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1대 대통령선거를 앞두고 25일 오전 대구의 한 인쇄업체에서 대구시선관위 관계자가 인쇄된 투표용지를 검수하고 있다. 2025.5.25/뉴스1
6·3 대선 사전투표를 하루 앞둔 28일부터 새로운 여론조사 결과 공표가 금지되는 6일간의 ‘깜깜이 기간’이 시작된다. 선거일에 임박해 발표되는 여론조사 결과가 선거 결과에 영향을 미칠 수 있어서라지만, 정치권에선 “유권자가 마음의 결정을 하기 전 판단 근거를 제약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전문가들도 “SNS시대에 오히려 허위 정보 확산을 키울 수 있다”며 깜깜이 기간 단축이나 폐지를 제언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김문수 국민의힘, 이준석 개혁신당 대통령 후보가 공식 선거운동이 시작된 12일 각각 서울 청계광장, 대구 서문시장, 서울 청계광장에서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뉴스127일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28일부터 본투표일인 6월 3일 투표 종료 시각까지 일명 ‘블랙아웃’으로 불리는 여론조사 공표 금지기간에 돌입한다. 현행 선거법에 따르면 선거일 6일 전부터 투표 마감 시각까지 정당 지지율이나 당선인을 예상하게 하는 여론조사 결과를 보도할 수 없다. 선관위는 “불공정하거나 부정확한 여론조사가 공표되어 선거의 공정성을 해치는 경우 이를 반박하고 시정하기 어려운 점을 고려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이 기간에도 27일 밤 12시까지 조사된 여론조사 결과는 공표할 수 있다.
정치권에서는 선거 때마다 공표 금지 기간 폐지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오지만 논의는 지지부진하다. 선관위는 제18대 대선이 열린 이듬해인 2013년과 제20대 대선이 치뤄졌던 2016년에 선거법상 깜깜이 기간을 현행 6일에서 2일로 단축하는 개정 의견을 국회에 제출했다. 2021년에는 ‘블랙아웃’ 기간이 유권자의 알 권리와 참정권 행사에 제약을 준다는 점을 들어 완전 폐지를 제안하기도 했다.
2023년엔 더불어민주당 박성준 의원이 “여론조사 공표를 금지하는 것은 정치적 표현의 자유를 침해한다고 볼 수 있고 금지 기간 동안 오히려 유권자들에게 혼란을 줄 수 있다”며 공표 금지 기간 폐지를 담은 공직선거법 개정안을 발의했지만, 소관 상임위에서 한 번도 논의되지 않았다.
한 민주당 의원은 “총선을 생각해보면 현역 의원은 선거 막판에 여론 결집 등을 막을 수 있으니 더 유리하고 대선에선 지지율이 높은 후보가 역전 변수를 차단할 수도 있는데, 정치권에서 굳이 선제적으로 논의할 이유가 많이 없다”고 했다.
21대 대통령선거일을 15일 앞둔 19일 과천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선거종합상황실에서 직원이 시각장애 선거인을 위한 투표안내문의 점자를 확인하고 있다. 2025.05.19. 과천=뉴시스SNS 등이 상용화된 시점에선 공표금지 기간이 오히려 허위 정보의 확산을 키울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6·3 대선을 준비하며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은 각각 ‘가짜뉴스대응단’과 ‘진짜뉴스발굴단’을 설치해 허위사실 유포에 대응하고 있지만, 블랙아웃 기간 동안 유튜브와 SNS 등을 통해 일부 언론사나 정당 내부 여론조사를 출처로 했다며 근거 없이 확산하는 정보를 다 막기엔 역부족일 것이란 것.
한규섭 서울대 언론정보학과 교수는 “여론조사가 조금 문제가 있을 수는 있다고 하더라도 대표성 있는 표본을 갖고 한 조사를 계속 발표해주는 게 유권자들이 조금 더 균형 잡힌 인식을 형성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해외 국가들은 공표 금지 기간이 없거나 상대적으로 짧다. 선관위에 따르면 영국과 일본, 스웨덴 등은 공표 금지 기간이 없고 프랑스는 선거일을 포함해 2일을 금지 기간으로 한다. 노르웨이나 캐나다는 선거 당일만을 공표 금지 기간으로 하고 있다.
조진만 덕성여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우리나라는 다른 나라와 다르게 여론조사심의위원회라는 규제 기관도 있기에 여론조사가 여론을 왜곡하거나 문제를 일으킬 가능성은 제도적으로 더 적음에도 불구하고 정보를 주지 않는 것은 유권자가 마음의 결정을 내리는데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라며 “공표 금지 기간을 더 줄이거나 해외처럼 규제를 풀어주는 것이 나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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