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문재인 회담 등 개최한 곳
‘적대적 관계’ 선언뒤 ‘통일 지우기’
북한이 지난해 하반기 판문점 공동경비구역(JSA) 북측 지역에 있는 ‘통일각’ 건물의 현판을 ‘판문관’으로 교체한 것으로 뒤늦게 알려졌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2023년 말 남북 관계를 ‘적대적 두 국가 관계’로 선언한 뒤 통일·민족 지우기 일환으로 아버지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직접 지은 건물명까지 갈아버린 것이다. 통일각은 남북, 북-미 실무 회담뿐만 아니라 2018년 5월 26일 남북 정상회담도 이뤄진 남북 대화의 상징적인 장소다.
18일 복수의 정부 소식통에 따르면 북한이 통일각의 현판을 철거한 건 지난해 1월경이다. 이후 하반기에 통일각 보수작업에 돌입하더니 현판을 판문관으로 고쳐 새로 단 것으로 전해졌다.
통일각은 1985년 8월 김정일 위원장 지시로 만들어진 회담용 건물로 판문점 남측 지역에 있는 ‘평화의 집’과 같은 역할을 한다. 통일각은 1992년 5월부터 북측 남북 연락사무소로 사용되면서 판문점 북측 지역에서 개최된 주요 남북 회담이나 접촉은 대부분 이곳에서 이뤄졌다. 특히 도널드 트럼프 1기 시절인 2018년, 싱가포르 1차 북-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성 김 당시 주필리핀 미국대사가 최선희 당시 북한 외무성 부상을 만나 6차까지 실무회담을 진행한 곳이기도 하다. 통일각 명칭은 김정일 위원장이 직접 지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북한은 판문점 남측 지역 ‘자유의 집’과 마주 보고 있는 ‘판문각’ 인근에 세워진 비석 여러 개도 모두 철거한 것으로 전해졌다. 정부 소식통은 “비석들에 모두 통일 관련 문구가 적혀 있던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2023년 말 9·19 남북군사합의 파기를 선언한 북한은 2018년 9·19 합의 당시 비무장화했던 JSA에 대한 재무장화를 사실상 완료한 상태다. 북한군의 권총 착용으로 우리 경비대원들도 유엔군사령부 승인하에 권총을 휴대하고 있고, 북한은 철수했던 JSA 내 초소들을 복구해 각종 화기를 반입한 것으로 전해졌다.
신규진 기자 newjin@donga.com
손효주 기자 hjs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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