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방적 단일화 요구”-“당헌위에 군림말라”… 국힘 벌써 갈등

  • 동아일보
  • 입력 2025년 5월 5일 16시 3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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金측 “韓, 당비 1000원도 안 내”
당 중진 “11일까지 결론 내야”
단일화 협상 시작도 안 했는데
일정-방식 놓고 기싸움 시작

김문수 국민의힘 대선 후보와 한덕수 무소속 대선 예비후보가 5일 서울 종로구 조계사에서 열린 부처님오신날 봉축법요식에서 악수하고 있다. 송은석 기자 silverstone@donga.com

국민의힘 김문수 후보와 당 지도부가 5일 한덕수 전 국무총리와의 단일화를 두고 크게 충돌하고 있다. 김 후보는 “당 지도부가 대선 후보로 선출된 후 3일 안에 일방적으로 단일화를 진행하라고 요구했다”고 반발했다. 당 지도부는 “김 후보측은 당헌당규위에 군림하려는 행위를 즉시 중단해야 한다”고 맞섰다.

● 김문수 “일방적 단일화 요구, 당무우선권 침해”

당의 대선 후보와 지도부의 파열음은 이날 오전 김 후보와 한 전 총리가 서울 종로구 조계사에서 직접 얼굴을 맞대고 단일화 관련 대화를 나누면서 수면 위로 드러났다. 한 전 총리는 김 후보에게 “오늘 중으로 편한 시간에 편한 장소에서 만나자”고 제안했다. 이에 김 후보는 “곧 다시 만나자”는 말 외 다른 발언은 하지 않았다고 한다.

단일화에 대한 김 후보와 한 전 총리의 온도차에 국민의힘 소속 의원들은 내부에서 불만을 터트렸다. 의원들이 모여 있는 단체 대화방에서 경선 당시 김 후보를 지지했던 영남의 한 의원은 “지금 단일화, 반명연대 안 하고 이재명을 꺾을 수 있나. 지역 당원들과 주민들의 원성이 빗발친다. 만약 이번에 사심으로 딴 짓하면 저는 결단할 것”이라고 했다고 전해진다.

당 지도부가 단일화를 압박하는 듯한 모습을 보이자 김 후보의 비서실장을 맡게 된 김재원 전 최고위원은 이날 라디오에서 “한덕수 후보는 우리 당에 1000원짜리 당비 하나 내시지 않으신 분”이라며 “마지막 투표용지에는 기호 2번 김문수 후보가 적혀 있을 것이라고 확신한다”고 말했다. 한 전 총리로 단일화해야 한다는 당내 기류에 견제구를 날린 것이다.

● 국민의힘 중진들 “11일 전에 단일화해야”

그러자 이번엔 국민의힘 중진 의원들이 움직였다. 국민의힘 4선인 김도읍·김상훈·박덕흠·윤영석·이종배·이헌승·한기호 의원은 이날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11일 전에 단일화를 해야 한다고 김 후보를 압박했다.

이들은 “김 후보는 경선 기간 동안 단일화에 찬성 입장을 보였고, 한 전 총리 역시 단일화에 대한 룰과 방식을 국민의힘에 전적으로 위임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며 “우선 후보등록 마감일인 5월 11일 전에 단일화가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당 지도부도 이날 오후 긴급 의원총회를 소집하고 대책 마련에 나섰다. 이미 드러난 갈등을 봉합하고, 어떻게든 단일화에 속도를 내기 위한 방안 마련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김 후보의 단일화 의지에 의구심을 드러내는 의원들과 김 후보 측 의원들간 갈등이 증폭될 수도 있는 상황이다.

긴급 의원총회 소집 소식이 알려지자 김 후보는 즉각 입장문을 내놓고 당 지도부를 향해 유감을 표명했다. 그는 “대통령 후보에 당무 협조를 거부한 점에 대해서는 유감을 표한다”며 “잘못된 사실에 기반해 후보의 진심을 왜곡하고 공격하는 행위는 즉시 중단돼야 한다”고 밝혔다.

김 후보는 구체적으로 두 가지 사안에 대해 불만을 토로했다. 중앙선거대책위원회 구성 및 단일화 추진기구 설치와 사무총장 교체건이다. 김 후보는 “대통령 선거를 치르기 위한 최소한의 기구 설치만을 요청했을 뿐인데 이 요청은 제대로 집행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공개적으로 드러나지 않았던 인사 충돌까지 공개했다. 그는 “이미 수차례에 걸쳐 사무총장 임명을 요청했음에도 불구하고, 당 지도부가 이를 이행하지 않아 사실상 사무총장 임명이 불발된 것은 중대한 당헌·당규 위반 행위”라며 “당무우선권 침해 행위를 즉시 중단하고, 필요한 조치를 할 것”이라고 요구했다. 자신이 사무총장으로 내정한 국민의힘 장동혁 의원을 임명하지 않는 당 지도부에 경고장을 날린 것으로 풀이된다.

앞서 장 의원은 이날 오전 당 지도부에 사무총장직을 “고사하겠다”고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장 의원은 경선 당시 김문수 캠프의 총괄선대본부장을 맡아 김 후보를 도왔다.

● 당 사무총장 “金, 당헌당규 위에 군림 말라”

김 후보가 교체를 바랐던 사무총장직은 이양수 의원이 맡고 있다. 이 의원은 줄곧 한 전 총리와의 조속한 단일화를 주장해왔다. 김 후보가 이 의원 대신 장 의원을 사무총장에 임명하려고 하자, 당내에서는 김 후보의 단일화 의지가 없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왔다.

김 후보는 “단일화는 후보가 제안한 단일화 추진기구 구성을 중앙선대위가 신속히 받아들인다면 빠르게 추진될 수 있다”고도 말했다. 단일화 지연의 책임이 당 지도부에 있다고 에둘러 표현한 것으로 보인다. 김 후보 캠프도 “장동혁 총괄본부장의 사무총장 임명안이 무산되고, 선대위 또한 개최되지 않아 단일화 추진단 구성은 현재 보류된 상태”라고 밝혔다.

이에 당 지도부 소속인 이 의원(사무총장)은 “김 후보측은 당헌당규위에 군림하려는 행위를 즉시 중단해야 한다”고 반박하고 나섰다. 그는 입장문을 통해 “어느 법을 준용하더라도 후보자의 전권을 인정하는 경우는 없다”며 “과거 전례에도 후보가 결정을 하면 당 지도부가 존중하여 이를 당규상 절차대로 따라 준 것이지 후보의 말과 뜻이 당헌당규를 뛰어넘는 경우는 없었다”고 했다.

한편 김 후보가 거론한 당무우선권은 국민의힘 당헌 74조에 규정돼 있는 내용이다. 해당 조항은 ‘대통령 후보자는 선출된 날로부터 대통령 선거일까지 선거업무의 효율적 추진을 위해 필요한 범위내에서 당무 전반에 관한 모든 권한을 우선하여 가진다’고 규정하고 있다.

국민의힘은 2021년 지난 대선을 앞두고도 당무우선권 논란에 휩싸인 바 있다. 당의 대선 후보였던 윤석열 전 대통령은 당시 당 대표였던 이준석 개혁신당 의원의 측근으로 분류되던 한기호 의원 대신 권성동 의원으로 사무총장을 교체하려고 하면서 당무우선권을 내세웠다. 이후 당 지도부와의 갈등이 지속되자 윤 전 대통령은 선대위를 해체하고 별도의 선대본부를 꾸렸다. 하지만 선거가 끝날 때까지 당무우선권 관련 잡음은 끊이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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