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전 대통령이 28일 오전 대면 조사를 받기 위해 서울 서초구 서울고검에 마련된 내란특검 사무실로 출석하고 있다. 송은석 기자 silverstone@donga.com
윤석열 전 대통령이 28일 검찰 청사에 마련된 특별검사 사무실에 첫 출석했다. 12·3 비상계엄 관련 내란·외환 수사를 맡은 조은석 내란 특검이 출범한 지 16일 만이다. 검찰총장 출신인 윤 전 대통령이 친정인 검찰 청사에서 대면 조사 받는 건 이번이 처음이다.
윤 전 대통령이 탑승한 차량은 이날 오전 9시 54분경 서울고검 청사에 도착했다. 특검은 비공개 출석을 고집한 윤 전 대통령 측이 지하주차장으로 진입할 것에 대비해 바리케이드로 출입을 미리 통제해놨다. 윤 전 대통령 측은 주차장 출입을 시도하지 않고 곧바로 고검 정문에 설치된 포토라인 앞에 차를 세웠다. 변호인단과 함께 차량에서 내린 윤 전 대통령은 ‘지하주차장으로 들어가지 않은 이유가 있는가’ ‘조은석 특검을 8년 만에 피의자 신분으로 만났는데 어떻게 보는가’ ‘이번에도 진술거부권을 행사할 것인가’ 등 기자들의 질문에 일절 답변하지 않고 청사 안으로 들어갔다.
윤 전 대통령이 수사기관의 소환 통보에 공개 출석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윤 전 대통령은 지난 1월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로 압송됐을 당시에는 포토라인을 피해 뒷문으로 출석했다. 윤 전 대통령 측은 이번에도 지하주차장을 통한 비공개 출석을 요구해왔다. 하지만 특검은 검찰 수사를 받았던 전직 대통령 4명 모두 공개 출석했다는 점을 고려해 윤 전 대통령에게만 특혜를 줄 수 없다며 공개 출석하지 않으면 출석 불응으로 간주하겠다는 방침을 고수했다. 윤 전 대통령 측은 체포영장 재청구를 피하기 위해 공개 출석을 받아들인 것으로 풀이된다.
윤석열 전 대통령이 28일 오전 대면 조사를 받기 위해 서울 서초구 서울고검에 마련된 내란특검 사무실로 출석하고 있다. (공동취재) 2025.06.28.
특검에 따르면 윤 전 대통령에 대한 조사는 오전 10시 14분경 시작됐다. 통상 전직 대통령 예우 차원에서 조사 시작 전 갖는 티타임은 진행되지 않았다고 한다.
특검은 6층에 마련된 조사실에서 올해 1월 경찰과 공수처의 체포영장 집행을 저지하라고 대통령경호처에 지시한 혐의와 계엄 직후 군사령관들의 비화폰 기록을 삭제하도록 지시한 혐의 등을 집중적으로 캐물을 전망이다. 또 비상계엄 선포 직전 국무회의 과정에 대해 우선 조사할 계획이다. 지난해 10월 북한에 무인기를 침투시켜 북한 도발을 유도했다는 외환 혐의도 특검의 수사 대상이다. 특검팀은 조사에 나설 검사를 공개하지 않은 상태다. 윤 전 대통령 측에서는 김홍일·송진호·채명성 변호사가 특검 조사에 입회해 변호에 나선다.
이날 조사는 오후 6시를 훌쩍 넘겨 야간 조사가 진행될 가능성도 제기된다. 앞서 윤 전 대통령 측은 비공개 출석을 수용한다면 진술거부권을 행사하지 않고 야간 조사도 거부하지 않겠다고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비공개 출석이 허용되지 않으면서 윤 전 대통령 측이 이에 응할지는 미지수다. 내란 특검은 윤 전 대통령 측이 동의하면 늦게까지 조사를 진행한다는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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