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언석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 겸 원내대표와 유상범 원내수석부대표가 23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논의 하고 있다. 2025.07.23. [서울=뉴시스]
국민의힘이 또 다시 ‘윤희숙 혁신위원회’가 내놓은 혁신안에 대해 결론을 내놓지 않았다. 당 지도부는 윤희숙 혁신위원장이 의원총회에 참석하지 않았기 때문이라는 이유를 내놨다. 윤 위원장은 즉각 “당연히 간다고 세 번이나 답했고, 당사 사무실에서 기다리고 있었다”고 반박했다. 정치권에서는 ‘윤희숙 패싱’이 현실화되는 모양새라는 지적이 나왔다.
● 혁신안 논의 없이 ‘윤희숙 부재’ 공방만
23일 국민의힘 곽규택 수석 대변인은 국회에서 의원총회 직후 기자들과 만나 “다수 의원들이 혁신위원장이 직접 의총에 출석해 혁신안이 필요한 사유에 대해 설명을 해야 의원들간 토론이 가능하겠다고 했다”며 “오늘 의총이 있다고 윤 위원장에게 연락을 드렸는데 본인이 참석 여부에 대해 답변을 안 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혁신안 논의를 위한 국민의힘 의총은 이날 두 차례 연기한 끝에 열린 것이었다. 앞서 당 지도부는 전국적인 폭우 피해를 이유로 의총 개최를 미뤘다. 이에 따라 이날 의총에서는 혁신위가 제시한 △계엄·탄핵 등에 대한 ‘대국민 사죄문’ 당헌·당규에 수록 △당대표 단일지도체제 채택 및 최고위원제 폐지 △당원 주도 인적 쇄신을 위한 당원소환제 도입 등에 대해 어느 정도 결론이 내려질 것이라는 기대도 있었다.
윤희숙 국민의힘 혁신위원장이 17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비상대책위원회의 참석을 마치고 나서며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2025.7.17. 뉴스1하지만 국민의힘 지도부는 ‘윤 위원장의 부재’를 명목으로 개별 사안에 대한 논의조차 이끌지 못한 채 의총을 마무리 지었다. 이에 윤 위원장은 강하게 반발했다. 그는 의총 직후 페이스북을 통해 “저를 국민의힘 의총에 불렀는데 참석하지 않아 혁신안 논의가 불발됐다는 것은 사실이 아니다”고 밝혔다.
그는 “어제(22일) 저녁 송언석 비대위원장의 비서실장인 박수민 의원으로부터 ‘의원총회에 참석할 의향이 있냐’는 전화를 받았고, 불러주시면 당연히, 기꺼이 간다고 대답했다”며 “기이하게도 똑같은 대화가 세번의 통화에 걸쳐 반복됐다”고 설명했다.
이어 “오늘 아침까지도 참석하라는 연락이 없어 오전 9시에 다시 전화드려 ‘도대체 오라는 겁니까 오지말라는 겁니까’ 물었더니 ‘의논해봐야 한다’는 답을 받았다”면서 “그 이후 당사 사무실에서 콜이 오기를 기다리는데, ‘부르는데 안왔다’는 기사가 떴다”고 했다.
● 전당 대회 앞두고 혁신안 좌초 위기
이날 의총이 성과 없이 끝난데다 이후 일정도 정해지지 않자 혁신안이 결국 좌초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이달 9일 출범한 혁신위가 10여일이 지나도록 번번이 당 지도부의 외면을 받으면서다.
혁신안에 대한 당 지도부의 반발은 윤 위원장이 인적 쇄신 대상자를 공개하면서 극에 달했다. 윤 위원장은 16일 기자회견을 열고 송언석 비상대책위원장 겸 원내대표와 나경원 윤상현 장동혁 의원을 1차 인적 쇄신 대상으로 지목했다. 그는 23일에도 의총 직전 SBS 라디오에 출연해 “생존하기 위해서는 줄사퇴가 이뤄져야 한다”며 당 주류의 퇴진을 거듭 요구했다.
윤 위원장의 인적 쇄신 요구에 송 원내대표는 “특정 계파를 몰아내는 식으로 접근하면 당연하게 필패할 것이다. 우리 모두 혁신의 개체이고 주체”라고 불편한 심기를 내비친 바 있다. 장 의원도 “선거 때는 도와 달라 사정하고, 선거 끝나면 내쫓고, 소금 뿌리고, 문 걸어 잠그고, 얼씬도 못 하게 한다. 그것을 혁신으로 포장한다”고 거세게 반발했다.
다음달 22일 예정된 전당대회도 변수다. 전당대회 날짜가 다가올 수록 당권에 도전하는 후보간 이전투구에 혁신안 자체가 묻힐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윤 위원장은 이를 막기 위해 당 지도부로부터 ‘선 혁신, 후 전당대회’를 약속 받았다고 주장해왔다. 하지만 이후 당 지도부는 전당대회 일정을 공개하면서 “합의한 내용이 아니다”고 선을 그었다. 이에 윤 위원장은 “혁신위의 동력을 꺼버리는 것”이라고 강하게 비판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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