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형두 “국민의힘은 화석 정당, 변하지 않으면 다 죽어”

  • 주간동아
  • 입력 2025년 6월 15일 09시 5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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릴레이 사과 동참… “2030이 당의 희망, 못 잡으면 미래 없어”

“망설이기도 했지만 말을 해야 할 때 미루는 건 국회의원으로서 의무를 소홀히 하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지금은 국회의원 한 사람 한 사람의 각성이 필요하다. 우리도, 민주당도 ‘떼거리 정치’ 문화가 팽배하지 않나.”

국민의힘 최형두 의원은 릴레이 사과문을 발표한 이유를 이같이 설명했다. 6월 11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만난 최 의원은 “변하지 않으면 다 죽는다. 우리는 화석화된 정당”이라면서 “당 희망인 2030세대를 보고 변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앞서 최 의원은 6월 6일 기자회견을 열고 “계엄이라는 엄청난 오산과 오판을 결심하는 동안 여당 의원으로서 아무런 역할도 하지 않았다. 더는 당론 뒤에 숨지 않고 대세에도 순응하지 않겠다”고 사과했다. 하지만 국민의힘은 격랑에서 빠져나오지 못하는 모양새다. 김용태 비상대책위원장은 탄핵 반대 당론 철회, 대선 후보 교체에 대한 당무 감사 등을 골자로 한 5대 개혁안을 꺼내 들었지만 친윤(친윤석열) 등 구주류 세력은 이를 거부하고 있다.

“김용태 비대위, 8윌까지 유지해야”
어떤 문제의식을 느꼈나.

“돌이켜보면 나도 당 지도부와 중진 뒤에 숨어 있었다. 직책을 맡은 것도 아니고 재선의원일 뿐이라는 이유에서다. 하지만 국민은 그걸 봐주지 않는다. 국회의원 한 사람, 한 사람은 헌법 기관이다. 나도 지난해 11월 윤석열 정부에 공격이 가해질 때 대통령은 외교에 집중하고 총리와 국회가 협력해 국정 현안을 조정하는 모델을 제안하려고 했다. 그런 내용을 의원들과 논의도 했지만 결국 하지 않았다.”

별 소용이 없었을 것 같은데.

“그것 역시 당의 중대한 실패다. 대통령이 고립감을 느끼고 당을 의지하지 못했다면 그것 역시 잘못 아니겠나.”

릴레이 사과문 발표 후 김 비대위원장의 혁신안을 수용하는 ‘당 혁신을 바라는 국민의힘 재선 모임(재선 모임)’에 이름을 올렸다.

“개혁안의 세부 내용은 다듬어야 할 것들이 있다. 하지만 기본 취지에는 동의한다. 또 여당의 보복 특검 등 촉박한 상황을 고려할 때 8월 중 전당대회를 통해 정상적인 지도체제를 확립하는 것이 좋겠다는 취지다.”

당 일부는 김 비대위원장의 사퇴를 요구한다.

“6월 16일 선출될 원내대표와 함께 전당대회 전까지 김 비대위원장이 당을 이끄는 것이 맞다고 본다. 대선 기간 김문수 후보와 함께 선거를 이끈 공이 있다. 또 ‘김용태’라는 인물의 맥락에 주목해야 한다. 김용태를 끌어내리는 모습이 보수에서 혁신을 이루고자 하는 젊은이를 방해하려는 것처럼 비칠 수 있다. 국민이 어떻게 생각하느냐를 봐야 한다는 것이다. 우리 당은 각론에 집착해 숲을 보지 못하고 실패하는 경우가 많았다.”

어떤 경우를 말하나.

“사실 탄핵소추안 내용 중 형사재판을 받아야 하는 내란죄가 포함되고 국민의힘을 내란 공범으로 모는 것에는 동의하기 어려웠다. 또 윤석열 전 대통령 수사에 절차 위반 문제가 있었고, 당은 그걸 지적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이를 계엄 찬성으로 볼 수 있다는 국민 관점은 간과했다. 각론으로 싸우는 게 아니라 책임지고 반성하는 모습, 총론이 중요하다.”

‘재선 모임’ 입장문에서는 민심 청취도 강조했다.

“구체적인 개혁안을 재정비하는 과정에서 당원 투표가 가능하다고 본다. 당원들의 판단은 어떤 정치적 해석이나 평론보다 더 정확하다. 김문수 후보를 다시 대선 후보로 만든 당원 투표 등에서 당원들은 예상과 다른 결과로 현명한 판단을 보여줬다.”

친윤 후보가 원내대표로 당선할 가능성이 큰데 갈등이 더 격화하지 않을까.

“그렇게 단정하기는 어렵다고 본다. 원내대표 선거는 예측하지 못한 결과가 나오기도 한다. 또 윤 전 대통령이 사라졌는데 ‘친윤’ ‘비윤’을 가르는 게 맞는지 모르겠다. 어딜 가나 주류가 있고 비주류가 있지만, 지금은 그 구분 자체가 없어졌다고 본다.”

영남권 의원이 주류 아닌가.

“당내 영남권 의원들도 걱정이 많다. 당이 큰 결심을 하고 바람을 일으키면 제일 약한 위치에 있는 것도 영남권 의원이다. 유권자가 반명(반이재명), 반민주당이라서 표를 주는 것이지, 의원 개인이 잘해서 표를 주는 것이 아니다. 영남권 의원이라고 당 미래에 대해 안일하게 생각하지 않는다는 뜻이다.”

국민의힘 최형두 의원. 지호영 출판사진팀 기자 f3young@donga.com
국민의힘 최형두 의원. 지호영 출판사진팀 기자 f3young@donga.com
“당 미래는 2030 포섭에 달렸다”
변화 가능성은 있다고 보나.

“변하지 않으면 다 죽는다. 우리는 화석화된 정당이다. 정책형 정당, 캠페인형 정당을 만들어 선거에 유능한 정당으로의 체질 개선이 필요하다. 탄핵이라는 변수를 감안하더라도 이번 대선에서 민주당이 직능본부를 출범하고 여러 위원회를 만들어 인물들을 포섭하는 동안 우리는 현수막조차 지역별로 마음대로 달 수 없었다. 선거에 유능한 정당이 아니라는 건 이번 대선뿐 아니라 여러 선거를 거치면서 느꼈던 바다.”

당이 어떻게 변화해야 하나.

“이제 당의 희망은 2030세대다. 대선에서 패배했지만 반명·반민주당을 이유로 국민의힘에 표를 준 2030 유권자를 포섭하지 못한다면 당에 미래가 없다. 대만 민주진보당이나 독일 기민당·기사당 내 독립 청년 조직인 영 유니온(Junge Union)을 참고해야 한다. 대만은 2030세대를 포섭해 지정학적 갈등 속에서도 굳건하게 기술 우위에 섰고, 영 유니온은 프리드리히 메르츠 총리를 배출했다.”

신임 원내대표는 어떤 역할을 해야 할까.

“여대야소 국면에서 107명 의원 각자가 스파르타 전사처럼 싸워야 하는 상황이다. 그런데도 의원 들의 상임위원회 출석률이 민주당보다 저조하다. 원내대표는 밤낮없이 국회에서 불 켜진 상임위원회를 지켜보고 의원들이 자리를 지키게 해야 한다. 최선을 다해 국민을 설득하고 이 법안이 왜 필요한지, 왜 막아야 하는지를 설득해야 한다.”

[이 기사는 주간동아 1493호에 실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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