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이준석 ‘노무현 정신’ 설전…“입에 담지마라” “전유물 아니다”

  • 동아일보
  • 입력 2025년 5월 26일 16시 1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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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 “盧 존중한다면 젠더-세대 갈라치기 할수 없어”
李 “소신정치 편 盧와 이재명은 아무 유사성 없어”

개혁신당 이준석 대선 후보 페이스북 갈무리
개혁신당 이준석 대선 후보 페이스북 갈무리
더불어민주당과 이준석 개혁신당 대선 후보가 26일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의 정신을 두고 설전을 벌였다. 민주당은 “노무현 정신은 박근혜 키즈의 이미지 세탁을 위한 도구가 아니다”라고 했고, 이 후보는 “노무현 정신은 특정 정당이나 인물의 전유물이 아니다”라고 했다.

민주당 김한나 선대위 대변인은 이날 오후 1시 40분 민주당 중앙당사에서 브리핑을 통해 “이 후보는 노 전 대통령의 정신을 입에 담을 자격이 없다”며 “이 후보는 다시는 노무현 정신을 입에 담지 마시라”고 했다.

김 대변인은 이 후보를 향해 “‘장학증서를 주시면서 하셨던 말씀이 기억난다’며 노 전 대통령의 이름을 팔다가 논란이 일자 ‘노무현 장학금을 받은 적이 없다’고 말을 바꾸면서 노무현 정신을 입에 올리느냐”며 “더욱이 이 후보는 노 전 대통령에 대해서 패륜적 조롱이 난무하던 일베를 ‘즐기고 노는 콘텐츠’라고 옹호하기도 했다”고 했다.

그러면서 김 대변인은 “이 후보가 약자의 편에서 통합의 정치를 해 온 노 전 대통령의 정신을 진정으로 존중한다면 젠더, 세대를 갈라놓고 혐오를 조장할 수는 없을 것”이라며 “자신이 무슨 혐오와 갈라치기를 했느냐고 우기지 마시라. 그것조차 깨닫지 못할 만큼 커뮤니티에 빠져 있는 스스로의 모습을 자백하는 꼴일 뿐”이라고 했다.

이러한 민주당의 비판에 대해 이 후보는 “노무현 정신은 누구의 독점물이 아니다. 그 정신을 실천하는 사람이 바로 그 계승자”라고 반박했다.

이 후보는 민주당이 자신을 비판하는 이유에 대해 “민주당 이재명 대선 후보가 노 전 대통령과 아무런 철학적 유사성도 없다는 걸 알고 있기 때문”이라며 “이재명 후보는 어떤 길을 걸어왔느냐”고 되물었다.

이 후보는 “노무현 정신이란 게 무엇이냐. 권위에 맞서는 용기, 이의 있을 때 말하는 당당함, 불리하더라도 소신을 택하는 결기”라며 “그런데 이재명 후보는 대선에서 패배한 직후 책임지는 정치 대신 본인의 정치적 안전만 계산했다. 자신의 정치적 근거지였던 성남시의 분당에 보궐선거가 생겼음에도 나서지 않았고, 오히려 아무 연고도 없는 인천 계양에서 송영길 후보가 이해할 수 없는 이유로 서울시장에 출마한 뒤 생긴 보궐 자리에 출마했다. 정치적 방탄을 위한 시나리오로 의심되는 이 행보는 노 전 대통령의 ‘소신 정치’와는 거리가 먼 ‘방탄 정치’였다”고 했다.

그러면서 이 후보는 “(노무현) 정신을 누가 계승하겠다고 하자 이를 비난하는 사람들이야말로 사실 그 정신을 왜곡하고 참칭하는 사람들”이라며 “노 전 대통령께서 지금 살아 계셨다면 아마도 당신의 이름이 특정 세력의 ‘정치적 면허’처럼 쓰이는 현실보다 당신이 외쳤던 철학과 태도가 널리 퍼지고 보편화된 대한민국을 더 기뻐하시지 않았을까”라고 했다.

이준석 개혁신당 대선 후보가 23일 경남 김해 노무현 전 대통령 묘소를 참배하고 있다. (사진=개혁신당 제공) 2025.05.23. 뉴시스
이준석 개혁신당 대선 후보가 23일 경남 김해 노무현 전 대통령 묘소를 참배하고 있다. (사진=개혁신당 제공) 2025.05.23. 뉴시스
앞서 이준석 후보는 노 전 대통령 서거 16주기인 23일 노 전 대통령 묘역을 참배한 뒤 취재진과 만나 “공교롭게도 제가 2003년에 미국 유학을 가게 될 때 노 전 대통령께서 저한테 직접 장학 증서를 주시면서 저에게 하셨던 말씀이 기억난다”고 말했다.

이어 이 후보는 “‘열심히 공부해서 언젠가 나라를 위해서 큰 일을 하고 이바지해야 된다’는 너무 당연한 덕담이었지만, 22년 뒤 대통령 후보란 자리에 서서 보니 ‘참 그 말씀이 실천하기 어려운 일이었구나’라는 생각을 하게 됐다”고 밝혔다.

이를 두고 천호선 전 노무현재단 이사는 25일 페이스북을 통해 “‘대통령 과학 장학생’은 김대중 정부서 입안하고 노무현 정부인 2003년부터 시행됐다”며 “과기부(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주관한 것으로 당연히 현재 노무현 재단에서 선발하는 ‘노무현 장학생’과는 다르다”고 했다. 그러면서 “청와대 영빈관에서 백몇십 명 정도 매년 수여했는데 이준석도 그 중 한 명일 뿐”이라고 덧붙였다.

이 후보도 26일 페이스북에서 자신의 발언과 관련해 “노 전 대통령에게 장학 증서를 받은 이야기를 하니까 무슨 제가 ‘노무현 장학금을 받은 적이 없다고 했다가 노무현 장학금을 받았다고 한다’라는 식의 이야기를 유포하는 사람들이 있다”며 “저는 노 전 대통령 시절 노 전 대통령에게 국가에서 주는 장학금의 장학 증서를 받은 것이지 노무현재단의 노무현 장학금을 수령한 적이 없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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