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문수 국민의힘 대통령 후보가 9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무소속을 당 후보 만들려 불법부당 수단 동원, 중단하라"며 입장을 밝힌 뒤 의총장을 떠나자 의원들이 김 후보의 퇴장을 말리고 있다. 2025.5.9 뉴스1
국민의힘 김문수 대선 후보가 3일 후보 선출 이후 처음으로 9일 국민의힘 의원총회에 참석했지만 당 지도부, 의원들과 충돌한 뒤 18분 만에 퇴장했다.
국민의힘 의원들의 박수와 꽃다발을 받으며 의총장에 들어선 김 후보는 발언을 시작하며 머리 위로 손 하트를 그렸다. 하지만 김 후보는 “당 지도부가 무소속 후보를 우리 당 대통령 후보로 만들기 위해 온갖 불법 부당한 수단을 동원하고 있다”며 “단일화에 응할 수 없다”고 밝혔다. 《당 주도의 한덕수 전 국무총리와의 강제 단일화를 거부한 것이다.
이에 권영세 비상대책위원장은 굳은 표정으로 “대단히 실망스럽다”며 의총장을 박차고 나섰고, 김 후보 역시 곧바로 의총장을 떠났다. 이에 일부 의원들은 “이런 경우가 어디 있느냐”며 김 후보를 잡기 위해 몸으로 막아서기도 했다.
김문수 국민의힘 대선후보가 9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발언을 마치고 떠나는 권영세 비대위원장을 바라보고 있다. 2025.05.09. 서울=뉴시스 김 후보가 국민의힘 의총에 참석한 것은 대선 후보 확정 6일 만이다. 김 후보는 대선 후보로 확정된 이후 당 지도부의 단일화 요구에 반발하며 국민의힘 의총 참석을 거부해 왔다. 국민의힘은 이날 김 후보가 오전 11시 열리는 의총에 참석할 것이라고 공지했다. 하지만 김 후보는 국민의힘이 2차례 의총을 연기한 끝에 낮 12시경 의총장에 도착했다.
의총에 앞서 당 지도부인 권 위원장과 권 원내대표는 국회 본관 중앙로비인 로텐더홀에 나와 김 후보를 맞이했다. 권 원내대표는 의총장에서 김 후보에게 꽃다발을 전달한 뒤 전날 김 후보에게 ‘알량한 대선 후보’ ‘한심하다’고 비판한 데 대해 “심심한 사과를 드린다”고 고개 숙이기도 했다.
김 후보는 의총 발언을 시작하며 “국민의힘의 존경하는 국회의원님 여러분 정말 사랑한다”고 말해 박수를 받았다. 하지만 김 후보가 곧바로 “지금 당 지도부가 하고 있는 강제 단일화는 실은 저 김문수를 끌어내리고 무소속 후보를 우리 당의 대통령 후보로 만들기 위한 작업에 불과하다”며 “그래서 응할 수 없다”고 말하자 의총 분위기는 순식간에 얼어붙었다. 김 후보는 “무소속 후보가 기호 2번을 달고 당 자금과 인력으로 선거운동을 하도록 도우려는 움직임”이라며 “이 시도는 불법적이고 당헌당규 위반이다. 반민주적 행위다. 즉각 중단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저 김문수는 이재명(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과의 여론조사에서 여러 차례 승리 결과가 나온 적도 있다”며 “한 전 총리가 이재명을 이겨본 적 있느냐”고 말했다. 이어 “김문수를 믿어 달라”며 “전당대회 당선 이후 당력을 곧바로 모았다면 오늘날의 지지율이 아니었을 것”이라고 했다. 김 후보의 발언이 끝나자 일부 의원들만 박수를 쳤다.
경선 과정에서 후보 선출 이후 즉각 단일화를 강조했던 김 후보는 당 지도부가 일방적인 단일화 일정을 압박한다고 반발해 왔다. 이에 8일엔 14일 방송토론, 15, 16일 여론조사를 통한 단일화 일정을 한 전 총리 측에 제시했다. 하지만 한 전 총리 측이 11일 이전까지 단일화하지 않으면 대선 후보 등록을 하지 않겠다고 이를 거부하자 당이 주도한 단일화 여론조사를 통한 강제 후보 교체를 거부한다는 뜻을 분명히 한 것이다.
김문수 국민의힘 대통령 후보가 9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무소속을 당 후보 만들려 불법 부당 수단 동원, 중단하라”는 입장을 밝혔다. 당초 후보와 의원들간에 토론을 하자고 모인 의총이었지만 김 후보자 퇴장하면서 의총은 김 후보 없이 비공개로 진행되었다. 장승윤 기자 tomato99@donga.com 김 후보에 이어 연단에 오른 권 위원장은 “의원들이 기대한 내용과 완전히 동떨어져 있다”며 “긴 말씀 안 드리겠다. 지도자라면, 더 큰 지도자가 되려는 사람이라면 자기 자신을 버릴 줄도 알아야 한다”고 김 후보 면전에서 비판했다. 권 위원장은 40초가량의 짧은 발언을 끝낸 뒤 맨 앞줄에 앉아 있던 김 후보와 눈도 안 마주치고 그대로 지나쳐 의총장을 나갔다.
그러자 김 후보도 자리에서 일어나 의총장을 나섰다. 일부 의원들이 “후보님 얘기 좀 듣고 나가세요” “자기 혼자 떠들 거면 뭐 하러 왔냐”며 고함을 치기도 했다. 몇몇 의원들이 김 후보를 막아서며 만류했고 조배숙 의원은 김 후보의 팔을 붙잡았지만 김 후보는 이를 피하며 그대로 퇴장했다.
당 지도부를 비판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한 재선 의원은 “당 지도부가 사실상 당에 입당도 안 한 한 전 총리를 대선 후보를 만들기 위해 설계를 해두고 대선 경선 판을 이끌어 갔다”며 “대선 후보와 의원들이 충돌하는 모습을 고스란히 노출하게 한 지도부의 책임이 크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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