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일 서울 시내의 한 대형마트 미국산 소고기 코너의 모습. 박형기 기자 oneshot@donga.com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부과한 상호관세 유예 시한(다음 달 1일)이 보름 앞으로 다가오면서 정부가 이달 말 고위급 연쇄 방미를 통해 관세-안보 패키지 일괄 타결을 추진하고 있다. 관세협상 진전을 위해 미국이 요구하는 소고기, 사과 등 농축산물 분야 비관세 장벽 완화 카드를 전향적으로 검토하는 것과 함께 국방비 지출 등에 대한 한미 간 실무 협의도 본격적으로 진행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유예 기간 내 고위급 연쇄 방미로 관세-안보 패키지 타결을 이끌어내겠다는 구상으로 풀이된다.
15일 대통령실 등에 따르면 한미 간 관세-안보 분야 협의는 여러 트랙에서 동시다발적으로 진행되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는 비관세 장벽 중 농축산물 분야에서의 규제 완화를 관세 협상 카드로 활용하는 것을 검토하고 있다. 소고기와 사과, 유전자변형작물(LMO) 감자 등 국내 여론의 민감도가 덜한 품목의 수입을 늘리거나 시장을 개방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진다. 김민석 국무총리는 14일 최근 반발 수위를 높이고 있는 농민단체들을 만나 규제 완화에 따른 우려를 듣는 등 리스크 관리에 나섰다.
정부는 이와 병행해 외교·국방 당국 간 안보 분야 협의에서 국방비 지출을 늘리는 대신 주한미군 방위비 분담금 합의의 틀을 유지하는 데 주력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이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회원국들에 관철시켰던 국내총생산(GDP) 대비 5% 국방비 증액안 중 직접 비용인 3.5% 수준으로 국방비를 단계적으로(10년) 증액할 수 있는지 등도 검토되고 있다. 여권 고위 관계자는 “안보 분야만 타결되고 통상 분야는 타결이 안 되면 진정한 타결이라 볼 수 없다”면서 “두 분야가 포괄적으로 타결되는 방향일 것”이라고 했다.
정부는 유예 기간 내 미국과의 연쇄 고위급 협의도 추진 중이다. 조만간 여한구 통상교섭본부장의 재방미에 이어 17일 국회 인사청문회가 예정된 구윤철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후보자와 김정관 산업부 장관 후보자가 임명 후 미국으로 동반 출국하는 방안 등도 거론되고 있다. 여권 고위 관계자는 “일정이 잡히진 않았지만 위성락 국가안보실장도 다시 미국을 방문할 가능성이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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