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GDP 5% 국방비 현실성 없어” 첫 한미 정상회담 앞 딜레마

  • 동아일보
  • 입력 2025년 6월 28일 01시 4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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李정부 “국방비는 주권 사항”
통상-안보 놓고 줄다리기 본격화… 美에 어깃장 놓기도 어려워 고심
정부 “관세-국방비 따로 논의 원칙”… ‘패키지 협상’ 가능성에도 대비
조셉 윤 “두 정상 만나면 잘 해결될것”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6일(현지 시간) 워싱턴 백악관의 이스트룸에서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과의 무역 합의에 전날 서명했다고 밝혔다. 그는 “우리는 일부 거대한 합의를 추진하고 있다”며 “아마 곧 인도 시장을 개방하는 매우 큰 합의를 인도와 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워싱턴=AP 뉴시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6일(현지 시간) 워싱턴 백악관의 이스트룸에서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과의 무역 합의에 전날 서명했다고 밝혔다. 그는 “우리는 일부 거대한 합의를 추진하고 있다”며 “아마 곧 인도 시장을 개방하는 매우 큰 합의를 인도와 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워싱턴=AP 뉴시스
이재명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첫 정상회담을 앞두고 국방비 증액과 관세 등 통상·안보 현안을 둘러싼 한미 간 줄다리기가 본격화될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미국의 국방비 증액 요구에 “국방비는 국내외 안보 환경과 정부 재정 여건에 따라 한국이 자체적으로 결정할 주권사항”이라는 원칙적인 입장을 강조한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과 집단방어 체제를 구축하고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방비 지출 기준에 대한 협정이 있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와 한국의 사정은 다르다는 것.

하지만 트럼프 행정부가 국방비 증액에 주한미군 재조정, 관세 협상까지 연계하려 할 가능성이 높은 만큼 통상·안보 드라이브를 걸고 있는 미국의 요구에 계속 어깃장을 놓기 어려운 딜레마 상황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 정부 “GDP 5% 수준 인상 현실성 없어”

대통령실 등 정부는 일단 상호관세 유예 만료(다음 달 8일)를 앞두고 한미 관세 협상이 진행되고 있는 만큼 국방비 인상 요청에 대한 논의는 이와 분리해 투 트랙으로 진행한다는 방침이다. 위성락 국가안보실장은 26일 브리핑에서 “구체적으로 (미 측과) 어떻게 하겠다는 얘기가 나온 건 아니고 두 개의 협상 트랙에서 서로 유연하게 접점을 찾아 정상회의를 준비해 나가자 정도의 얘기가 있었다”고 했다.

국방비 증액과 관련한 한미 간 논의는 초기 단계인 것으로 전해졌다. 정부 고위 관계자는 “나토처럼 GDP의 5% 수준 인상을 요청했다기보단 (국방비 인상이 필요하다는) 원론적인 얘기로 이해하고 있다”고 전했다. 정부에서도 나토 회원국에 적용된 5% 기준은 현실성이 없다고 보고 있다. 올해 한국의 국방 예산은 61조2000억 원으로 지난해 명목 GDP 대비 2.39% 수준인데, 5%는 약 128조 원에 달한다.

이런 가운데 조셉 윤 주한 미국대사대리는 27일 “조만간 미국 본국에서 이 대통령을 워싱턴으로 초청해 정상회담이 열릴 것으로 안다”면서 이르면 다음 달 이 대통령 방미가 가시화되고 있음을 시사했다. 윤 대사대리는 이날 대한민국헌정회 초청 오찬 간담회에서 “일단 양국 정상이 직접 만나야 두 나라 현안을 해결할 수 있는 실질적 계기가 마련될 것”이라며 조속한 정상회담이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이어 “한미 간에는 관세 문제와 정치적 문제 두 가지 분야에 큰 현안이 있다”며 “정치적 문제로는 주한미군의 역할 문제와 방위비 분담 문제 등이 있는데, 두 정상이 만나면 잘 해결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했다.

● 美 국방비-관세 협상 연계 요구도 대비

정부는 미국이 국방비 증액과 관세 협상을 연계할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대비책을 마련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로 트럼프 대통령은 25일(현지 시간) 나토 정상회의를 마친 뒤 기자회견에서 스페인을 향해 “(관세) 두 배를 내게 하겠다”고 말하면서 국방비 증액 거부에 관세 폭탄으로 보복하겠다는 뜻을 공개적으로 드러냈다. 나토 회원국들이 이번 정상회의를 통해 2035년까지 국방비를 GDP의 5% 수준으로 증액하기로 합의한 가운데 스페인은 목표가 지나치다고 공개적으로 반발해 왔다.

한미 간 논의 과정에서 국방비 증액 문제가 동아시아 미군 전력의 재편과 연계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중국 견제를 목적으로 추진되고 있는 해외주둔 미군의 ‘전략적 유연성 확대’ 기조에 따라 주한미군 감축이나 역할 재조정 등을 미 측이 국방비 인상을 끌어내기 위한 지렛대로 삼을 수 있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정부는 트럼프 대통령이 관심을 보이고 있는 조선 협력 등 한국이 미국에 기여할 수 있는 협력 분야를 추려 협상안을 마련할 것으로 보인다.

여권 고위 관계자는 “국방비 인상은 일단 관세 협상과 따로 논의가 될 것”이라면서도 “나중엔 뭉뚱그려질 것으로 본다”고 했다. 이어 “우리가 묶든 안 묶든 간에 양측이 통상만큼 (국방비 문제를) 받아들일 수 있느냐를 따져볼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GDP 5%#국방비#한미 정상회담#도널드 트럼프#이재명 대통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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