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을 지지하는 세력과 민주당 지도부는 비교적 강경한 성향을 보인다. 이 대통령도 비슷한 이미지다. 대선 과정에서는 이런 기조가 일정 부분 필요했겠지만, 실제 국정운영에선 부담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 국민의힘도 대선 패배 후 당 존립을 위해 강하게 대응할 공산이 크다. 그렇다고 내란 책임까지 덮고 갈 순 없다. 국민 통합 필요성도 분명한 만큼 향후 정부가 어느 정도 균형 잡힌 접근을 할지가 관건이다.”
조진만 덕성여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이재명 정부가 내란 책임 규명과 정치적 통합이라는 두 과제를 동시에 안고 출발하게 됐다며 이같이 말했다.
경계 모호한 정치 보복과 내란 청산
이재명 대통령이 6월 4일 공식 취임하면서 대야(對野) 기조에도 관심이 쏠린다. 이 대통령은 대선 후보 시절부터 “정치 보복은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비상계엄 사태에 대해서는 진상을 철저히 규명하고 책임을 묻겠다는 의지를 밝혀온 만큼 ‘내란특검법’ 등을 통해 국민의힘을 강하게 압박할 가능성이 크다. 이 대통령은 6월 4일 취임사에서도 “국민이 맡긴 총칼로 국민주권을 빼앗는 내란이 재발해선 안 된다”고 거듭 강조했다.
이 대통령은 취임 전부터 정치 보복 논란과 내란 진상 조사는 별개라는 입장을 여러 차례 밝혔다. 그는 JTBC 유튜브 채널 ‘장르만 여의도’에 5월 30일 출연해 “정치 보복은 없는 죄를 만들거나 찾겠다고 특정해서 24시간 내내 쫓아다니는 것”이라고 말했다. 5월 25일 여의도 중앙당사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도 “권력을 남용한 정치 보복의 해악을 누구보다 잘 안다”며 “대한민국 체제와 국민 생명을 위협한 내란 세력의 죄는 단호히 벌하되 특정인을 겨냥한 정치 보복은 결단코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대선 막바지엔 내란 책임 소재를 밝히기 위한 특검 필요성도 언급했다. 6월 2일 서울 여의도공원 마지막 유세 현장에서 “내란 책임자를 반드시 다 찾아내 진상을 규명하고 주요 책임자를 문책하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법적 처벌과 정치적 책임의 경계를 명확히 나누기는 쉽지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재묵 한국외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내란을 주도한 인물들은 법적 책임을 져야 한다는 데 국민적 공감대가 있다”며 “어디까지 책임을 물을지 여야가 합의해 접근하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내란특검법 세 번째 발의
이 대통령은 국민의힘 의원들이 내란 책임 대상에 포함될 수 있다는 뜻을 내비쳤다. 5월 30일 강원 원주 유세 이후 기자들과 만나 “국민의힘 지도부가 내란 중요 임무에 종사한 의심이 든다”며 “반드시 진상을 조사해 엄중히 처벌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날 출연한 ‘장르만 여의도’에서도 내란 종식이 어디까지냐는 질문에 “주요 임무 종사자급은 다 골라내야 한다”며 “정치인도 책임이 있으면 특검을 해야 한다”고 답했다.
윤석열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 위법성과 진상규명을 위한 내란특검법 처리를 두고 국회 움직임이 빨라지고 있다. 더불어민주당과 조국혁신당, 진보당 등 범여권이 추진 중인 이 법안에는 윤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와 직결된 내란 혐의 외에도 외국과 공모해 전쟁 단초를 제공했다는 외환 유치 의혹도 포함돼 있다(표 참조).
민주당은 6월 임시국회에서 3대 특검법(내란특검법, 김건희 여사 특검법, 채해병 특검법)을 우선 처리할 방침이다. 3대 특검법은 이 대통령이 대선 후보 시절부터 내란 종식 등을 공약해온 만큼 최우선 처리 법안이라는 게 민주당 측 설명이다.
전문가들은 특검 추진 과정에서 정치적 부담 관리가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이재묵 교수는 “문재인 정부 때처럼 적폐청산 명목으로 야당을 광범위하게 압박하면 정치적 부담이 커질 수 있다”며 “특정 정치 세력에 정치적 책임을 묻는 것도 필요하지만 근본적으로 왜 내란이 발생했는지 성찰하고 제도 개혁까지 병행해야 초유의 사태 재발을 막을 수 있다”고 말했다. 조진만 교수도 “임기 초반에 특검 논의를 신속히 매듭짓는 것이 바람직하다”며 “기준과 기간이 불명확하면 내란 종식 동력이 약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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