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전 대통령이 5일 오전 서초구 서울고등검찰청에 마련된 내란특검에서 2차 대면조사를 받기 위해 출석하고 있다. (공동취재) 2025.7.5.뉴스1
12·3 비상계엄 관련 내란·외환 수사를 맡은 조은석 특별검사팀이 5일 윤석열 전 대통령을 소환해 2차 조사를 마쳤다. ‘내란 특검’은 이날 오전 9시 2분경부터 오후 6시 34분까지 9시간 32분 동안 체포영장 집행 저지와 내란·외환 등 혐의에 대해 조사했다. 점심 시간을 제외한 순수 조사 시간은 8시간 28분이다. 지난달 28일 1차 조사에서 윤 전 대통령은 15시간 동안 머물며 5시간 5분 동안 조사를 받은 바 있다.
● 오전에 체포영장 집행 저지 혐의 조사 완료
특검팀에 따르면 이날 조사는 오전 9시 2분경부터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검찰청 내 특검 사무실에서 진행됐다. 오후 12시 5분경 점심식사를 위해 1시간가량 중단됐다가 오후 1시 7분에 재개돼, 오후 6시 34분에 조사를 마쳤다. 윤 전 대통령은 점심 식사로 인근 식당에서 배달한 설렁탕을 먹은 것으로 알려졌다.
3시간 가량 진행됐던 오전 조사에서 특검팀은 윤 전 대통령의 체포영장 집행 저지 혐의와 관련해 집중적으로 조사했다. 윤 전 대통령은 올해 1월 3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의 체포영장 1차 집행을 막으라고 대통령경호처에 지시한 혐의를 받는다. 당시 경호처는 200여 명의 인간띠와 3단계 차벽을 동원해 윤 전 대통령 체포를 저지했다.
윤 전 대통령이 교체를 요구해 온 경찰청 중대범죄수사과장 박창환 총경은 직접 신문하지 않고 조사를 지원하는 역할을 맡았다. 윤 전 대통령은 1차 조사 당시 박 총경의 교체를 요구하며 3시간 30분간 조사를 거부한 바 있다. 이에 특검이 조사의 속도와 효율성을 위해 윤 전 대통령의 요구를 일부 받아들인 것으로 보인다.
대신 박억수·장우성 특검보의 지휘하에 김정국·조재철 부장검사가 윤 전 대통령을 신문했다. 조사자가 바뀌자 윤 전 대통령도 조사에 적극적으로 응했다. 박지영 특검보는 오전 브리핑에서 “순조롭게 신문이 진행됐다”고 전했다. 특검의 전략 수정으로 체포영장 집행 저지 혐의 관련 조사는 이날 오전 마무리된 것으로 알려졌다.
● ‘사후 계엄 선포문’-외환 혐의도 조사
특검은 오후 조사에서 계엄 전후 열린 국무회의 상황 등을 확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12·3 비상계엄 이후 뒤늦게 작성된 이른바 ‘사후 계엄 선포문’ 관련해서도 조사가 이뤄진 것으로 보인다. 특검팀은 강의구 전 대통령실 부속실장이 계엄 선포 이후인 지난해 12월 5일 새롭게 작성한 ‘비상계엄 선포문’에 윤 전 대통령이 지난해 12월 7일 뒤늦게 결재한 사실을 확인했다. 또 한덕수 전 국무총리의 요청으로 지난해 12월 10일 이 문건을 폐기하는 과정에서 윤 전 대통령에게 보고가 이뤄졌다는 진술도 확보했다.
윤 전 대통령이 최초의 비상계엄 선포문에 한 전 총리 등의 서명을 받지 않고 비상계엄을 선포한 것은 그 자체로 법률적 하자가 있는데, 이를 숨기기 위해 사후에 문건을 만들려 했다는 게 특검의 시각이다. 다만 특검은 윤석열 정부 국무위원 전원을 소환할 방침 없다고 밝혔다. 박 특검보는 특검이 “국무위원 전원을 소환한다는 방침은 없다. 앞서 조사한 이주호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과 안덕근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유상임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은 참고인 신분으로 조사했다”고 말했다.
특검은 이날 윤 전 대통령에 대해 청구한 체포영장에 적시했던 비화폰 기록 삭제 의혹에 대해서도 조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윤 전 대통령은 비상계엄 해제 이후 군 사령관들의 비화폰 정보 삭제를 지시한 혐의를 받고 있다.
특검팀은 또 2차 소환 통지서에 새로 적시한 외환 혐의에 대해서도 조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검은 최근 우리 군이 평양에 무인기를 날려 북한의 공격을 유도했다는 의혹과 관련해 “V(윤 전 대통령) 지시라고 들었다”는 군 관계자의 녹취록을 확보했다. 특검은 이 녹취록이 윤 전 대통령이 무인 드론 침투를 지시했고, 북한의 공격을 유도했다는 증거라고 보는 것으로 전해진다. 북한과의 충돌을 유도해 준전시 상황 등 비상계엄 선포의 명분을 만들기 위해 외환을 일으키려 했다는 게 특검의 시각이다.
윤 전 대통령은 이날 조사를 마친 뒤 저녁 식사를 하지 않고 조서 열람을 이어갔다. 특검팀은 추가 소환 조사를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이날 윤 전 대통령 측에서는 김홍일·배보윤·송진호·채명성 등 변호인 4명이 동행했다. 특검은 조사하는 혐의 내용에 따라 변호인들이 수시로 교대하며 입회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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