통합 이미지를 구체화할 방안을 고심 중”이라고 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한국에 25% 상호관세를 부과하는 등 차기 정부의 최우선 과제가 미국발 통상 위기 대응으로 꼽히는 상황에서 실용주의적 협상가의 면모를 보이겠다는 구상이다.
이 대표 측은 시련을 이겨낸 지도자라는 점도 강조하면서 김대중 전 대통령(DJ)을 연상시키는 전략도 고심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 대표 측 관계자는 “김 전 대통령이야말로 인내와 실력을 동시에 보여준 지도자 아니냐”며 “위기 극복에 성공한 지도자상을 만들기 위해 DJ의 사례를 많이 참고 하고 있다”고 했다.
TV토론이나 유튜브 출연을 통해서는 ‘따뜻한 중년의 정책 전문가’ 이미지를 부각한다는 계획도 구상 중이다. 그간 이 대표가 지나치게 논쟁적이고 감정에 휘둘린다는 대중적 이미지를 지우겠다는 것. 이를 위해 이 대표는 향후 당내 경선 TV토론 과정에서 상대 후보의 의견을 논박하기보다는 경청하고 수용하는 태도를 보이는 데 주력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 대표 측 핵심 관계자는 “정책 이야기를 할 때는 전문가로 보이도록 하되 평소에는 유쾌해 보이는 인상을 주도록 신경을 쓰고 있다”고 했다.
이 대표 측은 과거 본인의 정책 트레이드마크로 꼽혔던 ‘기본사회’ 주장은 전면에 내세우지 않겠다는 방침이다. 이 대표는 성남시장·경기지사 시절부터 기본사회 시리즈를 핵심 정책으로 내세웠지만 이번 대선 과정에서는 ‘회복과 성장’에 무게를 둔 경제와 민생 우선 캠페인을 벌이겠다는 것. 민주당 핵심 관계자는 “기본사회는 최종적인 정책 지향으로 두고 경제 성장 잠재력을 끌어올리는 구상을 소개하는 데 집중할 예정”이라고 했다.
다만 이 대표 측은 내부적으로 어떤 이미지를 최우선으로 내세울지를 두고는 고심 중이다. 이 대표 측 관계자는 “이재명 하면 제일 먼저 떠올릴 수 있는 이미지를 어떤 것으로 할지는 좀 더 논의가 필요하다”며 “홍보전문가 등을 비롯해 당 안팎의 조언을 두루 받고 있다”고 했다.
이 대표 측 일각에서는 적극적인 이미지 전략보다도 ‘무(無) 전략’이 효과적일 수 있다는 의견도 나온다. 이 대표가 여론조사상 경쟁 주자보다 압도적인 우위에 있는 만큼 말실수를 줄이고 수비적인 전략을 구사해야 한다는 것. 친명(친이재명)계 한 의원은 “어차피 이번 선거는 이재명이냐 아니냐의 구도로 흘러갈 수밖에 없지 않냐”며 “실수를 하지 않는 게 최고의 전략”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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