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이 6일 단행한 대통령 경제팀 인선은 경제 성장에 초점을 맞췄다. 내수 침체와 미국발 관세 전쟁 속에서 현 상황을 위기로 진단하고 빠른 경제 회복을 최우선 과제로 삼겠다는 것이다. 이 대통령은 이날 발표한 대통령실 조직 개편에서도 경제수석은 경제성장수석으로, 경제금융비서관은 성장경제비서관으로 명칭을 바꾸며 성장을 강조했다. 수석급 재정기획보좌관을 신설해 대통령실 주도로 확장재정 등을 통한 신속한 경기 부양에 나서되 동시에 인공지능(AI) 등 신기술을 통한 장기 성장 정책에도 초점을 맞추겠다는 뜻을 담은 것으로 풀이된다.
● 정책 참모에 관료, 학자 균형 배치
이 대통령은 새 정부의 정책을 총괄할 대통령 정책실장에 김용범 전 기획재정부 1차관을 임명했다. 강훈식 대통령비서실장은 이날 브리핑을 통해 “세계은행 선임이코노미스트 등을 지내며 경제 정책 전반에서 높은 이해력과 국제적 감각을 갖고 있다”면서 “코로나19 위기 대응 경험을 가진 인사로 민생 위기를 극복할 적임자”라고 소개했다.
전남 무안 출신인 김 실장은 문재인 정부에서도 중용됐던 경제 관료다. 공직에서 은퇴한 뒤 가상자산 관련 투자기업 해시드의 연구지원 자회사에 몸담기도 했다. 관료 출신으로서 민간 분야 경험까지 두루 갖춰 이 대통령이 강조하는 금융시장에 대한 이해도가 높은 점이 낙점 배경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미 통상협상을 앞두고 있는 가운데 국제금융 분야 전문가라는 점도 높은 평가를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국제통화기금(IMF) 아시아태평양 담당 국장을 지낸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김 실장을 “고급 영어를 구사할 수 있는 몇 안 되는 경제 관료”라고 평가하기도 했다.
당초 정책실장으로 거론됐던 이한주 민주연구원장은 국정기획위원장 소임을 마친 뒤 한국개발연구원(KDI) 원장으로 갈 가능성이 거론된다.
경제수석에서 이름이 바뀐 경제성장수석에는 하준경 한양대 경제학부 교수가 임명됐다. “적극 재정은 투자”라며 확장 재정 필요성을 강조해 온 하 수석은 이 대통령이 경기도지사 시절부터 오랫동안 이 대통령을 도왔다. 이 대통령은 2017년 11월 경기 성남시장 시절 당시 하 교수가 재정 건전성 기조를 비판하고 재정 확대의 필요성을 강조하는 내용으로 쓴 칼럼을 본인의 페이스북에 공유하기도 했다. 이 대통령이 하 교수의 칼럼을 보고 “한번 만나자”고 연락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각에선 ‘기업가의 혁신’을 강조한 조지프 슘페터의 성장론을 연구해 온 주류 경제학자인 하 수석의 발탁을 두고 소득주도성장론을 앞세웠던 문재인 정부와의 차별화에 나선 것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정책실장 산하에 수석비서관급으로 신설된 재정기획보좌관 자리에는 부산 출신인 류덕현 중앙대 경제학부 교수가 임명됐다. 강 비서실장은 “국정과제 실천을 위한 재정 전략을 담당함으로써 대통령의 국정철학이 현장에서 완결성 있게 실현되도록 할 것”이라고 소개했다.
류 교수 역시 학계에서는 대표적인 확장재정을 지지하는 경제학자로 꼽힌다. 재정 학계 관계자는 “2022년 대선 때도 외부로 공개되지는 않았지만 이재명 캠프에서 재정 정책을 수립하는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며 “류 교수는 재정 확대로 경제 성장이 이뤄지면 그에 따른 과실을 미래 세대가 누릴 수 있다고 주장해 왔다”고 설명했다.
사회수석으로 임명된 문진영 서강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복지 정책 전문가로 꼽힌다. 이 대통령의 경기도지사 시절 경기도 일자리재단에서 이사장을 지내기도 했다. 문재인 전 대통령의 대선 외곽조직인 ‘담쟁이포럼’에 합류한 이력도 있다.
● AI미래수석 신설, 제2부속실 존치
강 비서실장은 “업무 중복과 비효율로 국정과제 추진에 어려움이 있었는데 국정과제비서관실과 정책조정비서관실을 통합해 국가 정책 관리를 체계적으로 두겠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대통령실은 ‘책임, 미래, 유능’을 핵심 기조로 빠르고 실용적으로 일하는 조직을 구축하고자 한다”고 강조했다.
미래 먹거리를 다룰 인공지능(AI)미래기획수석이 만들어지면서 기존 과학기술수석실을 대체하게 됐다. 강 비서실장은 “AI 산업 육성은 물론 첨단 기술 발전과 인구·기후 위기 과제를 해결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했다. AI미래기획수석에는 임문영 민주당 디지털특별위원장이 유력하다. 임 위원장은 성남시 정책보좌관 출신으로, 경기도에서는 미래성장정책관을 맡았다. 당초 후보군으로 거론됐던 박태웅 민주연구원 ‘모두의Q’ 대표는 공직을 고사한 것으로 전해졌다.
윤석열 정부에서 폐지했다가 김건희 여사 논란이 불거지자 부활시킨 제2부속실도 존치하기로 했다. 제2부속실장엔 대선 선거대책위원회에서 김혜경 여사를 보좌하는 배우자실장직을 맡았던 임선숙 전 민주당 최고위원이 거론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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